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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한 팩에 3000원, 국내 우유 vs. 수입 우유 소비자 선택은?

  • Editor. 이수아 기자
  • 입력 2023.07.2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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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수아 기자] 마트 유제품 판매대에 가면 개방형 냉장고 속 국내산 우유와 냉장고 밖으로 수입 멸균우유가 나란히 서 있다, 국내산 우유 가격은 약 2800원, 그 옆 수입 우유는 1800원. 1000원이란 가격 차 앞에서, 예전이라면 고민도 않고 지나갔을 주부의 발걸음이 멸균우유 앞에서 멈칫한다.

올해 원유가격 협상은 벌써 10차례나 결렬됐다. 사료 값 등 생산비 증가에 따라 가능한 원유 값을 인상하려는 낙농업계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 눈치를 보는 유업계의 팽팽한 줄다리기 때문이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우유 판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우유 판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9일부터 계속된 낙농업계와 유업계의 협상은 결국 27일 음용유 리터 당 1084원, 가공유용 원유는 887원으로 마무리됐다. 작년보다 음용유는 리터 당 88원, 가공유용 원유는 87원 오른 셈이다. 낙농진흥회는 “음용유용 가격은 협상 범위가 69~104원인 상황에서 생산비 상승 및 흰 우유 소비감소 등 낙농가와 유업계의 어려움을 모두 감안하였고, 가공유용 가격은 협상 범위가 87~130원이나 수입 유제품과의 가격경쟁을 위하여 협상 최저 수준에서 결정하였다”고 밝혔다.

협상이 늦어진만큼 예년에는 8월부터 원유가를 인상해왔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10월부터 인상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이후 흰 우유 등 우유 제품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27일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아직은 협상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가격 인상 여부에 대해선 거기까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남양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아직 원유 값이 나오지 않은 만큼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원유 값이 올랐을 때 유업계는 8% 정도 가격을 인상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흰 우유 가격을 평균 6.6%, 매일유업은 8%, 남양유업은 8.4% 올렸다. 흰 우유 생산에는 물류비, 보관비, 인건비 등도 영향을 끼쳐 실제로는 원유 값 인상분보다 더 큰 폭으로 소비자가격이 인상되는 편이다.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이 인상된다면, 대형마트 기준 2800원 후반대인 우유 가격은 3000원대가 될 전망이다.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은 국산 우유의 대체재로 수입 멸균우유를 찾을 수 있다.

그것은 수치로도 입증된다. 외국산 멸균우유 수입량이 최근 6년새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전망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멸균우유 수입량은 3만3058톤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6년 1216톤이던 멸균우유 수입량은 2019년 코로나 장기화 이후 국내산 우유 가격이 오르면서 2020년 1만1476톤, 2021년 2만3284톤으로 급증했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두 배 정도 증가한 셈이다.

2022년 기준 국내로 가장 많은 멸균우유를 수출하는 곳은 폴란드로, 전체 수입량의 75.1%를 차지했다. 이어 독일 10%, 이탈리아 7.7%, 호주 5.3%, 기타 2% 순이었다. 

멸균우유 수입량은 늘었지만 소비자가 직접 수입 멸균우유를 소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수입 멸균우유는 동네 카페나 빵집 등 소규모 업체에서 가격을 맞추기 위해 대량으로 구입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우유자조금위원회가 진행한 ‘수입 유제품의 소비 확산에 따른 전략적 대응방안 모색’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산 냉장 우유, 국산 멸균우유, 수입 멸균우유 등의 비중은 각각 60.9%, 15.1%, 7.4%였다. 국산 냉장 우유를 마시는 비중은 수입 멸균우유 대비 8배 정도다.

소비자의 반응 역시 미적지근하다. 국산 냉장 우유에 비해 맛이 진하고 가격 역시 싸다며 만족하는 소비자도 있지만, “국산 우유 맛에 입이 길들여진 건지 적응하기 쉽지 않다”, “유통 과정이 긴 만큼 아이에게 먹이기엔 불안하다”와 같은 의견도 많다.

이마트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올해 6월 멸균우유 매출은 지난해 6월과 비교해 7배 정도 상승했으나 애초에 매출이 크지 않아 전체적으로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2026년이 되면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미국과 유럽 우유가 무관세로 수입된다. 현 9.6%의 관세에도 국산 우유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체와 소비자의 선택은 갈릴지도 모른다. 낙농진흥회가 올해 원유 값 협상에서 가공유 가격을 최저로 올린 이유 역시 수입 우유와의 경쟁을 위해서였다. 

한편, 우유 값 고공행진에 대해 유통계의 유통 마진이 너무 심하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25일 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일반적으로 대형마트·편의점·수퍼 등 유통업체에선 흰 우유 납품가의 40%가 넘는 유통 마진을 책정하고 있다”며 “흰 우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선 유통 효율화 등 유통 분야에서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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