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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기업은] 지속가능경영 시대, 오뚜기의 뜻깊은 ‘마이웨이’

  • Editor. 천옥현 기자
  • 입력 2023.08.2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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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에게 삶의 이야기가 있듯, 기업에도 탄생부터 지금까지 일궈온 역사와 앞으로 만들어갈 스토리가 있습니다. 기업은 멀리 떨어진 주체가 아닌, 우리 일상 곳곳에 녹아 있는 동반자입니다. 우리 중 누군가는 기업에 몸담고 있고, 다수는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누리고 있죠. [지금 우리 기업은]은 그런 기업의 이야기, 이모저모를 듣고자 마련했습니다. 대한민국의 한 축을 떠받치는 이들 이웃의 이야기, 함께 들어볼까요. <편집자주>

[업다운뉴스 천옥현 기자] 지속가능경영, 몇 년 전부터 기업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있는 키워드다. 특히 2020년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열풍이 불면서 관련 행보에 대한 움직임은 강화됐다. 하지만 ‘지속가능경영’을 앞세워 활동을 홍보한 후 슬그머니 빠지는 경우도 있다. 지속가능경영이라고 벌이는 일들이 단순 이벤트로 전락해 버리는 것. ESG워싱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현상 중 하나다. 

옥석을 가릴 시기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오랜 기간 끈질기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도 있다. 다름 아닌 종합식품기업 오뚜기다. 

아이를 안고 있는 함태호 명예회장 [사진=오뚜기 홈페이지 캡처]
아이를 안고 있는 함태호 명예회장 [사진=오뚜기 홈페이지 캡처]

오뚜기는 1992년 7월부터 한국심장재단과 결연을 맺고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후원사업을 시작했다. 고 함태호 회장의 뜻이었다. IMF, 경제 위기 등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도 오뚜기는 후원을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해까지 5815명이 오뚜기 후원을 통해 새 생명을 얻게 됐다. 아무리 돈 많은 기업이라고 해도 장기적으로 후원하지 않았더라면 나올 수 없는 수치다. 심장병 수술을 받게 된 이들과 그 가족들은 오뚜기를 ‘선물’, ‘희망’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오뚜기가 오랜 기간 진행하고 있는 사회공헌 사업이 이 뿐만은 아니다. 학술진흥사업, 장학사업을 전개하는 오뚜기 함태호 재단은 1997년부터 장학금 지원을 시작해 25년 넘게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총 1166명에게 79억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굿윌스토어 장애인 재활 지원사업도 오뚜기 대표 사회공헌 사업이다. 2012년에 시작해 선물세트 임가공 위탁, 제품 기부, 임직원 자원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것도 벌써 1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활동이다. 

“사회공헌은 꽤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었어요.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후원이나 굿윌 스토어 등 장기적으로 진행 중인 사업입니다. 오뚜기 자체가 10년, 20년 하는 일이 아니라 한두 번 하는 일은 홍보도 안 해요. 그게 오뚜기 문화예요.”

이런 오뚜기의 문화는 故 함태호 명예회장으로부터 이어졌다. 함 명예회장은 생전 “사회공헌사업은 공정한 절차를 밟아 대상을 선정하고,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일관성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손이 하는 일은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라는 원칙 아래 사회공헌 활동을 알리는 것도 제한했다. 그래서인지 오뚜기의 이런 선한 영향력은 함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에야 널리 알려졌다. 오뚜기 함영준 회장이 상속세 1500억원 가량을 회피하지 않고 내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상속세 규모는 당시 역대 2위일 정도로 컸다. 이와 함께 그간 벌여온 사회공헌이 회자되면서 오뚜기는 ‘착한’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기업이 됐다. 

친환경 포장재를 적용한 오뚜기 진라면 [사진=오뚜기 제공]
친환경 포장재를 적용한 오뚜기 진라면 [사진=오뚜기 제공]

그런 오뚜기가 요즘 관심 있는 분야는 환경이다. 그간 사회공헌에 집중했다면, 이제 탄소제로 시대에 맞는 친환경 활동을 확대하자는 의지가 담겨있다. 앞으로 오뚜기의 친환경 행보 또한 지속될 것이라고 기대되는 대목이다.

오뚜기는 지난해 6월 ‘플렉소’ 인쇄 설비로 제조한 친환경 포장재를 적용했다. 플렉소 인쇄는 친환경 수성잉크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오뚜기는 연간 최대 1600톤 잉크와 유기용제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고, 기존과 다른 건조 방식으로 온실가스 배출량도 평균 50% 감축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스낵류에는 플랙소 인쇄 방식이 적용됐지만, 이를 라면에 적용한 회사는 오뚜기가 처음이다.

오뚜기는 한번 친환경 포장재를 적용해 ‘본’ 걸로 그치는 게 아니라 타 제품군까지 친환경 패키지를 확대하고 있다. 라면에서부터 케첩, 마요네즈 등 제품의 낱개 속포장지를 플렉소 인쇄방식으로 생산 중이고, 추후 적용 품목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최근 오뚜기는 육류소스 패키지에 ‘순환 재활용 페트’를 적용하기도 했다. 순환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분자 단위로 분해한 뒤 다시 원료로 만들어 사용하는 화학적 재활용 방식이다. 식품업계에서 순환 재활용 소재 100%를 적용한 용기를 개발해 상업화한 것은 오뚜기가 최초다. 이를 통해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을 약 16톤 줄일 수 있고, 일반 페트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40% 저감할 수 있다.

오뚜기는 2030년까지 100% 재활용 가능 포장지 사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사실 패키지는 식품 기업들에는 약점이 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잘할 수 있는 분야기도 하다”며 “오뚜기는 플렉소 인쇄 방식을 라면에 처음으로 적용해 품목을 확대하고 있고, 앞으로도 친환경 포장재 등으로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오뚜기를 대표하는 캐릭터 옐로우즈 [사진=오뚜기 홈페이지 캡처]
오뚜기를 대표하는 캐릭터 옐로우즈 [사진=오뚜기 홈페이지 캡처]

그렇다고 오뚜기가 이미지만으로 먹고 사는 기업은 아니다. 오뚜기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함 명예회장이 오뚜기의 튼실한 토대가 됐다면, 함영준 회장은 오뚜기를 본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함 명예회장이 장남 함영준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준 건 2010년이었다. 그 후 오뚜기는 규모를 점점 확장해 나갔다. 2010년 1조3900억원 매출을 내던 오뚜기는 지난해 3조1800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창립 53년 만에 처음으로 3조 클럽에 입성했다. 함영준 회장이 맡은 이후로 오뚜기는 단 한 번의 매출 역성장도 허락지 않았다. 영업이익도 692억원에서 1857억으로 증가했다. 

라면회사라는 인식과 달리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된 편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 중 면 제품류 비중은 27%에 불과하다. 신선 및 냉동식품, 포장재 등 기타 항목이 21%, 양념 소스류(17%), 유지류(13%), 농수산 가공품류(13%) 등이 골고루 판매된다. 소맥분, 팜유 등 라면에 들어가는 국제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변동성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분명히 있다. 오뚜기는 다른 식품기업에 비해 해외사업이 약한 편이다. 오뚜기의 해외 매출 비중은 10% 내외다. 종합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 대상의 경우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 비중은 약 50%, 30%를 차지한다. 라면업계 삼양식품(65%)과 농심(33%)도 오뚜기와 차이가 난다. 

이에 오뚜기는 지난해부터 해외사업 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진시리즈, 치즈 시리즈 등 라면 품목 해외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또 냉장·냉동 시장에도 진입해 0.1%도 안되던 매출 구성비를 지난해 4.5%까지 올렸다. 빵가루, 국수류 등 할랄인증을 받은 품목을 무슬림 국가에 확대하고, 라면류도 할랄 인증을 받아 수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 5월 오뚜기는 미국 법인 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의 자회사 ‘오뚜기 푸즈 아메리카’를 설립하기도 했다. 추후 미국에서 생산 할 경우에 대비해 필요한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뚜기는 현재 중국 원료 공장 2개, 베트남 소스, 라면 공장 각 1개, 뉴질랜드 곰탕 원료 공장 1개 등 총 5개의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인류 식생활 향상에 기여해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

오뚜기가 내건 사명이다. 다른 회사들이 내세우는 미션보다 이 말이 더 와 닿는 이유는 오뚜기가 그간 벌여온 활동의 ‘지속성’ 때문일 것이다. 보이지 않더라도 묵묵히 행복한 세상을 위해 나아가는 오뚜기의 노력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는 이들이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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