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오염수 방류에 식자재∙유통업계 안전망 강화…소비자는 글쎄?

  • Editor. 현명희 기자
  • 입력 2023.08.28 13:2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현명희 기자] “걱정은 되죠. 그래도 앞으론 안 사 먹을 것 같아요.”

지난 25일 방문한 이마트 은평점에서 마주친 한 고객의 말이다. 이날 이마트 내부는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특히 ‘생선 코너’는 한번 둘러보듯 거쳐 가는 소비자가 다수였다. 매대 별로는 24일 방류를 시작한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소비자 우려를 완화시키려는 것처럼 원산지를 크게 써넣은 광고판이 각각 눈에 띄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생선 코너 중앙에 위치한 고등어 매대를 유심하게 보고 있던 50대 중반 여성 A씨는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해 “당연히 걱정이 되지 않겠느냐”며 “당장은 괜찮겠지만, 앞으론 안 사 먹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소비자로서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연어 초밥 세트를 품에 들고 계산대로 향하던 20대 중반 여성 B씨 역시 “걱정은 된다”며 “그래도 아직까진 괜찮을 것 같아 제품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조심은 해야 할 것 같다”며 우려를 전했다.

지난 25일 이마트 은평점 '생선 코너' 중앙 매대에 설치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 안내판들. [사진=현명희 기자]

지난 24일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에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론이 거셌던 만큼 오염수 방류가 수산물에 미칠 영향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짙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 4월 소비자 5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출 이후 10명 중 9명은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92.4%)’고 답했으며, 70%에 가까운 응답자가 일본산 수산물 안전 관리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날 회 제품이 자리한 매대를 관리하고 있던 한 직원 또한 “일본산이 아니라 국내산을 판매하고 있으니 아직까지 여파는 없지만 걱정은 된다”고 솔직한 심정을 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중앙 매대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안내판 여러 개가 상단에 설치돼 있었다. ‘완전∙안심 수산물’, ‘이마트 방사능 안전 검사 체계 안내’, ‘일본산 수산물 미 취급 안내’, ‘사전 비축 수산물 판매 안내’를 비롯해 방문한 일자 기준으로 각 생선 제품에 대해 표로 나열한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도 있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안전한 수산물 유통을 위해 올해 1월부터 ‘방사능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1차로 물류센터에서 간이 방사능 기기를 통해 방사능 수치를 검사한 뒤, 다음날 이마트 상품안전센터를 통해 2차 검사를 진행한다. 검사 과정은 ‘평시’, ‘주의’, ‘경계’, ‘심각’의 총 4단계로 구분해 검사 대상인 어종의 샘플을 선정해 검사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단계별로 검사하는 수의 비율은 달라진다. 지난 6월 말 이후로는 주별 샘플링 검사 건수를 최대 25%에서 75%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이마트를 비롯한 마트 업계 전체는 이처럼 소비자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수산물 유통 관리 체계 정비에 열심인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011년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본산 수산물은 아예 취급하지 않고 있지만, 국내산 수산물에 대해서는 공급 업체에 상품 검사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안전한 수산물 유통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방침이다. 롯데마트 역시 매장에서 상품이 입고되는 단계별로 수산물 안전성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백화점, 홈쇼핑 업계도 수산물 검사 체계를 강화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정기적으로 방사능 검사를 진행하는 지역 수협 위판장을 통해서만 상품을 구입, 자사 상품과학연구소를 통해 추가로 방사능 검사를 진행한다. 현대백화점은 전국 16개 매장에 간이 방사능 측정기를 구비하고 일부 물량에 안전성 검사를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일본산 수산물을 판매하지 않고 국내산에 대해서는 추가 조치를 취하고 있다.

NS홈쇼핑은 지난 7월 방사능 장비 및 시스템 개발 업체인 알엠텍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NS홈쇼핑에 따르면 매월 판매 중인 상품에 대해 지속적으로 방사능 검사가 이루어지며, 이후에도 장기적 결과를 추적하고 파트너사에도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현대홈쇼핑은 1차로 식약처 방사능 분석센터를 통해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고, 2차로는 자체적으로 구비한 방사능 측정기를 통해 샘플 조사를 추가 실시한다. 롯데홈쇼핑은 제휴된 전문 기관을 통한 품질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식자재 업계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안전 관리에 소홀할 수 없단 입장으로, 기업이 일제히 나섰다. 동원푸드는 원재료 및 완제품의 검사 항목을 2배 늘리고, 검사 주기 또한 매월 혹은 분기별 1회로 강화했다. 신세계푸드는 후쿠시마 품목을 제외하고 안전성이 확인된 수산물만 매입하고, 자체 식품안전센터를 통해 수산물을 종류별로 나누어 별도로 검사를 진행한다. 현대그린푸드는 기존 연 1회였던 수산물 방사능 검사 빈도를 주 1회로 늘리고, 수입산은 한국식품과학연구원을 통해 월 1회 검사를 실시한다. CJ프레시웨이는 일본산 수산물을 유통하지 않고 협력사와 공급 상품 대상에 정기적 방사능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식자재∙유통 업계가 이처럼 수산물 안전망 강화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지만, 오염수 방류가 향후 업계에 끼칠 영향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비슷한 사례인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소비 위축으로 인해 수산물 가격은 대체로 하락해 8.5%였던 수산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음 해인 2012년에 2.5%로 크게 하락, 2013년에는 1.3%로 더 크게 둔화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비교해도 그 둔화 폭이 컸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첫날에는 예상과 다르게 대형마트 3사의 수산물 매출이 30% 이상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예로 25~26일 한 대형마트에선 전체 수산물 매출이 10% 신장했고 멸치, 미역 등 건해산물은 매출이 30% 상승했다. 다만 이는 소비자 불안 심리가 작동해 나타난 ‘반짝 특수’ 효과에 불과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으로, 상승은 고사하고 평균 매출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변수로 남아 있다.

정부도 대형마트 내에 ‘방사능 검사확인 QR 코드’를 배치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 중이다. 소비자가 수산물에 대한 정부의 방사능 검사실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지만,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이 또한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 단체급식 기업들에는 수산물 활용 확대 요청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국내 수산물 유통 상황 내 불안한 분위기는 좀처럼 안정될 것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 자체적으로 안전 체계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정기적으로 한반도 삼면을 둘러싼 바다 모두의 방사능 오염 정도를 측정하고,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구매하는 과정에서 방사능 오염 정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소비자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