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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넥타이 맨’ 윤종규, 끝까지 KB금융뿐이었다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09.2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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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9년 동안 노란색 이외의 넥타이를 매본 적이 없다. KB를 상징하는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일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했고 행복했다.”

기자 회견장으로 들어오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목엔 노란 넥타이가 감겨 있었다. 넥타이를 만지작거리며 당차게 이어 나간 윤 회장의 인사말로부터 KB금융에 대한 그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윤종규 회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최고 경영자(CEO) 기자 간담회에서 지난 9년 간 소회를 밝혔다. 윤 회장은 오는 11월 20일 임기를 끝낸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CEO 기자 간담회에서 질의응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CEO 기자 간담회에서 질의응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년 동안 KB금융을 끌어온 윤 회장 공은 이미 업계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2014년 11월 취임한 후 치밀한 인수합병(M&A)을 통해 2008년 이후 신한금융그룹에 쭉 밀렸던 KB금융을 명실상부한 리딩 금융그룹으로 탈바꿈시켰다. KB금융은 2017년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최초로 순이익 3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린데 이어, 리딩 금융그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에만 순이익 2조9966억원을 기록하며 2조6262억원을 기록한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예고하고 있다.

윤종규 회장도 KB금융이 재임 기간 중 리딩 금융그룹이 된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꼽으며 취임 당시를 떠올렸다. 윤 회장은 “회장으로 취임한 당시 축하보다 오히려 주위에서 걱정하던 시기였다”면서 “첫 임기 3년은 직원들의 자긍심과 고객들의 신뢰 회복, 리딩 뱅크로 돌아가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의 두 번째 임기 3년은 리딩 금융그룹 탈환이라는 목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KB금융은 리딩뱅크를 탈환한 KB국민은행의 안정적인 기반 아래 LIG손해보험(KB손해보험), 현대증권(KB증권)의 M&A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윤 회장도 리딩뱅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부동의 리딩 금융그룹의 발판을 마련한 것에 대해 가장 보람찼던 일이라고 회상했다.

윤 회장은 “인수한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이 정상 궤도로 진입하고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킨데 이어, 푸르덴셜생명까지 추가 인수함으로써 비은행 부문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었다”면서 “은행 부문과 함께 비은행 부분이 양 날개가 돼 성장 엔진이 됐고, KB금융이 목표에 더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종규 회장은 이 자리에서 KB금융을 향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바로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 강화다. 이는 윤 회장의 끝내 이루지 못한 꿈이 됐고, 후임자와 KB금융이 함께 힘을 모아 달성해야 할 목표라고 강조했다.

실제 KB금융은 국내에선 1위지만 지난달 21일 영국 금융 전문지 ‘더 뱅커’가 지난해 실적을 집계해 공개한 ‘글로벌 1000대 은행’에서 KB금융은 60위를 지키는데 그쳤다. 경제 규모로 10위권인 우리나라가 금융그룹의 세계 순위로는 60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 상황이다.

윤 회장은 “KB금융이 리딩 금융그룹이라고 하지만 세계 순위론 60위권이라는 현실에 아쉬움을 느낀다”면서 “경제 규모를 고려했을 때 세계 상위권에 있어야 할 텐데 상당한 자괴감이 든다. ‘금융의 삼성’이라는 말을 가장 먼저 썼는데, 그 말을 처음 썼던 20년 전과 지금 얼마나 진전이 있었는지 보면 씁쓸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윤 회장은 해결책으로 투트랙 전략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국내 투자, 특히 부동산에 집중됐던 포트폴리오를 선진국 시장에선 해외 자산운용을 겸한 기업투자금융(CIB) 투자처 발굴을, 신흥국 시장에선 종합금융회사로 경쟁력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잡는 것이다.

연장선상으로 국민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부코핀은행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진출을 위해선 해외 법인의 약진이 중요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부코핀은행은 지난해 연말 대규모 충당금 적립에도 불구하고 건전성 지표가 개선되지 못하며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영업력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유상증자 등 자본 확충을 완료해 흑자 전환을 위한 첫 발을 뗐다.

윤 회장은 “(부코핀은행) 인수 당시 빠르게 부실 채권을 정리하고 취약한 기존 전산 시스템을 선전 시스템으로 재정비해 기존 갖고 있던 연금 등의 강점을 살려 더 강한 은행을 만들겠다는 목표였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인해 부실 채권은 확대되고, IT 작업 역시 대면 작업이 불가능해 지연됐다”면서 “부실 채권 청산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IT 시스템 재투자는 내년 6월 완료될 것이다. KB증권과 KB자산운용 등 계열사들이 함께 진출해 있는 만큼 ‘원 KB’로서, 원스톱 서비스 토탈 솔루션을 제공해 현지 은행보다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종규 회장은 지배 구조와 연임 등 조직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윤 회장은 KB금융 수장으로 올랐던 2014년 당시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놓고 갈등을 벌이다 동시에 사퇴하는 ‘KB 사태’를 겪은 바 있어 마지막 임기 3년을 지배 구조 확립에 힘을 쏟았다.

윤 회장은 “올바른 지배 구조엔 답이 없다”면서 “업종의 특성, 조직 문화의 특성 등 각 기업에 따라 체질에 맞는 지배 구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KB금융은 과거 흑역사라고 불리는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지배 구조에 대해 신경 썼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외국 CEO는 평균 재임 기간이 7년에서 10.2년인데, 한국은 3년 혹은 6년마다 CEO가 바뀌는 체제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성과가 서서히 나오는 투자를 어떻게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윤종규 회장은 양종희 내정자에게 힘을 팍팍 실어주는 모습도 보여줬다. 양 내정자는 오랜 기간 윤 회장과 손발을 맞추며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인물이다. 윤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한 뒤 곧바로 부회장직을 부활시켰고, 그 자리에 양 내정자가 오르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양 내정자는 오는 11월 중 임시 주주총회 등의 승인을 거쳐 회장으로 취임한다.

특히 양 내정자는 과거 LIG손해보험 인수 실무를 맡았으며, 2016~2020년 KB손해보험 대표이사를 역임해 회사 기틀을 잡았다. 또 1989년 국민은행 전신인 주택은행에 입사해 20여년 간 은행에서 근무한 이력도 있다. 은행과 비은행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로 윤 회장이 생각하는 양 날개 전략에 안성맞춤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CEO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CEO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회장은 “양종희 내정자에게 ‘내가 회장직을 인수 받았을 때 생각하면 쇼트트랙 불의로 넘어져 한참 뒤처진 상황에서 바통을 넘겨받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열심히 노력해 앞선 상황에서 터치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양 내정자는 약 20년 간 은행에 있으면서 은행 경험도 풍부하고, 다양한 부문에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훨씬 잘할 것이다. 속도를 내서 반 바퀴, 한 바퀴 리드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양 내정자가 가벼운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인수인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을 실었다.

“의외였나요? 3연임을 확정한 당시 결심을 내리고 있었다. 진퇴를 미리 결정하고 시기가 오면 실행해야 한다고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KB금융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기 때문일까. 일말의 미련 없는 결단으로 보이는 윤종규 회장의 용퇴. 심지어 문을 나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KB금융을 걱정하고 응원하는 모습에 업계 안팎에서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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