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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지원, 그 이면의 아픔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10.1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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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IBK기업은행이 중소기업 지원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건전성 악화가 후폭풍을 일으키며 기업은행 목을 조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30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3% 늘었다. 중소기업에 내준 대출 규모가 올해 들어 9조5000억원 가량 불어났고, 점유율도 마찬가지로 23.4%로 확대돼 대출 보유량과 점유율 모두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게 됐다.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IBK기업은행 제공]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IBK기업은행 제공]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성장세엔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지난해 132조9571억원에서 올 상반기 133조4208억원으로 0.4%, 신한은행이 126조3074억원에서 127조9410억원으로 1.2%, 하나은행이 120조3971억원에서 125조6899억원으로 4.4%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121조380억원에서 119조7230억원으로 유일하게 감소했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몸집이 불어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꼽힌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은행 자금에 의존해야 했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그만큼 많았다는 방증이다.

기업은행이 발행한 중소기업금융채권도 주목할 만하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중금채 실적은 올 2분기 말 기준 160조5231억원으로 1년 전보다 7조8572억원이나 늘었다. 기업은행이 중금채 발행을 늘린 배경엔 고금리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으며 실물 경제가 위축된 영향으로 기업들의 매출이 감소해 운전 자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과 채권 발행 규모가 축소되면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국책은행이란 기업은행 본질이 다시 한 번 부각되는 모양새다.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했고, 실제로 기업은행이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들의 자금 경색을 막는데 이바지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이로 인해 향후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지원은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권에선 금리 레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실물 경기 둔화에 따른 중소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경영 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기업은행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딜레마다. 경기 부진이 지속되자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 저신용기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기업은행 내부 신용 등급별 기업 대출 취급 현황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지난 7월 말 기준 내부 신용등급 CCC+등급 이하 기업 대출 잔액은 15조3404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19.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상대적으로 신용 리스크가 적은 AAA~B등급의 기업 대출은 216조3468억원에서 224조1029억원으로 3.58% 늘었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자금난을 겪는 경우가 많아 회사채 시장에서 등급을 받을 수조차 없는 기업들은 은행 대출로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CCC+등급 이하 기업 대출의 연체 규모는 지난해 말 7400억원에서 올해 7월 말 1조5673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은행의 총 여신 중 회수에 문제가 생긴 여신 보유 수준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기업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0.85%에서 올 상반기 0.98%로 증가했다. 4대 시중은행 고정이하여신비율이 0.2~0.3%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업은행의 부실 채권 부담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타 시중은행은 최근 기업 신용 등급이 낮을수록 대출을 보수적으로 내주고 있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기업 대출을 실행한 이후 연체가 발생해 신용 등급이 낮아진 기업이 포함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신용 리스크를 뒤로하고 기업 대출을 확대하는 모양새라 저신용기업에 대한 대출 증가세는 가파르다.

기업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도 기업은행의 기업 대출 부실 위험을 더 키울 것으로 관측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055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업황 경기 전망지수(SBHI) 조사에 따르면 이달 SBHI가 82.7로 집계됐다. 다음달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 업체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는 업체보다 많으면 100 이상으로 표시하고, 그 반대면 100 이하로 표시한다. 즉 82.7이란 수치는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아울러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등 코로나19 관련 금융 지원이 종돼며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중소기업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대출 채권의 부실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연합뉴스]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연합뉴스]

기업은행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적극적인 중소기업 지원에 따라 신용 위험이 높은 기업 여신이 많다”며 “면밀한 리스크 관리와 더불어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부실 우려 차주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손 충당금을 추가 적립해 손실 흡수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나며 기업은행의 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이 설립 목적인 정책금융기관인 만큼 부실 관리 수단에 대한 선택지가 제한적인 상황이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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