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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녹색 금융, 엇갈린 성적표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10.17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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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금융권의 기후 위기 인식이 높아지면서 화석 연료 산업에 대한 투자를 지양하고 친환경 산업에 투자 비율을 높이는 ‘녹색 금융’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다. 금융권도 녹색 금융 흐름에 발맞춰 가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들이 각기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며 희비가 갈리는 모습이다.

녹색 금융은 에너지, 환경 등과 관련된 금융 활동을 통합적으로 일컫는 말로, 금융 산업 발전, 경제 성장, 환경 개선을 동시에 추구하는 금융 형태다. 환경 개선 및 녹색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선 기업 역할이 가장 중요하지만, 금융 부문에서도 기업이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 의식으로부터 녹색 금융이 등장하게 됐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과 르네 반 헬 지속가능개발 대사가 미팅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과 르네 반 헬 지속가능개발 대사가 미팅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국내 금융권에서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이며 경영 전략을 세우는 곳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주요 금융사들은 일찌감치 중장기 경영 전략에 녹색 금융을 포함시켜 녹색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는 중이다.

금융그룹에선 회장들의 바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우선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6일을 시작으로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협력 확대 및 해외 투자자들과 현장 소통 강화를 위한 유럽 국가 기업설명(IR) 활동에 나섰다. 첫 일정으로 네덜란드 외교부 청사에 방문해 르네 반 헬 지속가능개발 대사와 최근 네덜란드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녹색 금융 투자 참여 등을 논의했다. 하나금융은 주요 관계사인 하나은행이 1979년부터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이번 함 회장의 미팅을 시작으로 향후 네덜란드 내에서 녹색 금융 투자 참여를 통한 영업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

함영주 회장의 녹색 금융 대외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함 회장은 지난해 11월 모건스탠리캐피탈 인터내셔널(MSCI) 헨리 페르난데스 회장과 만나 기후 위기로 인한 탄소중립 협력 방안과 하나금융이 ESG 금융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함영주 회장의 녹색 금융 및 ESG 분야 퍼포먼스는 업계에서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 신설된 그룹 ESG 부회장직을 맡아 녹색 금융 중점 목표를 수립하는데 앞장섰고, 지금까지 하나금융 성과는 ESG 경영 선도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함 회장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하나금융의 ESG 경영은 공신력 높은 기관에서도 높은 평가를 내렸다. 지난해 12월 미국 스탠더드 앤 푸어스 글로벌에서 발표한 ‘2022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 은행 산업 부문 평가의 환경 보고 등 부문에서 최상위 평가를 받으며 세계 1위를 달성했고, 국내에선 2021년 ‘2021 지속가능경영 유공 정부 포상’에서 종합 ESG 부문 대통령상을 받았다.

이석준 농협금융그룹 회장도 올해 초 ‘2023년 ESG 추진 계획’을 통해 탄소 중립 전략을 이행하고, 농업과 농촌에 특화된 ESG 금융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엔 ‘사회적 가치 및 녹색금융 협의회’를 주재하는 등 농협금융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석준 회장의 녹색 금융 관심은 그룹의 ESG 분야 투자를 본격화했다. 농협금융은 ESG 경영 체제로 완전한 전환을 목표로 해당 분야에 총 15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구성하고, 그린 리모델링, 스마트팜 지원, 태양광 정책 자금 등 친환경 녹색 투자 분야를 확대, 지원 방식을 다양화한다. 이미 2021년 기준 총 5조6650억원의 투자 성과를 달성해 목표에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의 채찍질도 금융그룹의 숨 가쁜 녹색 금융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말 ‘금융권 ESG 교육 과정’ 개설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금융그룹은 금감원과 발맞춰 탄소 중립 달성 및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중심축인 녹색 금융의 구체적인 취급 사례 및 글로벌 동향에 대해 살필 전망이다. 또 ESG 금융·녹색 금융 활성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기업 공시와 기후 리스크 관리, 상품 개발, 통상 분야 등에 대한 전문가 양성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세부 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금융사 직원과 더불어 중소기업 직원에게도 기회를 부여해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5월 열린 사회적 가치 및 녹색금융협의회에서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농협금융지주 제공]
지난 5월 열린 사회적 가치 및 녹색금융협의회에서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농협금융지주 제공]

녹색 금융 바람은 은행권에서도 활발하게 불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은 친환경 기업에 우대 금리, 평가 수수료 무료 등의 혜택을 주는 등 녹색 금융 지원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녹색 정책 금융 활성화 이차보전 협약 대출’을 출시했다. 한국형 녹색 금융 분류 체계(K-택소노미)에 해당되는 사업장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제공되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사업장 공정·산업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저금리로 대출해 주는 상품이다. 신한은행은 환경부와 녹색 정책 금융 활성화 사업 일환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적 자금을 지원하는 ‘녹색 정책 금융 활성화 대출’을 지난 8월 말까지 1조2000억원을 공급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탄소 중립 생활 실천 캠페인 ‘우리 탄생(탄소 중립 생활 실천) 캠페인’과 국내 금융권 최초 K-택소노미를 반영한 ‘ESG 금융 심사 시스템’을 전개, 구축했다.

하지만 녹색 금융 및 ESG 경영을 강조해 온 일부 금융사들이 녹색 경제 성장을 위한 행보에 나서는 한편, 석탄 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도 계속해 이중적 면모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8일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석탄 화력 발전 여신 잔액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산은의 지난해 말 기준 석탄 화력 발전 여신 잔액은 1조4061억원으로 전년 1조2215억원 대비 15.1% 증가했다. 해당 여신 잔액은 2019년 말 7763억원에서 2020년 말 1조770억원으로 1조원을 돌파한 뒤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그렸다. 전체 여신에서 석탄 화력 발전 사업의 비중은 2019년 말 0.4%, 2020년 말 0.5%, 2021년 말 0.5%, 2022년 말 0.6% 등으로 상승했다.

특히 산은의 해외 석탄 화력 발전 사업 여신액은 증가세다. 경제성 부족과 환경 파괴 논란에 휩싸인 인도네시아 석탄 화력 발전소에 거액 투자를 약속하며 14년 이상의 장기 석탄 금융을 금지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합의를 무색하게 만든 투자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수은 역시 석탄 화력 발전 사업 관련 여신 잔액이 2019년 말 2조1133억원이었으나 지난해 말 3조7255억원으로 76.2%나 늘었다. 전체 여신에서 석탄 화력 발전 사업의 비중도 2019년 말 2.0%에서 2020년 말 2.4%, 2021년 말 2.9%, 지난해 말 2.9%으로 증가세다.

2013년 국내 최초 녹색 채권을 발행했고, 2019년 4월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친환경 기업 금융 지원 및 기업 환경 경영 확산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친환경 경영 추진을 대내외적으로 홍보해 왔으나 산은과 마찬가지로 녹색 금융과 거리가 먼 석탄 화력 발전 사업을 위한 지원액은 최근 4년 간 확대되고 있다.

이를 두고 예산정책처 측은 “친환경 경영 추진과 동시에 해외 석탄 화력 발전 지원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 적절성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산은·수은의 ESG 경영과 배치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11일 열린 신규석탄발전중단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 회원들이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1일 열린 신규석탄발전중단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 회원들이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밖에도 한국은행이 2021년 11월 국제 비영리 단체 포지티브 머니로부터 녹색 금융 분야에서 ‘D-’ 성적표를 받고도 기후 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지난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이달 초까지 금융안정국의 기후 변화 관련 조사 연구 보고서 발간 건수는 총 10건에 그쳤다.

기후 위기 심각성이 대두되며 녹색 금융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자 새로운 표준인 ‘뉴 노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담론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금융사들의 행보에 따라 평가가 나뉘는 가운데, 적정 수준의 성과를 낸 곳은 녹색 금융을 선도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아쉬운 성적을 낸 곳은 녹색 금융 전환을 위해 구체적인 목표 설정과 석탄 발전 사업에 대한 비중을 줄이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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