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이수아 기자] 식품 업계에 가루쌀로 만든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부의 쌀 소비 촉진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가루쌀 제품 개발 사업에 본격 시동이 걸린 모양새다. 

가루쌀 제품은 밀가루 대체제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가루쌀은 쌀을 불릴 필요 없이 바로 빻아서 사용할 수 있는 쌀가루 전용 품종이다. 가루쌀은 겨울철 밀과 이모작이 가능하고 제분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쌀을 활용한 제품 생산에 용이하다. 가루쌀로 제품을 만들면 밀가루 제품과 같은 설비에서 생산할 수 있고, 수입 밀 비중을 낮출 수 있어 국제 곡류 물가 변동에 영향을 적게 받는다. 글루텐 함량이 낮아 밀가루 음식에 과민 증상이 있는 사람도 편하게 먹을 수 있다. 농진청은 2019년 국내 가루쌀 품종 ‘바로미2’를 개발했고, 정부는 품종 보급과 시장 조성을 위한 제품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가루쌀 재배를 통해 쌀 공급 과잉을 해결하고 밀가루 수요를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농축산부의 가루쌀 제품 개발 사업에는 하림, SPC, 해태제과, 농심 등 15개 식품업체와 지역 유명 빵집 19개 업체가 선정됐다. 식품업체는 올해까지 가루쌀 제품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역 빵집에서 탄생한 신제품은 지난 8월 18일 쌀의 날 신세계백화점에서 열린 팝업스토어를 통해 미리 소비자를 찾아간 바 있다.

SPC는 8월 미각제빵소 가루쌀 식빵과 가루쌀 휘낭시에를 출시했다. 가루쌀 식빵은 밀가루에 가루쌀을 혼합한 탕종 방식으로 반죽했고, 가루쌀 휘낭시에는 100% 쌀로 만들었다. SPC 관계자는 “가루쌀의 밀가루 대체 여부는 제품마다 다르지만, 휘낭시에처럼 밀가루 점성이 필요치 않은 제품의 경우 100% 가루쌀로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글루텐 함량이 낮은 박력분을 사용하는 제품이라면 가루쌀로 대체가 가능하단 설명이다. 

10월 현재 SPC의 가루쌀 제품은 전부 판매됐다. 가루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SPC는 가루쌀 제품 생산이 정부 지원으로 진행되기에 가루쌀 할당량이 정해져 있다고 밝혔다. 

하림도 8월 가루쌀로 만든 닭육수 쌀라면 2종을 출시했다. 하림은 가루쌀의 특징을 살리면서 제면하기 위해 가루쌀과 밀가루를 혼합해 개발했다. 하림 관계자는 가루쌀 첨가 시 밀가루 면보다 식감이 쫀득하고 부드러우며 맛과 향, 식감 등이 일반 밀가루 라면과 약 90%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관능 평가에도 면의 만족도 긍정 응답 비율이 80% 이상이었다. 

하림 관계자는 “적정 가루쌀 첨가량을 찾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어려움을 밝혔다. 가루쌀 비중을 낮추면 가루쌀 특징이 드러나지 않고, 많이 넣으면 제면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림 닭육수 쌀라면 판매처는 아직 적지만, 11월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입점 계획을 잡고 있다. 

해태제과는 3일 가루쌀로 만든 오예스 위드미를 출시했다. 전량 수입 밀가루로 만들던 오예스에 국산 가루쌀을 섞었다. 가루쌀의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은 적극 활용하고, 밀가루만 사용하던 원료에 쌀 원료를 넣었을 때 떡처럼 약간 거칠어지는 단점은 전분 등을 활용한 가공기술로 해결했다.

가루쌀과 밀은 품종 자체가 다르고 글루텐 등 쌀가루에는 없는 성분이 밀가루에는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완전한 대체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혼합해 사용하는 경우 기존 밀가루 제품과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7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세종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이수용 교수팀과 공동으로 수행한 '가루쌀 혼합 비율에 따른 라면 가공적성 연구'에서 밀가루 사용량 20% 이내를 가루쌀로 대체해도 품질면에서는 비슷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농진청은 이번 연구 결과를 라면 생산에 적용하면 연간 7.7만톤의 밀가루를 가루쌀로 대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루쌀로 만든 빵, 제과 제품은 현재 각 지역 가루쌀 빵지순례 매장에서 맛볼 수 있다. 농협에서도 가루쌀로 만든 우리쌀칩 제품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