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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공사비 갈등, 조정안은 실효성 논란까지...해결책은?

  • Editor. 박대연 기자
  • 입력 2023.11.0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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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박대연 기자] 전국 곳곳에서 공사비를 둘러싼 잡음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공사를 마쳤거나 공사 중인 상황에서 철근·콘크리트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등을 이유로 공사비를 불가피하게 인상해야 한다는 건설사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발주처 및 조합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공사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 갈등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제시한 해결책에 대해선 실효성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 갈등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제시한 해결책에 대해선 실효성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건설사 “공사비 증액” vs 대기업 “계약대로”

8일 업계에 따르면 NHN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일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해 NHN 데이터센터 건립 취소를 공식화했다. 양사는 최근 건축 시장 위축과 글로벌 경기 변동 여파로 투자환경이 악화해 데이터센터 건립이 더는 어려워 추진을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NHN이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건립 계획을 발표한 지난 2020년 6월 당시 공사비는 880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자재 값 폭등과 금리 인상으로 공사원가가 오르자 공사비가 18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양사 간 공사비 분담에 대한 실마리를 찾지 못해 지난해 연말부터 공사를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고, 김해시가 약 25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갈등을 해결하지 못했다.

KT도 쌍용건설, 현대건설과 공사비 분쟁을 겪는 중이다. KT는 건설사들과 도급공사계약을 맺을 때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적용하고 있다. 물가변동 배제 특약은 공사 기간 물가변동이 있더라도 계약금액을 조정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조항이다.

지난 4월 쌍용건설은 성남 판교 KT 신사옥 건립 공사를 준공했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7월부터 물가 인상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분 171억원을 요구했지만, KT측에서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쌍용건설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달 30일 국토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고, 다음날 쌍용건설 직원과 협력업체 30여명이 KT 판교 신사옥 공사 현장에서 KT에 물가인상분이 반영된 공사비를 요구하는 유치권 행사에 돌입하며 집회를 열었다.

현대건설도 KT 광화문 웨스트 사옥의 리모델링 공사에서 300억원이 넘는 공사비 인상분을 두고 같은 이유로 갈등을 겪고 있다. 계약 공사비는 총 1800억원이었으나, 2년간의 공사 기간 동안 비용이 급증하며 공사비가 17% 이상 증가했다. 2021년 9월에 착공한 리모델링 공사는 이달 완공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31일 쌍용건설과 하도급 업체 직원들이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쌍용건설 제공]
지난달 31일 쌍용건설과 하도급 업체 직원들이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쌍용건설 제공]

시공사 “공사비 증액” vs 조합 “공사비 검증 요청”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에서도 공사비를 둘러싼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총 2678가구를 짓는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8월 재건축조합에 평당 공사비를 660만원에서 898만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공사가 요청한 추가 공사비는 총 2168억원으로 이는 조합원 1인당 1억4000만원에 달하는 분담금이 추가된다. 시공사 측은 문화재 발굴 등으로 지연이 발생했고, 공사원가 급등, 설계변경 등으로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조합과 조합원들은 이러한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25-55번지 일대에 위치한 장위6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도 공사비 갈등을 겪고 있다. 조합은 앞서 2010년 시공사로 선정된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현 포스코이앤씨) 컨소시엄과 50여차례에 걸친 공사비 협상에 나섰지만 좀처럼 합의안이 도출되지 못하고 2017년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재선정하고 2019년 3.3㎡당 426만6900원의 공사비로 지하 3층~지상 33층, 총 15개 동 1637가구의 아파트와 부대 복리시설 등을 짓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대우건설은 올해 4월 자재와 인건비 인상분을 반영해 3.3㎡ 600만원 수준으로 공사비를 조정해 달라 요청했으나 조합은 일방적인 공사비 인상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수차례 협상을 진행했으나 의견이 모이지 않았고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의뢰했다. 현재까지도 정확한 액수의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잠실진주아파트 조감도. [사진=서울시 제공]
잠실진주아파트 조감도. [사진=서울시 제공]

공사비 갈등 중재안에도 업계 반응은 ‘싸늘’

이처럼 분쟁이 잇따르는 건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각종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그리고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자재 반입 지연, 노조파업으로 인한 철근·콘크리트 공사 중단 등 추가적인 악조건이 많았기 때문이다. 건설사로서는 공사비 인상분을 받지 못하면 사실상 손해를 겪게 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하는 공사비지수(기준점 100)는 9월 153.67(잠정치)로 3년 전(119.87)보다 28.2% 올랐다.

조합의 공사비 적정 여부 검증 요청도 증가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조합의 공사비 적정 여부 검증 요청 사례는 총 23건이다. 제도가 도입된 2018년에는 1건에 불과했지만 2020년 13건, 2021년 22건, 지난해 32건 등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계속되는 건설업계의 신음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올해 8월 국토부는 민간공사에 물가변동 조정방식을 구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고시 개정안을 내놨다.

아울러 지난달 20일부터는 ‘분쟁구역 전문가 파견 제도’를 시행하며 건설현장에 공사비 분쟁 조정 전문가를 파견하고 있다. 조합이나 시공사가 기초자치단체에 전문가 파견을 신청하면 기초자치단체가 검토 후 광역자치단체에서 3~4명으로 구성된 전문가단을 구성하고 파견해 갈등을 중재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은 국토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조정안에 대해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이다. 구체적인 중재 가이드라인이 없는 데다 민간공사 자체가 조합과 시공사의 사적 계약으로 진행되는데 공공이 이를 강제하는 것에 대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보다 강력하고 강제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부동산원 검증이나 사설 기관 검증으로는 공사비 증액에 대한 양측 입장을 조율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공사비 증액의 상한선을 두거나 증액된 공사비를 검증해 주는 제도를 만드는 등 강제성 있고 신뢰성 있는 기관의 검증을 통해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현재 공사비를 두고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이 심화되며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며 “조정이나 중재를 신청했지만 가이드라인이 없고, 정부에서 발표한 대응책도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사비 갈등은 늘 있었지만 최근 벌어지는 상황은 이례적인 상황이다”며 “공사 진행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국가가 진행하는 주택 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제정, 공사비 조정 논의 기구 창설 등 정부의 구체적인 방안 모색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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