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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의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검토 중단, 그 배경과 이유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11.22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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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애초부터 ‘새드앤딩’이었을까. 막상 뚜껑을 열어봤더니 당초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던 까닭이었을까.

우리금융그룹의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검토가 중단되면서 임종룡 회장까지 나서 강조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계획에 일대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리금융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추진을 중단했다고 지난 20일 공시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그룹 저축은행부문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인수를 검토했으나,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사진=우리금융그룹 제공]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사진=우리금융그룹 제공]

인수 중단 발표가 나자 금융권에선 예상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이 인수를 추진한다고 밝혔을 때부터 시장은 이례적이란 평가를 내놓은 바 있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금융은 이미 계열사로 우리금융저축은행을 두고 있다. 기존 영위하고 있는 사업에 계열사를 추가 인수해 몸집을 불리기엔 인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 매물인데다, 상상인저축은행이 기존 금융 계열사와 시너지를 기대하기에도 적절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또 성장이 더딘 저축은행이라는 점도 걸림돌이었다. 실제 저축은행은 요즘 저실적·저성장이라는 깊은 늪에 빠져있다. 금감원이 집계한 올 상반기 저축은행 당기순손실은 962억원으로, 전년 동기 8956억원이던 당기순이익과 비교해 9918억원 감소해 적자 전환했다. 앞으로도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 이러한 불황은 심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게다가 상상인저축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리스크가 산재한 상태였다. PF 대출을 꾸준히 늘려온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부터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리스크가 커지면서 안정성 문제를 지적받아 왔다.

올 2분기 상상인저축은행 경영 공시에 따르면 부동산 PF 대출 잔액 4015억원 중 연체액만 567억원으로 연체율이 14.12%나 된다. 저축은행 업계에서 OK저축은행 다음으로 연체액이 높고, 연체율은 업권 중 가장 높다. 또 높은 예적금 금리를 내세워 공격적인 영업을 진행해 왔으나, 지난해 수신 유치 경쟁에 따른 조달 비용 상승 등으로 올 2분기 7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앞서 상상인은 2019년 불법 대출과 허위 보고, 의무 대출 비율 미준수 등으로 제재를 받았고, 유준원 대표가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지 못해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주주 지분 매각 명령을 받았다.

문제는 우리금융 자본 상황이 상상인저축은행 부실을 떠안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금융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올 3분기 기준 12.1%로 올해 초 목표한 12%를 겨우 넘겼는데,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가장 낮았다. CET1은 총자본에서 보통주로 조달되는 자본의 비율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중 하나다. 위기 상황에서 금융사 자본 여력을 가늠하고 손실 능력 흡수 능력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로 여겨진다.

상상인저축은행 본점 전경 [사진=연합뉴스]
상상인저축은행 본점 전경 [사진=연합뉴스]

매각 중단 공시 발표까지 우리금융과 상상인저축은행은 상반된 목소리를 내며 잡음은 계속됐다.

우리금융은 인수 중단의 가장 큰 배경으로 상상인저축은행의 높은 인수가를 앞세웠다. 시장에선 추정 가격을 5000억원까지 추산했지만, 우리금융 내부에선 2000억원 이상 값을 치르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수천억원의 가격차는 우리금융이 애초 인수 의사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목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아 검토를 중단했다”며 “공시에 나온 내용이 전부”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상인저축은행 측은 우리금융 행보에 당황하는 눈치다. 우리금융이 자의적으로 인수를 선언했다가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일 뿐 실제로 가격 협상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상상인저축은행 측은 “제안 가격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비은행 강화를 위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우리금융 플랜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모양새다. 우리금융은 다각도로 증권사와 보험사 등 좋은 비은행 인수합병(M&A) 매물을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입맛에 딱 들어맞는 대상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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