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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양종희 호, 현안 해결 위한 변화 혹은 안정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11.2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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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9년 만에 수장을 교체한 KB금융그룹 정기 인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종희 호가 닻을 올린 가운데 양종희표 진용을 새롭게 꾸리며 과감한 변화를 택할지, 아니면 안정을 택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KB금융은 제7대 양종희 회장 취임식을 가졌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임시 주주 총회를 열고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하는 내용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을 의결했다. 양 회장은 윤종규 전 회장 뒤를 이어 2026년 11월까지 KB금융을 이끈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21일 취임식을 가졌다. [사진=KB금융그룹 제공]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21일 취임식을 가졌다. [사진=KB금융그룹 제공]

양 회장은 임시 주주 총회 당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는데, 실제 리딩 금융 수장으로서 그의 앞에 놓인 과제들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권 현안으로 거론되는 상생 금융에 대한 압박과 윤종규 전 회장이 다져 놓은 KB금융의 리딩 금융 타이틀을 수성해야 하는 임무 등 양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양종희 회장이 산더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인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KB금융의 11곳 계열사 중 9곳을 맡은 대표 10명의 임기는 올해까지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 황수남 KB캐피탈 대표, 서남종 KB부동산신탁 대표, 허상철 KB저축은행 대표,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이다. KB금융은 통상 12월 중순 대표이사추천위원회를 통해 인사를 단행하는데, 양 회장이 새롭게 수장으로 올라선 만큼 향후 계열사 최고 경영자(CEO) 거취에도 관심이 모이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주목해야 한다는 전망을 우세하게 보고 있다. 금융권에선 양 회장이 ‘양종희 체제’를 구축할 필요성을 느끼고 윤종규 전 회장과 다른 본인의 색깔 내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그룹 내부에선 조직 개편 및 인사와 관련한 사항을 보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업계에선 양종희 회장이 올 3분기를 포함 경영 실적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그 과정에서 명분이 생기면 교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B국민은행은 리딩 뱅크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나머지 계열사는 다른 금융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변화라는 결단을 내리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KB금융이 지난달 발표한 ‘2023년 3분기 경영 실적’에 따르면 연결기준 주요 계열사별 손익 현황에서 KB손해보험과 KB국민카드, KB자산운용, KB캐피탈 등이 3분기 누적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악화된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몇몇 계열사는 현재 CEO가 연임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KB증권이다. 김성현·박정림 대표는 2019년 취임해 올해까지 5년 동안 KB증권을 이끌며 올해도 양호한 실적을 거뒀으나, 이미 오랜 기간 임기를 보냈다. 게다가 박 대표는 이번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1차 숏리스트에 양 회장과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고, 라임펀드 판매 관련 금감원으로부터 문책 경고를 받아 현재 금융위원회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문책 경고 이상의 제재가 확정될 경우 연임은 불가능해진다.

일반적으로 그룹 회장 취임 후 계열사 CEO를 물갈이했던 금융권 관행대로라면 상당수 CEO가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진옥동 회장 취임 전인 지난해 12월 핵심 계열사인 신한카드, 신한라이프에 새로운 CEO가 선임됐고, 우리금융그룹의 경우도 임종룡 회장이 연초 우리종합금융, 우리카드, 우리캐피탈 등 임기 만료된 자회사 대표 7명을 전원 교체했다. 양종희 회장도 매우 혁신적인 인사를 단행한 바 있어 대대적으로 대표 물갈이를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양 회장은 2016년 KB손해보험 대표이사를 맡을 당시 대규모 조직 개편을 시행하는 동시에 책임 경영 강화 일환으로 총괄 체제와 유닛 형태의 신규 조직 모델을 도입했다.

하지만 윤종규 전 회장이 일궈낸 리딩 금융을 수성하기 위해서 안정을 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권에선 이미 완성된 외연을 양 회장이 추가로 확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양 회장도 지난 17일 임시 주총에서 “그동안 이사회와 윤종규 전 회장이 추진해 왔던 중장기 관리 방안과 주주 환원 강화 정책을 적극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조직 안정에 힘을 더할 뜻을 내비쳤다.

고금리·고물가, 경기 둔화 등 대내외적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 만큼 대규모 변화를 주기에도 부담될 전망이다. 아울러 당국 압박이 점차 거세져 상생 금융을 가장 먼저 선결해야 할 과제로 꼽는 가운데, 현 대표 체제를 조금 더 끌고 가 당국 요구를 빠르게 해결하는데 집중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양종희 회장이 취임 후 안정을 추구해 소폭 변화만 줄 것이란 ‘온건론’도 제기된다. 내부 혼란을 최소화해야 하는 만큼 그동안 안정적인 성과를 낸 계열사 대표들은 유임시키고, 분위기 쇄신이 필요한 계열사 대표들은 교체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사진=KB국민은행 제공]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사진=KB국민은행 제공]

연말까지 한 달의 시간이 남은 가운데, KB금융은 신중하게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양종희 회장이 첫 출근 당시 취재진 질문에 아직 인사 방향에 대해 준비가 안 됐다고 말했다”면서 “어느 방향으로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힐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주요 계열사들도 양종희 회장이 이제 취임한 터라 상황을 지켜보고, 과정을 거쳐 인사 결과가 나와 봐야 하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양종희 회장도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사령탑에 올라 처음 단행하는 인사인 만큼 이번 연말 인사는 ‘양종희 시대’의 첫 과제이자, 경영 방향성을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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