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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밉상’으로 전락한 카카오는 기사회생할 수 있을까?

  • Editor. 현명희 기자
  • 입력 2023.12.0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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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현명희 기자] 위기일까, 기회일까? 카카오가 또다시 기로에 섰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의혹 등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겸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 위원이 직접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내부 부조리에 대해 공개적으로 폭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하자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직접 나서면서 논란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으나 카카오 내부 시스템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이미 커질 대로 커진 형국이다.

상황이 꼬일 대로 꼬이자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카카오 경영 쇄신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면서 지난달 새롭게 출범한 준신위와 ‘경영쇄신위원회’에 시선이 모인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전화위복’의 핵심 키가 이들 기구 손에 쥐어진 까닭이다. 국민 메신저 앱 카카오톡을 필두로 폭풍 성장하던 카카오가 이 난국을 타개하고 심기일전할 수 있을지 세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과 김소영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장 및 1기 위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과 김소영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장 및 1기 위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욕설로 다시 시작된 논란

지난달 28일 김정호 위원이 조직장들과의 회의 중 “씨X 여기는 왜 다 개X신들만 모여 있느냐”며 다수 직원에게 들릴 정도로 고성을 지른 사건에서 불씨가 지펴졌다. 업계에선 김 위원이 발달장애인 고용을 촉진하는 사회적기업 베어버터를 직접 설립하고 운영해 온 이력도 있었던 만큼 욕설에 대한 충격의 여파가 컸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다음날인 29일 김 위원은 개인 SNS 계정을 통해 빠르게 해명 아닌 해명인 장문의 글을 업로드했다. 그는 욕설이 있었던 회의를 “문제의 제주도 회의”라고 지칭했다. 이어 자세한 설명으로 “내년 1월에 시작될 제주도 프로젝트에 금년 12월에 완공되는 카카오 AI 캠퍼스 건축팀 28명을 투입하자고 제안했다”며 “그런데 갑자기 뜬금없이 그 팀은 제주도에서 싫어할 거고 이미 정해진 업체가 있다고 한 명의 임원이 주장해 그 정해진 업체를 어떻게 정했냐니까 그냥 원래 정해져 있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은 이에 폭발하며 “이런 개X신 같은 문화가 어디 있냐”면서 “내부 팀이 있는데 외부 업체를 추가 비용을 들여서 결재도 없이 쓰자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고, 이어 “조금 후 제가 너무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며 “특히 개X신이라는 용어를 쓴 것에 사과한다고 3번 정도 이야기했다”고 적었다.

김 위원이 사건의 자초지종을 자세하게 풀어놓으면서 해당 글에는 다수의 ‘좋아요’와 응원의 내용을 담은 댓글들이 함께 달렸지만, 업로드된 이후부턴 그간 수면 아래서만 맴돌던 카카오 내부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들이 김 위원에 의해 불거지면서 파장을 낳았다.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겸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이 개인 SNS 계정 페이지에 직접 사건에 대해 해명하는 글을 업로드했다. [사진출처=김정호 위원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겸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이 개인 SNS 계정 페이지에 직접 사건에 대해 해명하는 글을 업로드했다. [사진출처=김정호 위원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제주도 회의와 관련된 내용 외에도 김 위원이 추가적으로 문제라고 언급했던 점들은 ▲경영진 혹은 측근에 편중된 보상 ▲불투명한 업무 프로세스 ▲견제 없는 특정 부서의 독주 ▲특이한 문화와 만연한 불신과 냉소 ▲휴양시설∙보육시설 문제 ▲골프장 회원권과 법인카드∙대외협력비 문제 ▲데이터센터(IDC)∙공연장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의 끝없는 비리 제보 문제 ▲장비의 헐값 매각 문제 ▲제주도 본사 부지의 불투명한 활용 등이다.

김 위원은 그중 남녀 직원의 소득 격차, 불필요한 골프장 회원권 소유, 내부 보육 시설 부족, 성과급의 가시성 확보, ‘상후하박’ 구조 문제 등은 개선을 진행했다고도 밝혔다.

◆ 문제 해결의 ‘빌미’를 제공하다

김 위원은 지난 9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삼고초려 끝에 카카오 경영 쇄신을 위해 영입한 인물로, 김 위원이 속한 CA협의체는 카카오 그룹의 전략을 수립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곳이다.

일부는 이번 사건 이후 그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지만, 위기 대응에 주력해야 하는 인물이 카카오 위기를 오히려 ‘키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랐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 덕분에(?) 카카오는 의도와는 무관하게 그간 외면해 왔을지 모를 내부 문제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제대로 직면해야 하는 상황과 맞닥뜨리게 됐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김 위원이 언급한 문제 중 특히 IDC와 K팝 공연장 서울아레나 공사에 대해서는 지난달 28일 김 창업자도 경영쇄신위원회를 통해 공사 업체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철저한 재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카카오 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카카오 관계자에 따르면 IDC 건설 업체 선정이 특정 업체에 몰아주는 ‘수의계약’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지난 10월 준공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은 총 3곳의 건설사가 참여하는 공개 입찰을 거쳐 시공사를 선정했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건은 경영쇄신위원회에서 논의된 바 없으며, 김 창업자가 언급했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논란이 된 김 위원 발언에 대해서도 업다운뉴스 취재진에게 “김정호 위원이 개인 SNS 계정을 통해 해명한 제주도 프로젝트 관련해선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던 게 맞는지 내부 조사 중”이라며 “해당 프로젝트 진행 상황도 현재로선 답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 ‘전화위복’ 가능할까

사건은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조기 진화됐다. 지난달 30일 홍 대표는 회사 사내 게시판을 통해 “데이터센터 안산, 서울 아레나, 제주도 센터 등과 김 위원이 제기한 다른 의혹들에 대해 그룹 준법경영실과 법무법인을 중심으로 조사단을 꾸려 감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 발언을 시작으로 홍 대표까지 나서면서 결과적으론 몇몇 논란에 대한 해결의 물꼬가 트인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기존 기득권(특히 각종 카르텔)의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 것이고 음해와 투서, 트집 잡기 등이 이어질 것이며 그동안 착하게 살며 잘 만들어 놓은 브랜드 이미지만 나빠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으나 그의 ‘정면돌파’가 도리어 문제 해결을 앞당긴 셈이 됐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 지난달 30일 회사 사내 게시판을 통해 김정호 위원이 언급한 문제들의 진행 상황을 알렸다. [사진=연합뉴스]
홍은택 카카오 대표. 지난달 30일 회사 사내 게시판을 통해 김정호 위원이 언급한 문제들의 진행 상황을 알렸다.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 입장도 실제로 강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김 위원은 검찰 조사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으며, 검찰 조사가 들어올 경우 지금까지 받은 카카오 임원 비위와 관련된 제보 내용들을 모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가 진행되지 않으면 외부 로펌을 통해서라도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전해, 욕설과 폭로로 문제를 키웠다지만 그만큼 해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의 의지가 현재 카카오가 놓인 위기 상황을 기회로 바꾸어 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창업자도 지난달 23일 준신위 첫 회동 자리에서 “카카오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속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빠른 성장을 추구해 왔으나 그 과정에서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추는 게 미흡했던 것 같아 아쉽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창업자는 “지금이라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자 위원회 구성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지난달 13일 기구 출범 예고 당시에는 “준법과신뢰위원회와 경영쇄신위원회를 통해 외부 통제도 받으며 빠르게 쇄신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던 기업으로 초심으로 새로운 카카오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창업자 의지도 이처럼 기구를 설립할 만큼 강하기에 같은 방향을 향하는 김 위원의 추진력에도 큰 힘이 붙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김 위원과 관련된 사안 외에도 카카오에는 현재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의혹으로 검찰의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2일 카카오 판교아지트 소재 카카오 그룹 일부 사무실에 압수수색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배경엔 카카오가 드라마제작사를 고가로 인수했다는 의혹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산 넘어 산’인 카카오가 총체적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이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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