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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정유’ 속도 내는 정유업계...미래 먹거리 ‘액침냉각·SAF’ 시장 정조준

  • Editor. 박대연 기자
  • 입력 2023.12.0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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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박대연 기자] 전 세계적인 탈탄소 기조,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등으로 정유사업의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국내 정유업계가 ‘액침냉각유’과 ‘바이오 항공유(SAF)’ 등을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는 불안정한 글로벌 유가와 정제마진에 따라 수익성이 변하는 석유사업 부문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성장하는 미래 산업 분야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국내 정유 4사가 기존 석유사업의 의존도를 줄이고, ‘액침냉각유’과 ‘SAF’ 등 신사업 공략을 가속화하며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정유 4사가 기존 석유사업의 의존도를 줄이고, ‘액침냉각유’과 ‘SAF’ 등 신사업 공략을 가속화하며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차세대 열관리 기술...‘액침 냉각’ 사업 확대

최근 데이터센터,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용 배터리 등 전력 소비가 증가하면서 기기 발열을 잡는 액침 냉각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액침 냉각 기술은 서버, 배터리 등 열이 발생하는 전자기기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전도성 액체에 직접 담가 냉각하는 차세대 열관리 기술이다. 공기를 이용하는 기존 방식 대비 에너지를 30% 낮출 수 있어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세계 데이터 서버·전기차·충전기 관련 액침냉각 시장은 2030년 17억1000만달러(2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2억4400만달러인 시장 규모는 연평균성장률(CAGR) 24.2%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에서 액침냉각유 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곳은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다. 지난 10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손잡고 업계 최초로 선박용 ESS 액침 냉각 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최근에는 SK엔무브의 특수냉각유를 사용한 SK텔레콤의 액침 냉각 기술이 검증을 마치기도 했다.

SK엔무브는 고품질 윤활기유를 원료로 냉각효율과 안전성을 높인 액침 냉각 플루이드를 개발해 향후 개화할 ESS, 데이터센터, 전기차용 배터리 등의 열관리를 위한 액침냉각 시장에서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시스템 전문기업인 미국 GRC에 2500만달러의 지분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미국 PC·IT 솔루션 기업 델 테크놀로지스와 기술 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액침냉각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GS칼텍스도 지난달 16일 자사 윤활유 브랜드 킥스를 통해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전용 윤활유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S’를 출시하며 열관리 시장에 진출했다. 이번에 출시한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유 외에도 전기차나 배터리 기업과 협력해 관련 설비의 액침냉각 기술 적용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분야별로 특화된 액침냉각 기술 개발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에쓰오일 역시 액침 냉각욕 윤활유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며, HD현대오일뱅크도 사업 참여를 검토 중이다.

GRC의 일렉트로세이프 플루이드 파트너 프로그램 이미지. [사진=SK엔무브 제공]
GRC의 일렉트로세이프 플루이드 파트너 프로그램 이미지. [사진=SK엔무브 제공]

빗장 풀린 SAF 사업 확대도 본격화

정유업계는 또 다른 먹거리인 SAF 사업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 SAF는 동물성·식물성 기름, 해조류, 도시 폐기물 가스 등 바이오 대체 연료를 사용해 생산한 항공유를 뜻한다. 수급에서 소비까지 전 단계에 걸쳐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감축하는 것이 특징이다.

유럽연합(EU),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친환경 탄소중립 가치 실현을 위해 SAF 중심 항공유 시장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기술 개발 및 사용 확대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1년 7억4550만달러에 불과했던 SAF 시장 규모는 2025년 100억달러에 육박한 후 2027년 215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특히 2022~2027년 연평균 시장 성장률은 47.2%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이 성장성이 뚜렷한 시장이지만 그동안 국내 정유사는 기존 법 상 ‘석유 정제 제품’만을 팔 수 있어 SAF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석유 및 석유대체 연료 사업법’ 개정안이 의결되며 정유사가 바이오연료, 재생합성연료 등의 사업도 영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정유사가 SAF를 생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법 개정에 앞서 SAF 개발을 준비해 온 국내 정유업계는 진입 장벽이 제거됨에 따라 본격적인 시장 진출에 나설 예정이다. 4대 정유사 중 가장 앞선 GS칼텍스는 지난 6월부터 정부에서 실시하는 SAF 실증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9월부터 11월까지 대한항공과 총 6회의 SAF 실증 운항을 진행했다. 내년까지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2026년에 국내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다.

아울러 GS칼텍스는 국내 정유사 최초로 바이오연료에 대한 국제 친환경 제품 인증 ‘ISCC EU’를 취득하며 원료 수급부터 제조, 판매 등 전 과정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인도네시아에 2600억원을 투자해 바이오 원료 정제 시설을 건설하는 내용의 합작투자 협약을 체결, 안정적 원료 수급을 통한 공급망 강화에 착수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7년까지 울산콤플렉스(CLX)에 SAF 생산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탈탄소 기조에 따른 연료 수요 구조 변화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생활폐기물을 가스화해 합성원유를 생산하는 미국 펄크럼에 260억원을 투자하며 생활폐기물을 활용한 합성원유 생산 등 바이오에너지 사업을 추진 중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을 활용한 SAF를 생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충남 대산 공장에 연산 13만톤 규모의 차세대 바이오디젤 제조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대산공장 일부 설비를 연산 50만톤 규모 HVO 생산설비로 전환할 예정이다. 앞서 2021년에는 대한항공과 SAF 제조·사용 기반 조성 협력을 위한 협약도 맺은 바 있다.

에쓰오일은 2021년 삼성물산과 친환경 수소 및 바이오 연료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양사는 바이오 디젤과 항공유 등 차세대 바이오 연료 사업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해외 인프라를 활용한 원료 공급망 구축 및 생산 등을 추진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6월부터 정부에서 실시하는 SAF 실증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대한항공과 9월부터 11월까지 총 6회의 SAF 실증 운항을 진행했다. 사진은 실증 운항을 위해 급유 되는 SAF. [사진=대한항공 제공]
GS칼텍스는 지난 6월부터 정부에서 실시하는 SAF 실증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대한항공과 9월부터 11월까지 총 6회의 SAF 실증 운항을 진행했다. 사진은 실증 운항을 위해 급유 되는 SAF. [사진=대한항공 제공]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적인 탄소 감축 기조에 맞춰 정유사들이 시장 기대치가 높은 액침냉각유와 SAF 사업 등 새로운 사업 발굴과 시장 선점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열관리, 에너지 효율에 대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는 만큼 액침냉각유 수요가 늘어나고 시장도 충분히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SAF 사업도 최근 개정안이 의결되며 숨통이 트였다”며 “정유사들이 본격적으로 개발과 투자를 진행하겠지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SAF 생산 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보조금 지원 등 정부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확실한 유가와 정제마진 전망에 기존 석유사업의 의존도를 줄이고, 신사업 공략을 가속화하는 등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정유사들이 미래 먹거리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지 향후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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