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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D 재개 100일, 증권사 동상이몽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12.1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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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지난 9일 차액결제거래(CFD) 재개 100일을 맞았다. 금융당국이 관련 규정을 대폭 손질하면서 재개 이후 투자자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CFD를 두고 증권사 간 동상이몽이 나타나는 모양새다.

소시에테제네랄(SG)발 주가 폭락 사태의 주요인이었던 CFD가 몰락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7일 증거금이 포함된 국내외 CFD 명목 잔고는 1조16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CFD가 재개된 지난 9월 1일 기록한 1조2703억원에 비해 8.4% 줄어든 수치다.

KB증권은 내년부터 해외 주식 CFD를 중단한다. [사진=KB증권 제공]
KB증권은 내년부터 해외 주식 CFD를 중단한다. [사진=KB증권 제공]

금융당국이 CFD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거래를 재개하면서 기대감은 높아졌으나 예상 외로 거래 부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CFD 규제뿐만 아니라 내부 기준도 강화함에 따라 거래가 부진한 것으로 평가했다. 증권사들은 고객별 신용 공여 한도를 낮추거나 저유동성 종목의 증거금률을 상향했다. 예를 들어 KB증권은 자체적으로 신용 등급이 일정 수준 이상인 고객에 한해 CFD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제한했고, 교보증권은 고객별 신용 공여 한도를 최대 30억원으로 묶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스스로 규제를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니 거래 자체도 부진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대형 증권사에 집중돼 나타난다. 수익원이 다양한 대형사의 경우 CFD로 발생하는 수익이 미미할 뿐만 아니라, 신용 공여 한도에 CFD 잔고가 포함된다는 점, CFD를 향한 대중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다는 점이 실(失)로 작용한다. 또 업계 일각에선 규제 강화 후 대형사들이 빠르게 결정을 못 내리는 사이 중소형사에 선점 효과를 내준 것으로 보기도 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내년부터 해외 주식 CFD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규 진입이 불가한데다 기존 해외 주식 CFD 고객도 포지션을 올해 안으로 청산해야 한다. 해외 주식 CFD도 보완 사항을 준비했는데 실시간 리스크 관리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서비스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증권사 중 해외 주식 CFD 서비스를 중단한 것은 KB증권이 처음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야간에 거래되는 해외 주식 CFD 경우 투자자들의 실시간 리스크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 “고객 보호 차원에서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CFD 거래를 재개하지 않은 곳도 있다. 하나증권과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DB금융투자증권 등은 재개 또는 종료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심지어 CFD 규모가 가장 컸던 키움증권도 중단 조치 해제 이후 재개를 준비했으나 시점은 여전히 미정이다.

하지만 중소형 증권사들은 서비스 재개 및 확대에 나서는 형국이다. 대형사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빈틈을 노려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중이다.

중소형사들은 CFD가 가져올 이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중소형사들의 주요 먹거리였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기업금융(IB) 사업이 침체된 가운데, 사업 다각화, 리테일 강화 등 수익 다변화 측면에서 매력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또 당장은 CFD가 주가 조작에 악용됐다는 부정적인 인식 탓에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지만, 세제 혜택을 누리려는 고액 자산가들이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CFD는 투자자가 주식의 실제 보유 없이 가격 변동분에 대한 차액만 정산하도록 하는 장외 파생 상품으로 전문 투자자만 거래 가능하다. 따라서 수익을 얻으면 22%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하는 해외 주식 직접 투자와 달리 세금 부담이 11%에 불과해 절세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실제 몇몇 증권사는 CFD 등 세제 혜택 금융 상품을 출시하는 중이다.

하이투자증권 미국 주식 CFD 서비스 오픈 [사진=하이투자증권 제공]
하이투자증권 미국 주식 CFD 서비스 오픈 [사진=하이투자증권 제공]

하이투자증권은 지난달 27일 CFD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미국 주식 시장 정규 시간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나스닥100 지수, 다우존스30 산업 평균 지수의 구성 종목 및 상장지수펀드(ETF)를 대상으로 ‘미국 주식 CFD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지난 9월 국내 주식 대상 CFD 서비스를 신규로 도입한 데 이어 이번에 미국 주식으로 거래 범위를 확대했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 9월 CFD가 재개되면서 하이투자증권도 국내 주식을 대상으로 서비스 오픈했고, 최근 미국 주식까지 (서비스) 오픈을 하게 됐다”면서 “투자자가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 확대를 위해 도입했다. 지금 제공하고 있는 종목이 제한적이다. 향후 거래 가능한 종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CFD를 두고 증권사 간 동상이몽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파이는 정해져 있는데, 대형사들이 계산기를 두드리는 상황에서 수익원 창출 등의 이유로 중소형사들이 틈새를 노려 사업을 추진하는 분위기”라며 “CFD가 여러 가지 규제를 받고, 당국 제도가 강화되면서 거래 대금부터 많이 줄었다. 심지어 공매도도 불가하기 때문에 시장 자체가 거래 중지 전보다 침체됐다. 해외 서비스 경우에는 세제 혜택 메리트가 있다 보니 수요가 조금씩은 늘어나는데,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사들이 가까운 시일 내 적극적으로 움직이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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