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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패딩과 롱패딩, 패션과 실용 사이에서

  • Editor. 현명희 기자
  • 입력 2023.12.2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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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현명희 기자] 올겨울 들어 20도를 웃돌던 기온이 지난 주말 급격하게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시민들의 옷 두께도 다시금 두꺼워지고 있다. 패션업계는 추워진 날씨에 롱패딩 판매가 호조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이어진 숏패딩 인기로 미소를 지었지만, 한쪽에선 고가의 숏패딩이 유행을 타면서 10대들 사이 ‘등골브레이커’란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숏패딩 인기에 가려진 유행의 속내와 이를 둘러싼 사회적 현상을 함께 짚어본다.

강한 추위에 옷을 껴입은 시민들이 거리를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한 추위에 옷을 껴입은 시민들이 거리를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른 추위가 찾아왔던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3일까지 여성복 브랜드 ‘지컷’의 롱패딩 매출이 직전 주 같은 기간(11월 14~23일)보다 100%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전에는 숏패딩이 판매 순위권을 대다수 차지하고 있었지만, 이 기간 롱패딩이 순위를 역전했을 만큼 판매가 늘었다. 지난달 24일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기습 한파’가 찾아왔던 날이다.

한파특보가 발효된 지난 16일도 패션업계선 롱패딩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는 소식이 속속 전해졌다. 지난 15~17일 카카오스타일의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는 롱패딩 거래액이 직전 3일보다 44% 증가했고, 무신사는 롱패딩 매출이 64.1% 뛰었다. 갑작스레 찾아온 추위로 패딩 판매가 크게 늘었는데, 그중에서도 롱패딩이 돋보였다.

영하권 날씨에 숏패딩 보다 롱패딩을 더 찾게 되는 것은 롱패딩이 방한 목적에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숏패딩은 상대적으로 ‘스타일’을 갖추기 위한 의도가 크다. 옷 길이로만 비교해도 신체를 더 많이 덮는 롱패딩이 추위 예방에는 효과적이지만, 숏패딩을 선택하는 데에는 방한보다 스타일이 더 먼저라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해에 이은 숏패딩 인기는 올해도 식을 줄 모르고 지속되는 중이다. 패션 플랫폼 W컨셉 관계자는 업다운뉴스 취재진에게 “지난 11월 한 달간 숏패딩 매출만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하는 등 인기가 계속됐다”면서 “특히 짧은 기장감에 오버핏 스타일의 ‘푸퍼 패딩’이 활동성과 트렌디한 핏을 겸비해 인기를 끌며 관련 상품 매출도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는 주 고객이 1020 세대로, 숏패딩 판매액이 지난달 기준으로 1년 전보다 145%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패딩 전체 판매액은 7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숏패딩이 2배가량 많이 판매됐을 정도로 인기였다는 설명이다.

판매 데이터가 보여주듯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숏패딩이 인기를 끌고 있는 데는 패션업계가 다양한 스타일의 제품들을 꾸준히 출시해 온 배경도 있지만, 해외 스타들의 파파라치 사진이 유명세를 타면서 영향을 끼친 덕도 컸다는 설명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모델 켄달 제너나 걸그룹 블랙핑크의 제니 같은 유명한 셀럽들이 노스페이스 눕시 패딩을 착용한 사진들이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하면서 숏패딩 인기가 급물살을 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켄달 제너가 착용한 ‘여성용 노벨티 눕시 다운 재킷’은 실제로 신제품을 막론하고 리셀 제품까지 불티나게 팔렸는데, 지난해 노스페이스 자사물에선 제품 공개 후 사이트가 마비될 정도로 많은 접속자가 몰리면서 10분 만에 제품이 품절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영향으로 노스페이스는 지난해 매출 8420억원을 달성하면서 전년 대비 매출이 30% 신장했고, 올해 3분기에도 누적 매출 4986억원, 영업이익은 1043억원을 기록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선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노스페이스 눕시 패딩 검색량만 9000여건을 기록하면서 가장 많이 거래된 패딩 브랜드 1위도 노스페이스가 차지했다.

다만 숏패딩 중에서도 가장 인기이면서 젊은 세대에 유행을 타고 있는 노스페이스 눕시 가격대가 비교적 고가인 20만~40만원대를 호가하고 있다 보니 한쪽에선 ‘등골브레이커’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등골브레이커란 부모 등골을 휘게 할 만큼 비싸다는 뜻으로, 특히 경제력이 없는 10대로서는 부모에 의존해 제품을 구매하게 돼 이런 단어가 등장했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20~30대만 하더라도 개인적인 주관이 작동하기 시작하는데, 10대는 또래 집단 문화가 강해 그 안에서 좋은 걸 모방하고 동조하려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숏패딩 유행이 10대에서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다거나 주위에 나만 없는 것 같아 구매하게 되는 등 또래 집단을 의식한 구매가 두드러진 까닭이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자녀가 입던 롱패딩을 물려받아 입고 있다는 부모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롱패딩은 기겁을 해 숏패딩 사줬다”, “우리 아들 롱패딩 내가 입고 나갔다”, “롱패딩은 있어도 입지도 않더라. 숏패딩이 대세라는데 숏패딩이라고 싸지도 않다” 등 남다른 고충을 토로했다. 10대 사이 치솟고 있는 숏패딩 인기가 부모들에게는 또 다른 부담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젊은 층 사이에서 숏패딩이 유행을 타면서 패션업계에서도 잇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숏패딩이 출시됐지만, 높은 가격대로 소비자 부담도 커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젊은 층 사이에서 숏패딩이 유행을 타면서 패션업계에서도 잇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숏패딩이 출시됐지만, 높은 가격대로 소비자 부담도 커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끊임없는 비교가 이뤄지고 있는 점도 10대 사이 유행을 따르는 소비가 일어나고 있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거기에 더 많은 판매를 일으키기 위한 기업들의 고도의 마케팅 전략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한국유통학회 사무국장인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패션디자인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최근 원자재 가격이 2배 이상 상승하면서 패딩 가격도 높아져야 했지만, 기존 롱패딩은 가격대가 이미 형성돼 있다 보니 패션업계가 숏패딩으로 트렌드를 바꾸면서 가격도 같이 올려 출시하게 된 경향이 크다"면서 "숏패딩 유행은 약 3년 전부터 패션업계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배경이 짙다. 유행이 시작되기 3년 전 패션쇼를 통해 등장하면서 기업들이 원단을 제작하는 데 2년이 소요되고, 이후 제품이 출시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숏패딩 유행의 배경에는 소비자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업계 전략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연예인 광고 모델 기용 ▲인플루언서 활용한 SNS 홍보 ▲한정판 출시로 구매욕 자극 ▲품절 후 재판매 등으로 업계 전체가 트렌드 ‘붐 업’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단지 유행에 따른 과도한 소비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갑작스런 한파에도 보온성과 활동성을 두루 겸비하면서 스타일까지 잡았다며 숏패딩이 인기를 끌고 있다지만, 유행에 따른 맹목적 좇음보다는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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