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시선UP] ‘동네북’ 된 은행, 올해도 고생 많았다!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12.29 0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연거푸 실적 경신을 이어왔다. 연말을 맞아 샴페인을 터뜨려야 할 분위기지만 은행권은 극도로 조심스럽다. 야권에서는 횡재세 도입을 추진했고, 정부와 금융당국을 중심으론 상생금융 슬로건 아래 이익분 출연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은 시종 눈치를 보는 중이다.

시작은 지난달 14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이 대표 발의하고 이재명 대표 등을 포함한 55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횡재세법 논의부터였다. 횡재세는 일정한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회사에 특별한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초과 이윤세라고도 부른다. 현재는 상생금융을 지원하는 것으로 가닥 잡히고 반대 입장이 나오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상생금융 몸집을 키우며 그 불씨를 지피는데 톡톡히 한몫했다.

횡재세에서 논의되고 중요 근거로 쓰이는 것이 ‘상생’이다. 횡재세 법안 핵심은 금융사가 최근 5년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넘는 순이자수익을 얻을 경우 초과 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기여금은 금융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등 금융 부담을 완화하는 지원 사업과 금융 소비자 보호에 쓰이게 된다. 이 기준을 올해 적용하면 은행권에선 기여금 약 1조9000억원이 모일 것으로 추산됐다.

5대 은행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5대 은행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금융당국에서도 상생금융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몇 달간 긴 진통 끝에 지난 21일 마침내 확정됐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0개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을 위한 2조원+알파(α) 규모의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2조원+α 지원액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지원 기관 등에 대한 지원 비용으로 활용될 예정이고, 개인 사업자 약 187만명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1조6000억원의 ‘공통 프로그램’과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을 폭넓게 지원하는 4000억원의 ‘자율 프로그램’ 투 트랙으로 추진된다.

횡재세 논의나 상생금융 방안의 골자는 은행 이득에 대해 나누라고 하면서 금융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한데 은행은 정말 상생을 하지 않고 있기에 이러한 담론이 활발히 논의되는 것일까. 은행은 제 배만 불리는 진정한 ‘욕심쟁이’인가.

실제 올해 은행들은 이자 수익이 엄청나게 오르며 떼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0일 금감원이 발표한 ‘2023년 3분기 국내 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일반은행, 특수은행, 인터넷은행 등 20개 국내 은행의 올해 1~3분기 총 당기순이익은 19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15조4000억원 대비 38.2%나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18조5000억원에서 1조원을 초과한 수준이다. 이자이익 역시 44조2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8.9% 증가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은행의 초과 이익 환수 필요성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은행의 과도한 이자 장사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상생’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은행권은 당국의 사회적 책임 주문에 따른 상생 관련 금융 상품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은행 상품 소개에는 가계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위한 70여개의 상생 상품이 마련돼 있다.

심지어 당국에서도 은행권 노력을 인지하고 있었다. 금감원은 지난 3월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 상품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상생·협력 금융 신상품 우수 사례를 정기적으로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 지난 6월 KB국민은행 ‘KB국민희망대출’, 신한은행 ‘코로나19 소상공인 지원대출’, 하나은행 ‘아이키움적금’ 등이 1호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이처럼 은행권에선 소상공인 대상으로 이자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대출 상품과 가계 및 지역 경제를 지원하고 자산 형성을 돕는 적금 상품이 주목받았다. 주요 은행권의 상생금융 방안 릴레이에 지방은행인 BNK부산은행과 DGB대구은행도 대출 전상품 금리 인하, 시설 자금 저금리 대환 대출 상품, 지자체 및 공공기관 협약 상생 펀드 등으로 화답했다.

상생금융 상품 소개 [사진=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캡처]
상생금융 상품 소개 [사진=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캡처]

또 은행 상생금융을 위해 지주사까지 팔을 걷어붙이며 전담 조직까지 신설했다. 우리금융은 상생금융 전담 조직인 상생금융부를 지난 4월 신설했다. 신한금융은 금융 취약계층 지원 및 상생금융 업무 전담 컨트롤타워인 상생금융기획실을 세웠고, 하나금융도 금융의 사회적 버팀목 역할을 확대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그룹 ESG(환경·사회·지배구조)부문 산하에 상생금융지원 전담팀을 신설하기로 했다. KB금융은 따로 조직은 신설하지 않았으나, 하나금융과 유사하게 ESG 경영 부서에서 상생금융 업무까지 도맡아해 업무 영역이 커졌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상생금융에 대한 노력이 평가 절하되거나 부정적으로 비치는 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드러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산업과 기업이 이익을 낸 것에 대해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는 프레임을 이정도로 과하게 씌우지는 않았다”면서 “은행들도 정당하게 자금을 대여해주고 돈을 받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을 고리대금으로 본다. 상생에 대한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것 같다. 상생금융 방안이 발표되기 전, 은행들은 개별적으로 상생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청구서는 동일하게 내려왔다. 결과적으로 자발적인 상생보다는 당국에 등 떠밀려 하는 상생금융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코로나19로 인해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환경들에 부딪혔고, 구체적으로 명시된 상생금융 방안이라는 것을 처음 받아본다”면서 “은행들도 올 한 해 열심히 한다고 했을 텐데, 당국과 눈높이가 서로 달랐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심지어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자금 규모가 작은 인터넷은행들도 상생금융에 동참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건전성 악화와 싸우는 한 해를 보냈는데, 이는 중저신용자 신용 대출 비중 목표 달성에 따른 것이다. 중저신용자 비중 확대 계획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올해 말 기준 30%, 케이뱅크가 32%, 토스뱅크가 44%를 목표로 정했다. 올 3분기 기준 카카오뱅크 28.7%, 케이뱅크 26.5%, 토스뱅크 34.4%로 목표치를 넘기거나 거의 근접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9월 인터넷은행법 제정 5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김은경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연구소장은 “인터넷뱅크 도입 후 중신용자에게 2금융권보다 낮은 금리를 제공하면서 부채 경감 효과를 제공했다”면서 “이로 인해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향상되고, 향후 금융 생활에서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킨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타 은행과 비교해 규모도 작고 업력도 짧은 인터넷은행들도 당국 기준에 맞춰 동일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금융 취약계층을 위해 낮은 금리를 지원하거나 소상공인을 위한 협약 보증 등 인터넷은행 볼륨에 맞는 선에서 최대한의 상생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상생금융을 조금 더 넓은 범위에서 봐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설득력을 갖는다. 예를 들어 사회공헌활동 강화도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은행권은 사회 공헌에도 과감한 지원을 이어갔다. 은행연합회가 지난 10월 말 공개한 ‘2022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사회공헌활동 총 금액은 전년 대비 16.6% 증가한 1조2380억원이다. 은행권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사회공헌비 1조원을 유지했다. 물론 당기순이익 대비 비율로 환산하면 201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단순 금액으로 보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또 금융업계에서도 글로벌 기업의 경우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 공헌비를 1% 정도 내는데, 3~4%나 출연하는 것은 상당한 수치라고 입을 모은다.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서민을 지원하는 서민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와 저신용자를 지원하기 위한 상품 ‘햇살론15’, 부채·신용도가 개선된 저신용·저소득자가 은행권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햇살론뱅크’, 대학생 및 청년의 자금 애로 해소를 위한 상품인 ‘햇살론 유스’ 등에 은행권은 지난해 51만4351건, 5조3236억원을 지원했다. 이밖에도 기부금 출연, 은행권 채용 확대, 점포 운영 시간 확대 등도 금융 취약계층 및 사회가 은행에 요구하는 것들을 잘 이행해 상생을 실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ATM)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ATM) [사진=연합뉴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을 금융 기관이라고 하지만 엄연히 말해선 금융사인데 공공성을 부여함으로써 높은 기준을 요구한다”면서 “광의로 해석하면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불어넣는 행동이 상생으로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점포나 현금인출기(ATM) 등을 유지하는 것도 사회적 비용들을 감수하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때도 은행들이 문을 닫지 않고 힘든 고객의 자금 대여 등을 위해 방역복을 입고 근무하기도 했다. 공공 서비스를 많이 제공해 왔는데, 라이선스 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노력은 상생금융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상생금융을 좁게 보는 것”이라고 답답함을 표했다.

횡재세와 상생금융 논의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경쟁 제고에 나서야 하는 은행권의 향후 대외 경쟁력에 대해 심히 걱정하는 이들도 적잖다. 과도한 관치 금융으로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하게 만든다는 논리도 그 중 하나다. 이자 장사라는 프레임에 갇혀 지금까지 행한 상생 노력은 폄하되고 여론의 뭇매만 흠씬 맞는다면 실로 씁쓸한 일이다. 이들의 상생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선 무작정 채찍만 휘두르기보다는 사회적 인정과 함께 당근도 필요한 것은 아닐까.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