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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메타버스’는 어디로?

  • Editor. 현명희 기자
  • 입력 2024.01.2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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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현명희 기자] “여러분들의 지지와 응원이 매우 중요합니다. 메타버스 사업은 현재 기로에 서 있습니다.”

지난 24일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개최한 ‘IITP 테크 & 퓨처 인사이트 콘서트’에서 김동규 칼리버스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눈에 띄게 줄고 있는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를 지목하면서 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칼리버스는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를 운영하는 롯데정보통신 자회사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상승세를 탔던 메타버스 사업에 대한 열기가 불과 2년 만에 식었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메타버스 사업을 정리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게임사들이 차례로 메타버스 사업을 축소하면서 전망은 더 어두워진 상황이다.

다만 메타버스는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영역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수익화가 가능하게 되기까지는 성장 가능성을 섣부르게 재단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술력만도 이미 상당한 수준을 갖춘 한국에서, 메타버스는 여전히 잠재력이 큰 사업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넷마블에프앤씨(F&C) 산하 자회사인 메타버스월드가 개발하던 '그랜드크로스' 모습. [사진=연합뉴스]
넷마블에프앤씨(F&C) 산하 자회사인 메타버스월드가 개발하던 '그랜드크로스' 모습. [사진=연합뉴스]

2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에프앤씨(F&C)는 최근 산하 자회사인 메타버스월드 전 직원 70명가량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메타버스월드는 2022년 넷마블이 출범시킨 메타버스 전문 계열사로, 서브컬처(일본 애니메이션풍) 종합 지식재산(IP) 프로젝트인 메타버스 ‘그랜드크로스’를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월드가 법인 정리에 들어가면서 이 역시도 중단될 예정이다.

같은 해 출범한 메타버스 기업 컬러버스도 지난해 11월 재정 문제를 거론하며 지난달 1일부로 3D 메타버스 ‘퍼피레드’ 서비스를 종료했다. 컬러버스는 카카오 계열사 넵튠의 자회사다. 퍼피레드는 2003년 론칭한 추억의 게임으로 국내 10~30대에게 인기를 끌며 300만명 이상이 이용했다. 새 시대에 접어들어 메타버스로 재탄생하면서 많은 사람의 향수를 자극할 것이란 기대로 관심을 모았지만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

넥슨이 같은 해 선보였던 메타버스 플랫폼 ‘넥슨타운’도 지난해 초 이후로는 업데이트나 이용자 활성화 수준이 현저하게 낮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넥슨타운 로비에는 출범 당시 열렸던 지스타 홍보관이 운영되고 있고, 전광판에 나오는 게임 홍보 영상도 지난해 초 영상이 재생된다.

컴투스는 메타버스 사업 계열사 컴투버스 인력 감축을 진행했지만 사업을 정리하지는 않았다. 앞선 게임사들과 같은 해 첫선을 보였지만, 서비스 개시 후 두 달 만인 지난해 9월 희망퇴직을 받았다. 컴투버스가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는 기업 업무 간 마케팅, 개인 간 커뮤니티 활동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종합 메타버스를 꿈꿨지만 지난해 10월 ‘대한민국 다문화 페스타’ 이후로는 추가 행사 소식이나 업데이트는 없는 상황이다.

컴투스 관계자는 업다운뉴스 취재진에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컴투버스는 당분간 행사 플랫폼인 ‘컨벤션 센터’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답했다.

메타버스는 2021년 구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사업 확장을 예고하며 사명을 ‘메타’로 변경한 시점을 전후로 떠오르는 신사업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메타버스 서비스 론칭 후 2년 만에 월트디즈니, 마이크로소프트뿐만 아니라 메타까지도 진행하던 메타버스 사업을 축소하면서 관심도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내에선 아직 네이버 ‘제페토’, SK텔레콤 ‘이프랜드’, 롯데정보통신 자회사 칼리버스 등이 메타버스 사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글로벌 부진 여파는 게임업계에 먼저 들이닥친 모습이다.

넷마블에프엔씨 관계자 역시 본지 취재진에게 “지속 가능한 사업 방향을 계속 모색했지만, 경영 상황과 시장 변화로 인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하던 ‘메타버스월드’ 법인 종료를 어렵게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메타버스 사업 부진의 배경으론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메타버스 성패에는 △다수의 이용자 확보 △킬러 콘텐츠 유무 △기술적 요인 등 내적인 것부터 △시장 상황 △정부 규제 등 외적 요소까지 골고루 작용하는데 이들 여러 요소가 모두 미진하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실패했다는 것이다.

현대원 서강대학교 메타버스전문대학원장은 본지 취재진에게 “메타버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여러 조건들이 있는데,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익에 급급한 게임사들로서도 긴 호흡으로 해나가야 하는 메타버스 사업을 이끌고 가기에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타버스가 새롭게 나타난 분야이니만큼 소비자들이 익숙해질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한데, 당장의 수익을 바라고 뛰어든 게임사들이 이러한 요소까지 고려하며 장기전으로 끌고 가기에는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이다.

또한 현 원장은 메타버스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 중 하나인 ‘게이밍 요소’로만 메타버스를 판단하고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도 이용자 확보에는 걸림돌이 됐을 거란 분석도 전했다. 그는 “전통적인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이용자와 메타버스 이용자는 그 특성부터도 상당히 다른데, 게이밍 요소만 고려해 메타버스 사업을 전개하면 현실과 가상의 ‘연결’이라는 메타버스의 핵심 속성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용자들은 메타버스 내에서 직접 콘텐츠를 창작하고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 이용자들 간 상호작용하며 커뮤니티를 만들어갈 기회 등 연결이 중심이 된 메타버스 경험을 원한다. 게이밍 요소는 소비자가 바라는 경험 중 하나일 뿐이다. 연결을 토대로 한 종합적 경험을 구현하지 못하면, 실패는 예견된 수순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비단 게임업계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연결 키워드는 메타버스 업계 내 똑같이 중요한 키워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도 일찍이 연결적 요소에 집중해 서비스를 제작하고 운영해 왔다. 시공간 제약을 넘어 언제든지 접속할 수 있는 가상현실이라는 메타버스 특징에 초점을 맞춰 게이밍 요소 외에도 소셜 미디어 요소,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도입한 결과 현재 일간활성이용자(DAU)는 평균 6500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메타버스 성공에는 '연결'을 중심에 둔 서비스 구현이 중요하다. 로블록스가 그 사례 중 하나다. [사진출처=언스플래쉬]
메타버스 성공에는 '연결'을 중심에 둔 서비스 구현이 중요하다. 로블록스가 그 사례 중 하나다. [사진출처=언스플래쉬]

또 최근 트렌드는 메타버스와 ‘생성형 AI(인공지능)’와의 접목이다. 허욱 메타 부사장은 같은 날 IITP 콘서트 기조연설가로 나서 “결국 메타버스 기술은 AI 기술에 기반해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한 방식으로 나아갈 것이라 믿고 있다”면서 “메타 역시 지난 십수 년간 AI 기술에 상당한 투자를 해왔다. AI 기술은 앞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데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앞서 로블록스, 칼리버스 등에도 마찬가지다. 생성형 AI를 메타버스에 접목해 시너지를 내면서, 품질을 높여가는 것이 앞으로 이들이 향하고자 하는 방향이다.

올해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 전망치는 99조5000억원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24조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성장 폭도 매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딜로이트 역시 2035년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30조달러, 스태티스타는 2030년 490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메타버스 사업이 국내에선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축소되고 있다지만, 아직 성장 잠재력이 높게 평가되고 있어 그 가능성을 미리 저버리기엔 이르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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