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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아동·청소년 보호, 이대로 괜찮을까

  • Editor. 현명희 기자
  • 입력 2024.02.0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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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현명희 기자] SNS 플랫폼 기업들이 각종 범죄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할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여러 기업이 플랫폼 성격에 맞는 내부 규정을 마련해 모니터링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범죄로부터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선 가장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비롯해 최근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모회사 메타도 아동 성범죄의 온상이 돼 해외에서 질타를 받았다. 지금의 10대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SNS 플랫폼 이용에 익숙한 세대인 만큼 보다 강력한 보호 제도가 필요하다지만, 기업들은 해결책이 마땅치 않아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플랫폼에서 만연하게 벌어지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기업들의 책임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플랫폼에서 만연하게 벌어지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기업들의 책임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연방 상원 법사위원회가 개최한 '빅테크와 온라인 아동 성 착취 위기'를 주제로 한 청문회에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모회사인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에게 날 선 비판들이 쏟아졌다. 미성년자들이 소셜미디어 내 유해한 콘텐츠뿐만 아니라 범죄에 노출되면서 목숨을 잃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어 기업가로서 이에 대한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청문회에는 저커버그를 비롯해 스냅챗 에번 스피겔, 틱톡 추쇼우즈, 엑스(X·옛 트위터) 린다 야카리노, 디스코드 제이슨 시트론 CEO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현장에서 그레이엄 의원은 인스타그램에서 사기꾼을 만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성적 착취의 피해자가 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원의원 아들을 사례로 거론하면서 저커버그에게 할 말이 있는지 물었다. 그런가 하면 스피겔도 미성년자가 스냅챗에서 마약을 산 뒤 사망한 사례가 있다며 지적을 받기도 했다. 두 CEO는 이와 같은 안타까운 사연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해외에서뿐만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카카오톡 오픈채팅, 텔레그램, 인스타그램 등을 중심으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는 MBC 취재진이 카카오톡에서 ‘초6여 남친 구해요’라는 제목으로 오픈채팅방을 개설하자, 10분도 안 돼 여러 성인 남성이 ‘키스를 해봤냐’, ‘스킨십은 안 좋아하냐’ 등 성적인 의미가 담긴 메시지를 보내며 만남을 요구해 오기도 했다.

거주지 기준 ‘동네생활’이라는 익명 커뮤니티를 운영 중인 당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최근 한 고등학생이 가출했다며 글을 올리자 ‘채팅 달라’, ‘사진은 어디서 볼 수 있나요?’와 같은 의미심장한 댓글들이 달렸다. 현재는 이용자 신고에 따라 해당 댓글들이 모두 숨김 처리됐지만, 다른 이용자 댓글 중엔 “걱정돼서 댓글 남긴다. 모르는 사람이 자기 집에서 쉬라고 하거나 집 비었으니 지내도 된다고 하면 절대 가지 말라”는 우려의 메시지가 전해졌다.

국내 SNS 플랫폼들은 이에 자체적으로 마련한 내부 정책을 비롯해 이용자 신고와 모니터링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당근 관계자는 업다운뉴스 취재진에게 “이용자 신고 및 게시글 모니터링을 통해 서비스 사용성을 해치는 부적절한 게시글이 발견되는 즉시 운영 정책에 따라 미노출 처리 후 사용자에게는 강력한 제재를 하고 있다”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민감 키워드가 포함된 글이 올라올 경우 자동으로 필터링되고 미노출되는 자동화 기술도 적용 중”이라고 전했다.

카카오 관계자도 본지 취재진에게 “이용자 신고를 바탕으로 조치를 취한다. 또한 외부로 전체 공개되는 닉네임, 방 제목, 해시태그, 채팅방 커버 등에 대해 운영정책 기준으로 이용 제재를 마련해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카카오톡은 쌍방향 신고 기능을 통해 방장과 손님이 서로를 신고할 수 있도록 하거나, 강퇴 기능으로 손님이 대화방의 의도와 맞지 않게 대화하려는 경우 방장이 손님을 강퇴, 부적절한 메시지에는 방장이 메시지 가리기 기능 등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이상의 조치들로는 아동·청소년을 각종 범죄로부터 보호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앞선 사례들이 대표적 예로, 카카오톡 오픈채팅의 경우 일대일 채팅방에서는 나이나 성별 등 제한조건 설정이 불가한 것으로도 드러나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중고등학생 21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1명은 최근 6개월 이내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과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거나 고민상담 등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실제로 그 사람을 오프라인에서 만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10명 중 3명가량이었다. 상대의 연령대는 또래가 가장 많았지만 이어 20대가 13.0%, 30대가 4.9%, 60대 이상이 2.5%, 40대가 1.2%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디지털 성추행 경험 중에서는 청소년들에게 성행위를 하고 싶다고 보내거나, 자신의 성기 사진을 보내 청소년으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등의 경험이 주로 많았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치마 사진이나 얼굴 사진 등을 찍어 보내라거나, 학교 이름과 거주지를 알아내려고 하는 가해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들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플랫폼 내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업들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플랫폼 내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동·청소년 보호에 SNS 플랫폼 기업들도 자체적인 정책을 마련해 대응하고 있다지만, 아직도 SNS 플랫폼들이 ‘범죄의 온상’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기업들로서는 다수의 이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만큼 일일이 식별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용자 신고와 모니터링에 기대는 것도 그래서다. 하나씩 들여다보자면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민감한 키워드로 일괄적 제재 시 다른 이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글까지 지워질 수 있다는 어려움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게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메시지 및 콘텐츠는 열람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고, 당근 관계자 또한 “’가출’이라는 특정 키워드로 일괄 제재할 경우 가출 청소년을 위한 쉼터 정보 게시글이나 가족을 찾는 글, 반려동물이 집을 나가 도움을 청하는 글까지 모두 제재될 수 있다”고 말했다. 메타도 수십억명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아동 학대 이미지 자동 탐지 기능을 적용하면 오류의 위험이 크고 무고한 이용자가 잘못 신고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국내에선 자율적 기조로 기업들이 정책을 마련해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너무 많다 보니 시스템으로도 한계가 있고 사람이 손을 쓸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기업들 입장에선 한편으로 가해자를 잘못 색출하게 되면 책임 공방이 벌어지는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처럼 자율 기조를 택해야 할지, 유럽연합(EU)이나 국내 여러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강한 규제를 시행해야 할지 기업으로서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최선인 걸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지난달 25일 메타는 개인정보는 침해하지 않으면서, 미성년자들이 자신이 팔로우하지 않는 다른 이용자로부터 DM을 받을 수 없도록 차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설정을 변경하려면 부모 승인이 필요하도록 하는 기능도 포함된다. 국내에선 이용자의 80%가 10대로 알려진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가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일대일 대화 시 낯선 사람과 채팅을 유의하라는 경고 안내와 함께 메시지 수신 범위 설정이 가능하게 하는 등의 세부 기능과 더불어 이용자 보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글로벌 기관과 협력을 맺고 자문을 받고 있다.

플랫폼 내부에서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활동은 보장하되, 범죄를 최대로 예방하기 위한 규제의 양립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플랫폼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규제 촉구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딜레마에 빠진 기업들에는 지금보다 더 정교하면서 현명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만큼 어떻게 대안을 마련할지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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