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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알리익스프레스, 국내 시장에 정말 위협적일까?

  • Editor. 현명희 기자
  • 입력 2024.02.2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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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현명희 기자] 중국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 알리익스프레스의 전방위적 공습에 국내 이커머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초저가’로 많은 소비자를 빠르게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도 위협적이지만, 사실상 국내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공정한 경쟁이 어려운 까닭이다. 무분별한 판매로 소비자 보호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3월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사업을 본격화한 뒤로 국내에서는 이커머스업계가 알리익스프레스의 빠른 성장 속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목소리가 자자하다.

실제 지난 1월 알리익스프레스 애플리케이션(앱)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MAU)는 56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252만명)보다 2배 이상 늘었고, 앱 신규 설치 건수는 같은 기간 29만건에서 60만건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이와 함께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해외직구 구매액은 6조7567억원으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3조2873억원)에 달했다.

국내 알리익스프레스 성장세가 무섭다. 국내 진출 이후 이용자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이커머스업계에도 위협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진출처=알리익스프레스 유튜브 동영상 캡처]
국내 알리익스프레스 성장세가 무섭다. 국내 진출 이후 이용자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이커머스업계에도 위협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진출처=알리익스프레스 유튜브 동영상 캡처]

알리익스프레스가 내세우는 것은 ‘초저가’다. 소비자들도 상품 구매에서 ‘가격’ 요소를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알리익스프레스 전략이 상당한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초저가이니만큼 제품이나 서비스 퀄리티는 평균적인 수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한 제품 구매 시에는 ‘기대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퍼져있다. 결과적으로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에선 오로지 가격으로만 승부하고 있는 셈이다.

그 때문에 성장에는 한계가 분명하단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 전략이 현재 단계에선 더할 나위 없이 통한다는 분석이다. 현 시점에선 이용자 확보가 가장 중요한 목표인데 저가라는 낮은 진입 장벽만으로도 이미 많은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까닭이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에는 언제든지 사업 확장도 가능하리라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한국유통학회 사무국장인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지금 단계에서 알리익스프레스에 중요한 건 홍보다. 지속해서 광고 등으로 이슈를 만들면서 최대한 많은 사용자를 먼저 확보한 뒤에 제품이나 서비스 질을 높여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이커머스업계에선 알리익스프레스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 가는 상황이다. 현재 알리익스프레스는 중국 기업으로 국내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이로 인해 가품부터 '욱일' 문양 상품, 불법 의약품 등 무분별한 판매 문제가 계속해 불거지고 있다.

그중 하나로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앱에서는 ‘욕망드레스’, ‘욕망원피스’ 등 선정적인 의미가 담긴 단어가 ‘추천 검색어’로 등장해 논란이 됐는데, 이를 검색하면 선정적인 이미지가 다수 나타나 업계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이 거론됐다. 별다른 성인인증 절차 없이 곧바로 검색 결과 화면으로 이동하게 돼 아동∙청소년에게도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알리익스프레스 앱에서 해당 검색어를 검색하면 ‘만 18세 이상이어야 한다’며 나이를 묻는 팝업 창이 나타나지만, 이후 별다른 인증 절차 없이도 검색 결과 화면을 바로 보여주게 되어 있다. 웹에서는 로그인 계정에 등록된 정보를 통해 만 18세 이상임을 확인하도록 되어있지만, 앱에서는 무방비 상태라는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게 “아직 현지화 초기 단계라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빠른 시일 내 더 많은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해명했다. ‘최음제’로 의심되는 정체불명의 상품 등이 판매되고 있는 정황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국내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제품들은 발견되는 즉시 조치를 취하고 있고, 사전 예방을 위해 선제적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 중”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초저가라는 특성상 관세가 부과되지 않으며, KC 인증 등 국내 안전 인증 마크도 없이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제기된다. 국내 이커머스업계는 이 때문에 저렴한 가격대 형성이 가능하다면서 동일한 규제로 같은 출발선상에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 14일 쿠팡, 11번가, 지마켓, SSG닷컴 등 국내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논의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해결책은 내놓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토대로 향후 법 개정까지 나아가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지금도 속도가 빠른 건 아니다”며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해 중국 기업들 여럿이 국내에 들어온 상황이다. 좀 더 시급하게 정부에서도 제도적인 결정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여러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 부처도 나섰지만 조속한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 [사진=연합뉴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여러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 부처도 나섰지만 조속한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도 여러 정부 부처가 협력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소비자 피해에 강력하게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본지에 “소비자 입장에선 고물가 시대로 적지 않은 기간 고통받아 온 바 있어 알리익스프레스 등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이커머스 업체가 하나의 숨통이 될 순 있다”며 “KC 인증이 필요한 물건은 인증 없이는 통과를 못 하게 관세청, 산업부 등이 협력해 국내 소비자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알리익스프레스 습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법인에 지속 자본을 투입하고 있고, 국내 물류센터 건립도 준비 중이다. 지난 26일에는 알리익스프레스 내 국내 상품 판매 카테고리인 ‘K-베뉴’ 판매자들을 위한 지원 방안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식품 분야로 확장을 예고한 뒤로는 올해 1분기 내 동원F&B가 K-베뉴 입점을 추진 중이다.

일각에선 알리익스프레스를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없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게 “시장에 새로운 경쟁업체가 나타나고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주목받는 현상은 늘 있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지난해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극가성비가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반짝 수혜를 입었던 것”이라면서 “가격을 제외하곤 경쟁력은 상당히 낮기 때문에 판을 뒤집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보단 문제 제기가 되는 배경에는 이들에 대한 견제가 아닌 국내 이커머스업계에 대한 규제 완화가 목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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