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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확대 한 달, 지금 현장에선?

  • Editor. 박대연 기자
  • 입력 2024.02.2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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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박대연 기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된 지 한 달이 흐른 가운데 여전히 중대재해는 발생하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무리하게 확대 적용해 현장에는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경영계, 중소기업계 등에서 유예안 처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임시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된 이후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10건의 중대재해(지난 26일 기준)가 발생했다. 이들 사고로 모두 10명이 사망했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입건된 사례는 아직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일터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이다. 지난 2021년 1월 국회를 통과한 뒤 2022년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 먼저 적용됐고, 지난달 27일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장은 혼란스럽다. [사진=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장은 혼란스럽다. [사진=연합뉴스]

새롭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는 사업장 규모는 83만7000곳으로,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법적용을 받는 사업장의 경영인 대부분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이다. 정부에서 산업안전대진단을 통해 혼란을 최소화하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손길이 닿지 못한 곳이 많은 실정이다.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식당을 운영하는 최정선(가명·52)씨는 “우리 가게도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되는 건가요? 사고가 발생하면 가게를 접으라는 소리가 아닌가요?”라며 기자의 설명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방에서 간판 및 광고물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대명(가명·55)씨는 “7명 남짓 일하는 우리 같은 회사도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되는지 처음 알았고, 이번 달 고용노동부측에서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과 관련해 컨설팅을 해주는 온라인 강의를 진행한다고 연락이 온 이후 다른 안내는 받은 적이 없다”며 “직원 대상으로 안전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어떤 점을 더 준비해야 되냐”고 되물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어떻게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는데다 중대재해 발생에 대한 처벌만 강조되는 분위기여서 확대 적용된 사업장에는 긴장감과 불안에 휩싸여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들의 대응책 마련도 미흡한 상태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대응과 관련해 50인 미만 사업장의 80.0%가 ‘아직 준비 못 했다’고 응답했다. 85.9%는 ‘유예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처럼 중대재해처벌법 자체의 모호한 기준과 예측·이행 가능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정부의 지원이 이뤄진다고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산업안전보건법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하는 소기업에 무작정 확대 적용하기보단 법의 모호성을 해소하고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중소기업대표들이 지난달 31일 국회 앞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불발 규탄 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중소기업대표들이 지난달 31일 국회 앞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불발 규탄 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여당·중소기업계는 29일 열리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요구 중이다.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고 사고를 미리 막자는 법의 취지에 동의하는 만큼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총선 전 마지막 본회의인 만큼 사실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추가 유예 법안이 상정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그러나 여야 모두 총선에 집중하고 있어 임시 국회 본회의에서 유예안이 다뤄질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고 있다. 유예안 자체가 주요 안건에 포함되지 않은 데다, 야당 회의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5일과 지난 1일 두 차례 본회의에서 유예안 통과를 두고 여야 협상을 진행했지만 불발됐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전국 각지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국회에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호소했다. 지난달 31일 중소기업 관련 17개 단체 소속 4000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것을 시작으로, 지난 14일 경기 수원에서 중소건설인과 중소기업인 4000명이 결의대회를 열었다. 지난 19일에도 호남권 30여개 지방 중소기업단체 등 5000명의 중소기업인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요구하며 단체 행동을 이어갔다.

여기에 더해 이번 임시 본회의에서 유예가 무산되면 중소기업중앙회는 헌법소원 카드를 꺼내겠다고 예고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노동전문변호사, 로펌 등에 알아보니 (중대재해처벌법이) 위헌 소지가 다분해 중소기업 단체장들과 협의해 헌법소원을 내기로 결정했다”며 “계속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유예가 되지 않아 절박한 심정에 헌법소원도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중앙회와 중소기업단체들은 이번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영남권과 충청권 등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안전 예방이라는 취지로 시작한 중대재해처벌법이 모호한 기준과 미흡한 준비로 현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분별한 확대보다 대대적인 정비와 시간이 필요하기에 유예해달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가운데 코앞으로 다가온 국회 본회의에서 유예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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