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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실적 양극화, 중소형사의 유쾌한 반란은 시작된다?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4.03.0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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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금융권의 지난해 실적이 발표되는 가운데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실적 양극화 현상’이 뚜렷이 감지된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사 범주에 들어가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9개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메리츠·하나·신한투자·키움증권)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8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8423억원 대비 25.5% 감소했다. 하지만 동기간 자기자본 1조원 수준인 중소형 증권사들은 실적 감소폭이 더욱 더 크거나 적자 전환하면서 대형사와 격차가 더욱 더 벌어졌다. SK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4억7289만원으로 전년 동기 86억921만원 대비 82.9% 줄었고,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8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물론 대다수 증권사가 실적 한파를 겪은 것은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에 대응해 지난해 거액의 충당금을 쌓아야 했던 탓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사의 경우 연간 이익과 충당금 설정액, 자본적정성 등이 받쳐줘 손실을 최소화한 반면, 중소형사의 경우 유동성 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손실 폭이 클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또 중소형사는 기업금융(IB) 사업이나 리테일 사업 등에서 대형사에 비해 경쟁력이 뒤처지기 때문에 PF 사업이 더욱 더 위축되는 상황에서 실적 격차는 계속해서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자산운용사도 마찬가지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461개 자산운용사 총 당기순이익은 1조557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미래에셋자산운용 혼자서 당기순이익 4171억원을 올렸다. 상위 5개사의 당기순이익 합계는 7037억원으로 전체의 45.2%를 차지했다. 수익성 지표뿐만 아니라 운용 규모에서도 양극화는 유사했다.

자산운용사들의 주 수익원으로 상장지수펀드(ETF) 사업이 자리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형사들의 실적 개선은 요원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각각 40.5%, 36.8%로 양강 체제로 굳어지는 모양새라 중소형사들의 시장 진입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더불어 공모펀드의 경우 ETF에 밀려 투자자 유입이 크지 않고, 사모펀드도 지난해 라임펀드 관련 중징계가 이어지며 투자 심리가 악화되고 있다.

카드사와 보험사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업카드사 8개사 중 ‘빅4’로 꼽히는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중 실적 발표가 나지 않은 현대카드를 제외한 3개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총액은 1조5811억원인 반면, 비씨카드, 롯데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총액은 7199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감소폭도 더 컸다.

보험사도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가리지 않고 양극화가 심해지는 형국이다. 손보사 ‘빅5’인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별도 기준)과 KB손해보험(연결 기준) 등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총합이 6조425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급 실적을 썼지만, 한화손해보험 2907억원, 흥국화재 3174억원, 롯데손해보험 3024억원, NH농협손해보험 1453억원 등 중소형사들은 1000억~3000억원대를 유지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실적 격차가 심화되는 건 결국 자본력 차이로 꼽힌다. 카드업계에선 순이익 희비를 가른 변수로 여전채 발행에 따른 이자 비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보험업계에선 법인보험대리점(GA) 인수 확대, 대규모 시책비 등 영업 경쟁력 차이가 컸다는 진단이다.

물론 업계에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단순 양극화로 봐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더불어 경제 상황이나 업계에 따른 변수도 많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는 사이즈 자체가 다른데 양극화라고 봐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회사 규모, 사업 모델, 운용 사업 등이 달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요인이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형사들의 격차 줄이기, 대형사 따라잡기는 지속될 예정이라 이들의 생존 경쟁은 더욱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확대와 사업 특화에 집중하고 있다. 자기자본이 커야 신용공여 한도가 높아지고, 이로써 사업 범위도 넓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대부분 증권사가 영위하고 있는 자산관리(WM), 부동산 PF, IB 등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는 올 신년사에서 “IBK투자증권의 정체성이자 경쟁력은 중소기업 지원”이라며 “중기 기업공개(IPO) 업계 1위 달성을 위해 상장 청구 건수를 늘리고 다양한 규모의 스팩 운영으로 실적을 거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양증권도 2021년 3분기 IB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결과,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ETF가 ‘뛰어들지 않을 수 없는’ 상품이 된 자산운용업계에서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은 기존 주류 테마에 차별성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구성하고 있다. 현대자산운용은 2022년 7월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를 국내 첫 상장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글로벌 영에이지’ ‘글로벌 대장장이’ 등과 같이 눈에 띄는 명칭을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과 11월 바이오와 헬스케어, 인공지능(AI)와 로봇을 합치는 방식으로 액티브 ETF 상품을 상장했다.

무인 결제기 카드 결제 [사진=연합뉴스]
무인 결제기 카드 결제 [사진=연합뉴스]

중소형 보험사들은 장기인 보험 위주로 판매를 늘려야 하는데 대형사 중심의 견고한 영업망을 뚫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인수합병(M&A)과 글로벌 진출 전략을 모색 중이다. 성공적인 합병 보험사 예로는 신한라이프가 꼽힌다. 2021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합병한 뒤 시장 점유율이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출범한 KB라이프생명도 2030년 업계 3위 달성을 목표로 순항 중이다. 또 동남아시아 보험 시장이 중산층 성장과 공급 인프라 개선으로 고도의 성장을 이룰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중소형 보험사들도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검토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9월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동남아시아 보험 시장 평가와 시사점’에서 김해식 연구원 등은 그동안 보험사의 해외 진출은 대형사의 전략적 옵션으로 여겨져 왔으나, 중소형사도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카드사들은 빅테크의 간편결제 사업 진출, 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 비용 상승,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악재가 기다리고 있어 새로운 수익원 발굴 노력이 절실하다. 이로 인해 중소형 카드사를 중심으로 경영 효율화 및 사업 다각화를 통해 위기를 타개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례로 롯데카드의 디지털 카드사 전환도 좋은 예로 꼽힌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올해를 디지로카 비즈니스 모델을 회사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로카 페이즈2를 실질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디지로카 사업 강화 및 앱 기반 비즈니스 가속화, 전사 전략적 방향성 제시 및 혁신 강화를 통한 디지털 컴퍼니로 전환 확대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 이와 동시에 불안정한 외부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리스크 매니지먼트 역량 강화 및 지속적인 비용 효율화 등을 통해 내실 성장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본 몸집 차이가 있어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계란으로 바위치기’ 등으로 해석될 수 있는 금융권 실적 양극화지만 중소형사들이 올해는 약진해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고, 대형사들과 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 이들의 도생 전략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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