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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배상안, 은행권·투자자 모두 난색인 이유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4.03.12 13:29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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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홍콩H지수(항셍중국 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누적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검사기준 및 분쟁조정 기준안을 발표했지만 판매사와 투자자는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11일 금감원은 홍콩H지수 ELS 분쟁조정 기준안을 발표하고 현장 검사에서 기준안을 판매 원칙 위반이 확인된 판매사 별로 20~40%의 기본배상비율에 개별 투자자 사례에 따라 일정 비율을 더하는 방식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배상비율은 최소 개별 사례를 바탕으로 0~100% 범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 관련 분쟁조정 기준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 관련 분쟁조정 기준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콩H지수 ELS 주 판매처인 은행들은 금감원이 분쟁조정 기준안을 발표하자 향후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조정안을 따르자니 불완전 판매를 인정하는 꼴이고, 기준안을 거부하면 금융당국으로부터 과징금 페널티를 받을 수 있는 탓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8일 주요 은행 수석부행장들을 불러 11일 발표된 자율 배상안 내용을 설명한 바 있다. 은행들은 즉시 내부 회의를 소집해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총 배상 규모를 집계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에 돌입했다.

은행별로 자율 배상 기준을 마련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임의적인 자율 배상이 배임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일부 우려가 있어 금융당국 기준안에 대한 내부 법률 검토도 병행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간 판매사들은 ELS 판매 규모가 큰 은행을 중심으로 대형 로펌을 섭외해 자문을 구하는 등 대응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예상보다 기준안 배상 강도가 강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투자 사례별로 1~2가지의 가점 요인만 있어도 평균 40~50%를 배상해야 하는 것에 비해 차감 요인은 까다롭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ELS 손실 사태의 특수성과 상품 특성, 판매채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교하고 세밀하게 설계했다는 입장이지만 공정성을 두고 진통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금감원에서는 분쟁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기준이 없으면 물리적인 비용, 사회적인 비용이 소요되니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며 “하지만 투자자들도 생각이 다를 것이고, 판매사들도 상황이 달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배임 이슈와 관련해선 “투자 상품은 손실이 날 수 있다”면서 “손실이 났다는 것만으로 손실을 보전해주게 되면 배임이 될 수 있다. 불완전 판매에 대한 손실 보전이 아니라 제대로 판매된 케이스임에도 불구하고 보상을 해주면 자본시장법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도 배상안을 두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과거 투자 경험이 있거나 자기 책임 원칙이 적용될만한 투자자는 원금을 아예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생기면서 ‘원금 전액 배상’을 주장하고 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투자자들끼리 갈라치기하려는 목적이다”, “왜 전부 배상해주지 않는 것일까” 등의 반응을 보이는 중이다.

길성주 홍콩 ELS 피해자모임 위원장은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당국이 제시한 배상안에 대해 “겉으로 보기엔 피해자들을 위해 배상안을 내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판매사 귀책 비중이 낮아 은행 입장에서 낸 배상안으로 보인다”면서 “이미 당국에서는 개별 배상이 아닌 일괄 배상이 되려면 판매사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정황이 나오고 있다. 바통은 판매사 쪽으로 넘어갔지만 그대로 판매사에서 수용할지도 의문이다. 소송이나 장기전으로 가면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해 금감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는 것인데 면피성 발언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대 은행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5대 은행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피해자 단체는 오는 15일 NH농협은행 본점 앞에서 3차 시위에 나설 예정인데, 이날 배상안 관련 항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단체에서 분쟁조정 기준안에 대해 강력히 반대 의견을 보이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자율 배상안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자율배상에서 잡음이 생기면 금감원의 공식 분쟁조정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마저도 불발될 경우 개별 소송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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