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차량의 제동거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품의 성능시험 결과를 조작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철도공사에 납품한 연구원과 업체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2부(심재천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한국철도기술연구원(KRRI) 책임 연구원 김 모(45)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은 또 조작된 서류를 가지고 한국철도공사에 부품을 납품한 열차 브레이크 마찰재 제조업체 개발팀장 이 모(48) 씨 등 9명을 구속기소하고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7년부터 최근까지 한국철도공사에 규격미달 제품 50여만 개를 납품해 9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2010년부터 허위 시험성적서를 발급해 주는 조건으로 5개 업체들로부터 현금과 상품권 등 2,36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규격에 미달하는 철도부품을 가지고 기존 시험성적서 파일을 활용하거나 측정된 마찰계수를 임의로 수정하는 방식으로 낙찰받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찰계수가 너무 높을 경우 제동충격으로 인한 화물 등 손상, 차륜 디스크 등 부품 손상이 생길 수 있고 너무 낮으면 제동거리 증가로 인한 충돌우려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수사 내용을 통보받은 국토교통부가 열차 마찰재에 대해 전반적으로 점검을 실시한 결과 화물열차와 지하철 일부 구간, 새마을호 등에 사용된 마찰재의 마찰계수가 규격 미달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열차를 최고 속도로 운행하다가 멈출 때 필요한 거리 시험에서는 모든 열차가 기준을 충족했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오인서 차장검사는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동장치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납품한 것을 적발한 최초 사례"라며 "성능검사와 관련해 구조적, 관행적 비리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수사를 전개해 안전 검증 과정을 투명하게 개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