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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로 일가족 자살, 돈이 뭐기에!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4.11.0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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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서민은 일생이 보릿고개?

가난이 도둑이란 말이 있다. 입에 풀칠하기 힘들어지면 도둑질도 불사하게 된다는 의미다. 생활고 일가족 자살사건은 이러한 옛말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제 아무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도 차마 도둑질은 할 수 없어 스스로 죽음을 택한 사람들, 이들의 양심이 오히려 가슴을 울린다. 벌써 이번이 몇 번째 비극인지 모른다. 과거의 보릿고개야 보리쌀 몇 톨 동냥해 배를 채우면 그걸로 그만이었다지만 현대인의 가난은 배고픔 외에도 감당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돈 없어서 밥 굶는다는 말을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이가 태반인 세상, 하지만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어두운 법이다. ‘그 놈의 돈!’을 원통하게 내지르게 되는 생활고 일가족 자살사건, 모두가 잘 사는 파라다이스는 그야말로 다른 별 얘기임을 절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50분께, 인천시 남구의 한 빌라에서 A씨, 부인 B씨, 딸 C양이 숨져있는 것을 C양의 담임교사가 발견해 인천 남부경찰서에 신고했다. 현장에서는 타다 남은 연탄, B씨와 C양이 노트에 적은 유서 5장이 발견됐다. 이들 가족은 마이너스 통장 대출 만기일이 이달 12일로 다가오자 이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됐다. 각각 남편과 아버지에게 유서를 남겨놓고 나란히 죽음을 택한 모녀, 이들의 죽음을 뒤늦게 발견한 A씨 또한 아내와 딸 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경찰의 발표였다.

생활고 일가족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은 지난 3월 발생한 세 모녀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송파구 석촌동에 살던 세 모녀는 거주 중이던 단독주택 지하 1층 집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했다. 평소 지독한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단 한 번 집세와 공과금을 미루지 않았다는 세 모녀는 죽음의 순간에도 마지막 집세 70만 원을 봉투에 남겨 세간의 심금을 울렸다.

지난달 29일에는 동대문구의 한 빌라에서 60대 독거노인이 목을 매 숨졌다. 자신이 살던 집을 빼줘야 한다는 통보를 받은 다음날 바로 죽음을 선택한 그는 “고맙습니다. 국밥이나 한 그릇 하시죠. 개의치 마시고”라는 메모와 10만원이 들어있는 봉투 그리고 장례비에 사용할 100여만 원을 빳빳한 현금으로 남겼다.

송파 세모녀 자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이 패기 있게 내놓았던 ‘세모녀법’은 여전히 갈 길을 찾지 못하고 허공에 헤매고 있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 오늘도 한 사람이, 한 가족이 죽음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다. 또 한 번 세상을 비탄에 잠기게 한 생활고 일가족 자살 사건, 이를 전해들은 이들은 “국회는 세모녀 자살했을 때 했던 말을 인천 일가족 자살 사건이 발생하고 난 뒤에도 똑같이 반복하고 있네. 실천도 못할 거 차라리 얘기를 꺼내지나 말지, 냄비근성 하나는 국회의원들이 갑이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긴급복지 지원 사업이라는 게 있다던데. 인천 일가족은 이를 알고 있었을까. 딸은 이제 12살이던데, 그 어린 것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세상 살기 편해졌다는 말도 일부분의 사람들한테는 딴 세상 얘기다. 당장 밥 한 끼 먹을 돈이 없는데 스마트폰이 무슨 소용이고 아시안 게임이 무슨 소용이래”등의 반응을 보이며 씁쓸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김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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