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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예산 소동, 코미디 소재로 딱이네
누리과정 예산 소동, 코미디 소재로 딱이네
  • 업다운뉴스
  • 승인 2014.11.2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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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야간에 벌어지고 있는 누리과정 예산 논쟁을 보면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어린애 장난보다 더 가볍게 합의가 이뤄지고 그 합의가 일방에 의해 불과 몇분만에 파기되는 어이 없는 사태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버젓이 벌어진 탓이다.

3~5세 어린이 무상보육용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논란의 시발점은 지난 20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여야 간사의 3자 회동이었다. 이날 오전 황 장관은 국회의원회관을 찾아가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련)의 김태년 교문위 간사를 만났다.

여야의 주장이 엇갈리지만 양측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 자리에서 황 장관은 논란이 한창인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 야당의 요구대로 순증액분 5천600억원을 정부 예산에 편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여당측 교문위 간사인 신성범 의원을 불러 3자 회동이 이뤄졌고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의 합의 내용에 대해 설명한 뒤 신성범 의원의 동의도 이끌어냈다.

얼씨구나 신바람난 새정치련은 곧바로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를 통해 누리과정 예산에 관한 여야정 구두합의 사실을 기자들에게 알렸고 기자들은 이를 받아 적었다.

그러나 채 1시간도 안돼 안규백 의원의 여당 카운터파트인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기자회견을 자청한 뒤 "누리과정 예산 증액분 5천600억원의 국고지원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혀 기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김재원 의원은 또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당 지도부와 사전 협의가 없었고, 당은 그럴 의사도 없다."고 못박았다. 사태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자 신성범 의원은 교문위 여당 간사직 사퇴의사를 밝히는 등 혼란이 가중되기 시작했다.

사태가 심상치않게 돌아가자 황우여 장관 역시 한발 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 변은 "야당이 성급하게 발표해버렸다."는 군색하기 짝이 없는 워딩으로 요약됐다.      
     
새누리당은 이제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야당이 누리과정 예산에 관해 황우여 장관의 말을 곡해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당시 황 장관의 제안은 누리과정 예산 순증분 5천600억원을 지방채 발행으로 메우자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무근'에서 '곡해'로 주장이 바뀐 셈이다.

그러나 새정치련은 3자 구두합의를 근거로 내세우며 누리과정 예산 증액분에 대한 국고지원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여당은 누리과정 예산 증액분은 지방채 발행으로 메워져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처럼 어이 없는 소동으로 양측이 핏대를 세우느라 정작 시급한 현안인 예산안 처리 등의 문제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게 요즘 정치권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