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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프라이데이 세일, 그 겉과 속은?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5.09.3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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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프라이데이 세일, 모든 것은 소비다?

가히 소비의 시대다. 여기저기서 지갑을 열라고 아우성을 친다.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은 그 가운데 하나다. 모든 것을 다 싸게 팔 테니 지갑을 서둘러 열라고 꼬드긴다.

소비자들은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처럼 이 때를 놓치면 다시는 못 살 것같은 위기감에 안절부절 못하기도 한다. 블랙프라이데 세일은 절호의 찬스로 다가오고 이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정부는 올해 ‘코리아 그랜드 세일’로 시작된 내수 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해 다음 1일부터 14일까지 총 2주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행사를 연다고 전했다.

이번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행사에는 백화점(71개 점포), 대형마트(398개), 편의점(2만 5400개) 등 대형 유통업체 약 2만 6000여개 점포가 참여해 다양한 경품 및 사은품 행사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맞아 이 시대 소비란 무엇인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모든 것이 소비다’라는 책에선 소비하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한다.

점점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늘어나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도 이런 머스트 해브 아이템을 가격이 쌀 때 구입하고자하는 심리가 크다.

길거리에 즐비하게 늘어선 각종 로드숍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각기 다르게 사용해야 할 바디샤워용품을 내놓고 유혹한다. 매달 1위 제품을 발표하는 미용 프로그램을 비롯해, 여러 다른 기능성을 강조하는 각종 스포츠 의류들은 때마다 적절한 선택을 내리길 요구한다. 우리 곁에 쏟아지는 무수한 제품들은 또 그만큼 무수하게 상황을 분할하고 우리로 하여금 그 상황 속에 처하게 한다. 블랙프라이데이 세일도 엇비슷하다.

이제 대부분 사람들은 이 같은 소비문화에 익숙해져서 때에 따라 어떤 물건을 사야 할지를 체득하게 되었고 어떤 물건을 몸에 걸쳐야 할지를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각 상황에 알맞은 제품을 선택해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감각이 떨어진다는 시선을 받고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리기에 얼마간의 제약을 받을지도 모른다.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때도 가만히 있으면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든 것은 소비다’라는 책에 따르면 소비가 낭비를 부추기며 계급 간의 갈등을 조장한다는 과거의 비판과는 달리, 오늘날의 소비문화에는 한층 달라진 점이 추가됐다. 그것은 바로 소비문화를 통해 사람들의 예술적 감각과 예절 체계의 습득 정도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비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미학적, 예술적 차원이 경제적, 자본주의적 차원보다 훨씬 더 사람들의 주의를 끌게 되었고, 그만큼 더욱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차원이 되어버렸다.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보더라도 이제는 소비가 미덕인 시대가 된 지 오래다.

‘모든 것은 소비다’ 저자인 독일의 미술사학자이자 예술학자 볼프강 울리히는 이처럼 소비문화를 가득 채우고 있는 여러 소비품들의 현상과 그것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연구하면서 소비문화의 미학적 측면을 평가한다.

소비문화에 대한 또 하나의 획기적인 사유의 시선이 등장하는데 울리히는 과거에 사람들이 그림이나 음악 같은 예술 작품에서 감정이 압도당하는 경험을 하고자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소비품에서 그런 감정을 얻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소비품의 과장된 연출이나 화려한 디자인은 더는 사람들을 현혹하는 거짓이 아니라, 아름답게 꾸며짐으로써 사람들의 감정을 고양하는 유사 예술 작품이 된다고 설명한다.

어쩌면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은 그 욕구 또는 욕망을 채우는 아름다운 시간이기도 하다.

물론 소비품이 미적으로나 예절 체계 안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생겨나는 부정적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사람들은 상황에 맞는 상품을 사용하도록 무언중에 강요받게 되기도 하며, 심리적으로 크게 의존해왔던 물건이 없어졌을 경우 심경에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않아 다양하게 세분화된 상황에 맞는 여러 상품을 구매할 수 없는 사람의 경우, 계층 간의 위화감을 느낄 수도 있고, 값싼 제품을 구매해서 사용함으로써 그 제품에서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게 되고 위축되는 심리적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에 대한 다채로운 시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쪽에서는 쇼핑할 생각에 한껏 설레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소비문화가 거대해짐에 따라 이 같은 개인적인 측면에서의 문제점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에서의 문제점도 등장한다. 사람들은 넘쳐나는 물건 속에서 자신의 깨끗한 ‘양심’을 지켜줄 상품, 말하자면 환경문제에 기여하거나 공정 무역으로 물건을 생산하는 정정당당한 기업의 상품을 선택하고자 하기도 하고, 이 같은 윤리적 소비에 대한 반감으로 나쁜 이미지를 선전하는 제품을 선택하기도 한다. 기업은 사람들의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제품 디자이너들과 협력해 사회를 조장하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소비품들에 대한 사람들의 올바르고 합리적인 선택이 중요해지는데, 이를 위해서는 상품에 대한 미학적, 감성적 교육이 비중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맞아 소비의 진정한 의미를 곰곰 곰씹어 보는 것도 필요할 듯하다. 이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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