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업다운 논객마당]위안부 합의, 파기가 답이다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1.04 10: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일 정부 사이에 위안부 협상이 타결되면서 반발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정부 결정에 여론이 반발하는 일이야 항다반사이지만, 위안부 문제는 민족적 자존심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데다 피해 당사자가 따로 있는 일인지라 혼란은 쉽사리 가라않을 것 같지 않다. 위안부 강제 동원이 시효조차 없는 반인륜 범죄라는 측면까지 감안하면 이번의 협상 타결은 두고두고 사회 혼란의 불씨로 남을게 확실시된다. 

곧 여론조사 결과들이 발표되겠지만, 위안부 협상 타결은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는게 사실이다. 우리 정부가 광복 70주년과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라는 시간적 의미에 매몰돼 협상 타결을 서두른게 화근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협상 과정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됐어야 할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견이 완전히 배제되는 어이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로 인한 후폭풍 또한 만만찮게 이어지고 있다.

이번 위안부 협상 결과는 자칫 50년 전 한일협정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양국이 한일협정 해석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예에서 보듯, 위안부 협상 타결 역시 두 나라 정부가 약속한 내용에 대한 해석 차이와 이행 과정에서의 의견 충돌로 인해 잡음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한 악재다.

가장 큰 문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반발과 그에 동조하는 국내 민심이다. 위안부 협상 타결에 대한 여론 흐름이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데는 그만한 이유와 논리가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일본 정부를 상대로 투쟁해오면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지원단체들이 요구한 것은 크게 보아 세 가지다. 일본의 법적 책임 인정과 그에 따른 정부 차원의 공식적이고 직접적인 사과, 그리고 배상이 그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재발방지 약속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타결된 위안부 협상에서는 위의 기본적인 요구 중 어느 것 하나도 실현되지 못했다. 혹자는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통감했다며 의미를 부여하지만 그 책임은 법적 책임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사과의 주체도 일본 정부가 아닌 아베 신조 총리대신 개인이었다. 그마저도 3인칭 화법을 통한 간접적인 사죄였다.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으니 배상은 당연히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대신 일본이 위안부 재단에 정부 예산(10억엔, 약 98억원)으로 자금을 내놓기로 했다는게 이번 협상 타결 내용의 중요한 일부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민족적 자존심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기본권이 걸린 국가간 현안을 서울 웬만한 지역의 30평 짜리 아파트 10여채 값에 ‘땡처리’해버린 셈이다. 그 것도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견은 일언반구 청취하는 일조차 생략한 채 12월 마지막 주말 연휴 사이 일사천리로 일을 저질러 놓았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이번 협상 타결 후 공개된 발표문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이번 타결을 두고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1993년 고노담화보다 후퇴한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은 한국 정부가 우리측 발표문을 통해 “(소녀상 이전 문제는)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정부가 전 인류에게 교훈을 줄 독립적인 위안부 기념관 하나 설립하지 않고 있는 마당에 민간이 만든 최소한의 기념물인 소녀상마저 철거할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합의 내용이 이 정도이고 보니 지난 24년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외롭게 투쟁해온 위안부 할머니들이 허탈감과 분노를 번갈아 드러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또 하나 지적할 점은 이번 협상 타결로 체결된 것이 국제법상 조약인지, 아니면 협정 또는 선언인지 등이 분명치 않다는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그냥 양국 외무장관이 통일된 합의문 공개 없이 각각 발표문을 내놓은게 전부인 만큼 단순한 정치적 선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합의 파기가 가능하다는 해석도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위안부 관련 합의를 조약으로 단정하면서 국회 동의가 없었던 만큼 무효라고 선언했다. 

이상의 이유들로 인해 이번 위안부 합의는 두 나라 정부간 외교적 현안에 대한 단순 합의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한일 양국의 차기 정권 중 어느 일방이 합의 내용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번의 섣부른 위안부 문제 합의가 이래저래 골칫덩이로 남게 되리라는 우려를 사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합의 자체의 모호성에 더해 한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일본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협상 관련 뒷얘기인 듯한 전언들이다. “위안부 자료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에 한국은 불참할 것으로 안다.”라거나 “소녀상은 이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등등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일본의 도발적 언동에 명쾌한 대응을 하지 않은 채 외교부 차관 두 사람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보내 설득을 하려다 호된 꾸지람만 들었다.

위안부 협상을 통해 나타난, 박근혜 정부 관료들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들이 스스로를 ‘공복’이 아니라 왕조시대적 개념인 ‘목민관’으로 착각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백성들을 받들어야 할 대상으로 여기기보다 길들이고 다스려야 하는 대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러 정황상 이번 위안부 협상 타결 문제에서는 파기가 답이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게 장기적 관점에서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그게 시효도 없는 반인륜 범죄에 면죄부를 준 ‘불가역적’ 과오를 하루 속히 바로잡는 길이다. 

박해옥 업다운뉴스 발행인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