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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대한민국 대문이 불안하다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2.0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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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이 불안하다. 올들어 인천공항의 출입국 보안지역을 통한 외국인 밀입국 사건이 잇따르는 등 보안에 큰 구멍이 뚫렸다. 그것도 모자라 공항 화장실내에서는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가 발견돼 전국민의 우려를 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랍어로 쓰여진 협박성 메모지까지 발견돼 정부 당국자들을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지난 29일 오후 4시쯤 신고된 인천공항 화장실내의 폭발물 의심물체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설치했는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특히 폭발물 의심물체와 함께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경고다, 신이 처벌한다”라는 내용의 아랍어 메모지까지 발견돼 테러집단이나 그들을 추종하는 세력들의 관련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인천공항은 10년째 세계 최고수준의 국제공항으로 선정된 대한민국의 관문이다. 한해 이용객만 5000만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초보적인 운영상의 미숙으로 안전과 서비스에 큰 오점을 남겼다. 각종 테러 등 국내외의 위협 요인이 날로 비등하고 있어 인천공항의 전반적인 시스템 점검이 요구된다.

어찌 보면 인천공항의 운영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예견된 일이라 할 수 있다. 지난 3년 동안 인천공항의 운영을 책임진 공사의 사장은 무려 세 번이나 바뀌었다. 지금도 2개월째 사장 없이 운영되고 있다. 컨트롤 타워가 없는 조직이 안정적으로 잘 운영되기란 쉽지 않다. 직원들은 기강 해이와 함께 보안의식 등이 약해지게 마련이다. 결국 해가 바뀌자마자 수하물 대란에 이어 보안시스템에서도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 3일 인천공항은 항공기 160편의 운항을 지연시키는 사상 초유의 사고를 쳤다. 국제허브공항에서 일어날 수 없고 일어나서도 안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빚어진 것이다. 국토교통부 등 당국의 조사 결과 수하물 처리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일 오전 인천공항 탑승동과 여객 터미널 쪽을 잇는 수하물 벨트 모터의 제어 장치가 순간적으로 오류를 일으켰다. 이같은 시스템 오류는 인천공항 담당 부서의 근무자가 원격조종을 통해 곧바로 정상화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사고 당일 공항공사 직원들은 30분이 지나서야 오류를 발견하는 등 늑장 대응으로 일관해 사태가 수하물 적체 대란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근무를 소홀히 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더욱 우려스런 것은 2건의 밀입국 사건이다. 지난 20일 중국인 남녀 2명이 출국장을 몰래 빠져나가는 데도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대한항공을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들 남녀는 출입국관리소 상주 직원용 출입문을 통과하고 출입문 잠금장치를 풀어 공항로비에 도착한 다음, 택시를 타고 공항을 벗어났다. 공항 관계자들은 43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같은 사실을 알아챘다. 이들이 당초 예정된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겨우 무단 입국 사실을 확인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들을 찾아내기까지는 무려 5일이나 걸렸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밀입국했다는 일반인이 이 정도인데 테러리스트나 마약범죄 조직원 등에 의해 공항이 뚫렸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우리나라를 보복 대상국으로 지목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들어 잇따르고 있는 사건은 온 국민의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일임에 틀림 없다. 이런 와중에 지난 29일에는 베트남인이 인천공항을 통해 밀입국했다는 사실도 알려져 다시 한번 인천공항의 허술한 보안 상태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인천공항은 그동안 보안상의 문제로 여러 차례 허점을 드러낸 전력이 있다. 2003년 몽골인 11명이 환승구역에서 사라졌고, 지난해 7월에는 관제탑 직원들이 운항정보관리시스템 단말기의 비밀번호와 IP정보를 외부에 노출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는 인천공항의 보안 및 관리·운영 시스템이 평소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돼 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정부는 31일 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인천공항 보안강화 등 대책마련을 위한 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공항 자동출입국심사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경보시스템을 확대, 강화하기로 했다. 또 테러대책으로 국제 테러분자의 명단을 입수해 입국을 차단하고 사이버 대테러요원을 증원하고 전국의 테러취약시설을 면밀히 점검하기로 했다. 대형 재난사고에는 반드시 수차례의 사전 징후가 있다고 한다. 이를 빨리 알아채고 잘 대비한다면 큰 화를 면할 수 있지만, 무관심으로 대응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인천공항 등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제대로 분석하고 문제점을 찾아내야 한다. 관계자들의 근무태만이 확인된다면 엄중문책해야 할 것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잊지않길 당부한다.

이동구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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