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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지카바이러스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2.0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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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이 또 바이러스 공포에 떨고 있다. 이름도 생소한 지카바이러스가 지구촌에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아직은 남미 등 우리와 멀리 떨어진 나라들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불안감을 떨칠 수는 없다. 특히 지난해 허술한 방역체계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아직 기억에 생생한 터라 불안해하지 않는 국민은 없을 듯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일 지카바이러스의 확산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올들어 브라질 등 남미지역 일대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지카바이러스가 인류의 새로운 재앙이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은 “지카바이러스의 확산과 위협수준이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면서 “감염국가 내 위험을 최소화하고 국제적인 확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신속한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WHO가 그동안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및 소아마비에 이어 4번째이다. 에볼라사태 때 1000명에 가까운 희생자가 발생한 뒤에야 비상사태를 선포해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WHO가 발빠르게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으로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가늠할 수 있다.

지카바이러스는 열대지역에 서식하는 ‘이집트 숲모기’가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발병 경로가 밝혀지지 않았고 치료약, 백신 등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숲모기에 물렸을 때 초기 증세는 그다지 뚜렷하지 않으나 임산부가 감염될 경우 태아에게 소두증(小頭症)이라는 무서운 후유증을 남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두증은 지적장애, 발달장애, 뇌성마비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지카바이러스가 제2의 메르스 사태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난 3일 몇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위험국에서 입국하는 사람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수입목재 등을 통한 모기 유충의 유입을 차단하는 데 적극 나서기로 했다. 또 지카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시 바이러스 확산방지를 위한 진단 및 의료대비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모기에 대한 전국 일제 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나름대로의 방역체계를 점검하고 대비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은 쉽게 사그라 들지 않는다. 지카바이러스의 확산 속도와 우리 정부의 대응 수준에 그다지 믿음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지카바이러스에 의한 소두증은 이미 세계 27개국에서 발병했고, 미주 대륙에서만 최대 400만명의 감염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번 사태의 진원지로 알려진 브라질에서만 벌써 150만명 정도가 감염됐다는 소식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남미대륙에 이어 비교적 우리나라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감염자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강건너 불 구경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 정부의 대응 수준도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우는데 한 몫하고 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의 악몽이 여전히 남아있는 데다 방역체계 곳곳에서 허술함이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인천공항이 최근 잇따른 밀입국사건 등 허술한 보안상태를 노출했다. 사람들의 출입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를 막아낸다는 것은 누가봐도 불가능한 일이다. 더군다나 공항방역을 총괄하는 국립인천공항검역소장은 한달 넘게 공석이라고 한다. 전임자가 국회의원 출마로 사직한 상태다. 2010년 이후 인천공항검역소를 이끈 수장 6명 가운데 1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단 1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 관리의 최일선이라고 할 수 있는 인천공항이 이 정도인데 국민들이 어찌 불안해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정부는 방역체계를 다시 한번 꼼꼼히 점검하고 감염병 관련 전문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무엇보다 엄중한 위기의식으로 방역과 보건 등에 효과적인 대비책을 마련하고 철저한 점검을 생활화해야 할 것이다. 메르스 사태처럼, 지카바이러스가 확산될 경우 자칫 우리 경제상황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메르스사태 때 보았듯이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는데는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지카바이러스 역시 공항 등에서 국내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잘못을 다시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동구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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