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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의 야생화 기행]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빌어주는 복주머니란!

  • Editor. 김인철
  • 입력 2016.02.0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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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은 Cypripedium macranthos Swartz.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멸종위기종 2급.

이중과세(二重過歲)니 뭐니 해도 설은 기죽지 않고 살아남았고, 이제는 민족 최대의 명절로서 완전히 복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인사를 두 번 한들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는 듯 너나없이 거듭 덕담을 나눕니다. 2016년 2월 둘째 주가 시작되는 8일 세뱃돈 가득 담긴 복주머니, 금은보화 가득 찬 복주머니를 똑 닮은 복주머니란이 ‘업다운뉴스’ 독자들에게 “새해 복 듬뿍 받으시라.”고 인사를 합니다.

 
연초록 봄이 깊어가는 5월 화창한 햇살 아래 연분홍 복주머니란이 보석처럼 빛을 발하고 있다.

정말로 곱디고운 꽃입니다. 여느 야생화에 비해 꽃의 크기도 큰 데다 아주 먼 데서도 한눈에 알아볼 만큼 분홍색 색상이 화려합니다. 학명 중 속명 시프리페디움(Cypripedium)은 미의 여신인 ‘비너스’를 의미하는 cypris와 ‘슬리퍼’라는 뜻의 pedilon의 합성어인데, 항아리 또는 주머니 모양의 꽃잎이 마치 미의 여신 비너스가 신는 신발처럼 우아하고 아름답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라고 합니다. 영어 이름은 라틴어 학명과 같은 의미의 ‘숙녀의 슬리퍼’(Lady's slipper)입니다.

강원도 깊은 계곡 한두 송이 만나기도 쉽지 않은 복주머니란이 수십 송이 무더기로 피어 있다.

우리말 이름으로는 복주머니꽃·복주머니·요강꽃·까치오줌통·오종개꽃·작란화 등 제법 그 가짓수가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최근까지 가장 흔하게 불렸던 이름은 개불알꽃, 또는 개불알란이었습니다. 타원형으로 길게 늘어진 아래쪽 순판이 굳이 다른 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아하 맞다’하고 고개를 끄떡일 만하기 때문입니다. 그냥 보기만 해도 식물의 특징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하는 자연스러운 이름을 민망하다거나 창피스럽다고 해서 ‘우아한 이름’으로 굳이 바꾸는 게 옳은 일인지 생각해볼 일이란 주장도 있습니다.

 
막 올라오기 시작한 복주머니란의 꽃봉오리와 활짝 만개한 꽃송이.

각종 도감에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로 야생에서 자생하는 복주머니란을 만나기란 흔치 않습니다. 색이나 모양이 너무도 화려하고 예쁜 탓에 보이는 대로 남획 당해 자생지가 파괴되고 있다는 뜻인데 결국 2012년 멸종위기종 2급으로, 즉 특별한 보호관리 대상으로 지정됐습니다. 물론 이런 사정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닌 듯합니다. 몇 해 전 영국에서는 북주머니란의 일종인 ‘시프리페디움’이 한 골프장에서 발견됐는데, 경찰이 이를 지키기 위해 방어선을 치고 한 시간마다 순찰을 도는가 하면 폐쇄회로(CC)TV까지 설치해 감시할 계획이라는 외신 보도가 전해진 바 있습니다. 

 
높이 30cm 안팎까지 곧게 올라온 줄기에 5cm 안팎의 복주머니 모양의 꽃을 달고 당당하게 피어 있는 복주머니란.

결국 조금 민망하긴 해도 활짝 핀 복주머니란 꽃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개불알꽃이니 개불알난이니 하는 전통적인 이름을 복주머니란이라고 바꿔 부른 뒤 ‘복’에 환장한 사람들의 손을 타는 수난을 겪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영아 사망률이 높았던 그 옛날, 이름이 예쁘면 저승사자가 일찍 데려간다는 속설이 있어 귀한 집 자손일수록 개똥이니 쇠똥이니 하는 천한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고종 황제의 경우도 아기 때는 ‘개똥이’라고 불렀다고 하는 이야기가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어쨌든 볕이 좋은 5월 중순 전국의 높은 산 깊은 계곡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중 ‘천상의 화원’으로 불리는 강원도 태백의 두문동재~금대봉~분주령~대덕산 코스가 운이 좋으면 그런대로 자연 상태의 복주머니란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생지로 꼽힙니다.

글 사진: 김인철 야생화 사진작가(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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