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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민생 내팽개치는 의원들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2.0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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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불안한 현주소를 나타내는 두가지 지표가 최근 발표됐다. 하나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2.6%라는 2015년 경제성장률 속보치이고, 다른 하나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우리 제조업 주력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현저히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은 1960년대 이후 한국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2012년부터 제조업 성장률은 경제성장률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무역특화지수도 크게 떨어져 제조업 국제경쟁력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중국경제의 성장세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엔화 약세, 산유국과 신흥국의 경제위기 가능성 등 글로벌 경제환경마저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때문에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뒤따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위기를 또다시 맞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바뀌고 있다.

경제상황이 나날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데도 정치권은 대응책과 해법을 내놓기는커녕 오히려 훼방만 놓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논리에 함몰돼 경제에 대한 무능과 무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재도약을 위해 몸부림치는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주범으로 지탄받고 있다. 지난해 정기국회 이후로 두 번이나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줄곧 개점휴업 상태이다. 국회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은채 국민들의 혈세만 축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달 ‘원샷법’(기업활력제고특별법)과 북한인권법 합의를 파기한 작태를 보면 한심함을 넘어 분노마저 느끼게 만든다. 두 법안의 본회의 처리는 여야 원내대표 간의 합의사항이었다. 그런데도 박영선 더민주 비대위원이 “원샷법은 지주회사 체제를 만들기 위한 삼성 특혜법”이라고 제동을 걸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법 하나로 경제가 살아나겠나”라고 반문하며 합의를 뒤집고 두 법안의 처리를 무산시켰다.

이에 민생을 내팽개쳐버렸다는 국민들의 여론이 비등하자 더민주는 마지 못해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여야 쟁점법안인 ‘원샷법’만 표결 처리함으로써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것(원샷법)이 원만히 이뤄져서 일반 국민들이 국회에 대한 지나친 혐오감을 갖지 않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앞으로 임시국회가 열린다고 해도 여야의 냉각기를 해소하지 않는 한 민생법안 처리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원샷법’과 함께 처리될 뻔했던 북한인권법만 해도 아직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법안의 기본 원칙과 국가 책무 범위 등에 대해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이런 까닭에 국민들은 한국 미래를 위해 가장 많이 바뀌어야 할 대상으로 정치인을 꼽았다. 경제전문가 10명 중 9명 이상이 ‘정치 무용론’을 꺼낼 만큼 정치 불신의 골은 깊다. 한 언론사가 일반인 5000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앞으로 가장 많이 달라져야 할 집단이나 대상은 어디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43.1%가 국회, 다음으로는 정부(29.7%)를 각각 지목했다. 전문가 그룹의 40%는 한국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지적했다. ‘타협하지 않는 여야 대결정치’(22.5%) ‘정치인의 국정능력 부족’(22.3%) ‘정치 리더의 부재’(6.8%) ‘지역주의 정치’(6.8%) 등도 한국정치의 고질병으로 지목됐다.

우리경제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하다.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최하위다. 부정부패 근절, 관료행정비용, 재산권 보호 등 제도 경쟁력도 취약한 편이다. 지난달 수출액 규모가 2009년 8월 이후 6년 5개월만에 최대치인 18.5%나 급감한 것은 암울한 미래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이런 만큼 누구라도 꺼져가는 성장의 불씨에 숨결을 다시 불어넣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올해는 우리경제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그런데도 원샷법만 천신만고 끝에 통과시켰을 뿐 64만명의 신규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여야 협상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여야 의원들은 서로 남의 탓이라고 삿대질만 한다. 이런 의원들은 차라리 없는 편이 훨씬 낫다. 적어도 그들로 인해 세금이 축나는 일은 없을테니 말이다.

김규환 서울신문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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