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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 희망시급, 싸니까 청춘이다?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2.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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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새해 알바생들은 얼마의 시급을 받으며 일하길 원할까. 새로이 조사된 알바생 희망시급은 그저 소박했다.

최소한의 물가인상률만이라도 보장해달라는 알바생들의 하소연, 그들의 녹록치 않은 현실이 알바생 희망시급으로 아이러니하게 드러났다.

최근 한 취업포털사이트는 ‘알바생도 하나의 인격체’라는 콘셉트로 광고를 내보내는 중이다. 온갖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알바생들을 찾아가 위로하며 ‘그들도 집에서는 귀한 자식’이라 말한다. 이 역시 알바생 희망시급과 무관하지 않은 대목이다.

어디 이뿐일까. 알바생 희망시급을 반영해주는 예는 웹툰에도 등장했다. 웹툰작가 기안84는 자신이 연재 중인 작품 ‘복학왕’을 통해 알바생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그들을 대하는 사회의 횡포를 가감없이 풍자했다.

웹툰 속 주인공 우기명은 ‘알바 지옥’이라는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노예 편의점’이라는 제목의 공고를 발견했다. 이 공고에는 “전화로는 시급을 말씀드리지 않는다”, “돈 벌기 위해 편의점 근무는 좀 아닌 것 같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흔히 열정페이라 말한다. 지금도 어떤 이들은 알바생 희망시급을 보며 ‘배가 불러서’라는 중얼거림과 함께 혀를 끌끌 찰지 모른다. 허나 열정페이란 단어의 이면을 곰곰이 들여다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열정페이란 ‘열정’을 높이 사 월급을 더 주는 것이 아니다. ‘열정’이란 허울 좋은 구실을 붙여 무급 또는 아주 적은 임금을 주며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기업들의 행태를 비꼬는 말이다.

지난해 패션업계 청년착취 대상자로 지목된 이상봉 디자이너와 수습사원들에게 정직원 수준의 업무를 시킨 후 가차없이 해고시킨 위메프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역시 알바생 희망시급이 드러낸 열악한 현실과 어찌 다른 맥락이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실제로 지난해 청년유니온은 청년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디자이너에 대한 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투표자 111명 중 59명이 이상봉 디자이너를 ‘착취의 아이콘’으로 손꼽았다. 투표 결과를 통해 알려진 현실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상봉은 그간 견습 10만원, 인턴 30만원, 정직원 110만원의 급여를 지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야근수당까지 포함된 수치였다.

이러한 투표 결과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이상봉 디자이너는 자신의 브랜드가치를 앞세워 명성을 얻은 뒤 청년노동자들의 삶을 착취, 파괴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패션업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청년 노동자의 착취는 사회적으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알바생 희망시급으로 들여다본 열정페이의 잔혹함은 또 다른 예로도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는 신입 지역영업기획자(MD) 11명을 인터으로 뽑았다. 위메프는 이들에게 2주간 정직원 수준의 혹독한 업무체험을 지시했다. 정직원이 될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버틴 2주, 허나 결과는 허무하기만 했다. 위메프는 2주간의 실적만을 고스란히 취한 뒤 이들 11명을 전원해고시켰다.

그야말로 단물만 쏙 빼먹은 격이었다. 당시 위메프는 기준미달을 이유로 이들에게 1인당 50만 원이 조금 넘는 수당을 지급했을 뿐이었다. 하루 14시간이 넘도록 고되게 뛰어다닌 결과는 시급 3900원의 급여와 해고 통지였던 셈이다.

결국 쏟아지는 비난을 의식한 위메프는 11명의 지원자를 전원 최종 합격 처리하기로 했다. 허나 역시나 사후약방문이었다.

알바생 희망시급이 말해주듯 이 시대 청춘들의 근로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기만 하다. 비단 열악한 시급뿐일까. 경험이 적고 순진한 대학생들을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려는 위험 알바 또한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낮은 시급에 불만족해 ‘쉽고 편한 알바’, ‘고소득’ 등의 일차적 정보에 현혹됐다간 더 큰 상처만 안기 십상이다.

하나하나 들여다볼수록 한숨만 나오는 현실,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다시 한 번 영화 속 대사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한편 취업포털사이트 '알바천국'이 20~30대 6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알바생들이 바라는 희망시급은 1만281원으로 조사됐다. 희망 근로시간은 주21.6시간이었다.

실제로 응답자들은 ‘한 달에 벌고 싶은 알바비’로 월 평균 93만3257원을 희망했다. 이는 시급 1만281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현재의 최저시급 6030원보다 4251원 높다. 오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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