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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남북 '치킨게임'의 희생양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2.15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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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실시된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시작된 남북관계의 위기는 지난 7일 북측이 기상관측위성 ‘광명성 4호’로 포장된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쏘아올리며 본격화됐다. 남측이 개성공단 전면 중단으로 맞서자 북측은 곧바로 공단 내 남측 인원을 전원 추방하고 남북 군통신선과 판문점 직통전화를 폐쇄함으로써 남북관계가 올스톱됐다.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이 12년만에 불이 꺼지며 암흑 천지로 변해 ‘남북 신(新)냉전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마저 폐쇄되면서 남북관계의 모든 게 단절됐다.”면서 “대화의 틀도, 연락수단도 없기 때문에 군사적 강(强) 대 강(强)의 대치만이 남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남북 간에 겁쟁이를 가리기 위해 자동차로 마주 보고 달리는 ‘치킨게임’에 돌입한 양상이다.

개성공단은 남북한이 합작해 운영하고 있는 경제특구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10월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공단 건설에 합의하면서 추진됐다. 2000년 현대아산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공업지구 개발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했고, 2004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2005년 18개 업체가 처음 입주한 개성공단은 현재 124개 업체로 늘어났다. 북한 근로자 5만 4700여명과 남측 근로자 8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이런 개성공단의 전면 중단으로 남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개성공단의 생산액이 5억 1549만 달러(약 6230억원)로 국내총생산(GDP)의 0.04%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가동 중단에 따른 남한경제 피해 자체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북한에 대한 제재 효과 역시 크지 않다. 개성공단에서 북한이 인건비로 얻는 수익은 연간 대략 1억 달러(1200억원) 정도이다. 2014년 북한의 수출액 31억 6000만 달러의 3%를 조금 넘는다. 북한의 수출 규모 면에서 개성공단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의 비중이 낮은만큼 북한경제에 대한 타격 효과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북한이 정권의 사활을 걸고 있는 핵무기 개발을 겨우 이 정도의 효과로는 그만둘 리 없다. 남한 정부의 주장대로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인 외화로 핵무기 개발에 전용했다면, 공단 전면 중단 이후 북한은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중지해야 옳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

그런데 개성공단 전면 중단으로 공단 입주 남한기업의 피해는 너무 크다. 124개 남한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5억 1549만 달러이다. 이들 기업의 총 투자액도 5500억원이 넘는다. 이들 기업 뿐 아니라 협력업체도 5000여개나 된다. 협력업체의 전체 근로자는 12만 5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이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한 방송에 출연해 “금강산 관광을 닫으면서 1200개 기업이 도산했고, 8만 명이 실업자가 됐다.”고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2013년 한·미연합훈련과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삼으며 북한이 근로자를 일방 철수시키면서 134일간 공단을 폐쇄하고 개성공단 노동규정을 일방적으로 개정하면서 북한 근로자들의 최저 임금을 일방적으로 인상하는 등 공단 입주 남측기업들은 북측에 당할 만큼 당했다. 그것도 모자라 북측에 핵개발 자금을 대준 것처럼 ‘모함’도 받았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의 가장 큰 피해자인 셈이다.

개성공단 중단의 다음 피해자는 북측 노동자들이다. 개성공단 노동자 5만 4000여명과 그들의 가족을 포함하면 20여만명이 생계 위협을 받는다. 개성 주민 상당수가 공단에서 쓰고 남은 전기를 끌어다 쓰고 있는 데다 시내 대부분의 지역은 공단 정수시설을 통해 하루 3만여t의 식수 및 생활용수를 공급받고 있는 만큼 심각한 전력·식수난이 우려된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김정은 정권을 정조준한 것이라지만, 결과적으로 남북한 주민들에게만 고통을 안기는 자충수를 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디팩 맬호트라, 맥스 베이저먼 교수는 ‘협상천재’라는 책에서 이같이 충고한다. “치킨게임 자체가 당사자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패자만 낳는다는 사실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김규환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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