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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병원마저 믿을 수 없다니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2.22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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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찾기가 불안하다. 병원을 잘못 찾았다가 도리어 큰 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차례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단순한 의료사고가 아니라 병원이나 의사 등 의료인들의 비양심적인 행위로 인해 큰 질병에 감염될 수 있다니 불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부터 주사기 등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의료기관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고 있다.

하루 전 강원도 원주경찰서는 원주시내 한 정형외과 원장의 출국금지 조치를 검찰에 요청했다. 또 해당 병원에서 일한 간호사 5명의 소재 파악과 시술장비 등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했다. 이 병원에서 2011~2014년 사이 자가혈시술(PRP)을 받은 100여명이 C형 간염에 걸린 사실이 확인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C형 간염 발병 원인이 시술과정에서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어 조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충북 제천의 한 병원에서도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감염 의혹이 신고돼 경찰과 보건 당국이 함께 원인 조사를 벌이며 의심신고도 받고 있다. 제천의 병원에서는 무려 3000여명에 대한 역학조사가 진행중이라고 한다.

주사기 재사용은 혈액을 매개로 하는 감염병을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행위이다. 그런데도 의료기관이 개당 수십 원의 작은 이익을 보겠다고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을 망각한 처사이다. 이번 사건이 국민들에게 심각하게 받아 들여지는 이유이다.

특히 이같은 사례들이 처음이 아닌 데다 보건 당국의 부실한 대응이 또 다시 확인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는 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구의 한 의원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던 것을 또렷이 기억한다. 당시 이 병원에서도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바람에 무려 97명이 C형 간염환자가 됐다. 그야말로 병원을 찾았다가 병을 얻은 격이 된 것이다. 보건 당국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건들을 반복해 겪고도 그 동안 미온적은 대처에 그쳤다. 보건 당국은 지난해 4~7월 C형 간염 의심신고 14건을 접수해 역학 조사를 벌였으나 원인을 밝히지 못한 채 서둘러 조사를 끝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3명의 추가 의심신고를 받고 나서야 원주의 병원 등에서 자가혈 주사시술을 받은 900여명을 전수 분석했다고 한다. 늑장 부실 대응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그토록 외쳐댔던 대책 마련과 각종 후속 조치들이 공허한 메아리가 된 셈이다.

보건당국이 허술한 법망을 방치해온 사실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주사기 재활용은 불특정 다수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는 비윤리적이고 후진적인 행위이다. 그런데도 이를 처벌할 마땅한 법규조차 그 동안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파렴치 의료 행위자에게 최고 종신형을 선고하는 미국의 법제와는 큰 차이를 보여왔다.

정부와 정치권이 뒤늦게라도 의료법을 개정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 17일 일회용 주사기 등 의료용품의 재사용을 금지하고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개정안은 의료용품 재사용으로 보건위생상 중대한 위해를 입힌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고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이 가능토록 했다. 비록 뒷북이지만 일련의 주사기 재사용 사건을 통해 정부와 정치권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이다. 종전의 경우 주사기를 재사용한 병원에 대해 면허정지 1개월 정도의 처벌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를 비롯한 의료인들의 직업 윤리와 안전 불감증을 바로 잡는 일이다. 병원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질병으로부터 고통받고 있는 환자를 치유하는 곳이다. 그러기에 병원은 항상 최고의 안전상태로 유지되어야 하고 의사 등 의료인들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사회 전반에 안전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의료계도 돈을 앞세우는 의술이나 안전 불감증을 없애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나의 능력과 판단이 허락하는 한 모든 병과 손실을 환자들로부터 멀리 떼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평생 절제와 순수함으로 의술을 행할 것입니다. 의도적인 실수나 부패행위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다시금 새겨볼 일이다.

이동구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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