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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사랑도 '법대로' 해야 할까?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2.2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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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화팬들에게도 여러차례 소개된 ‘젊은이의 양지’는 미국 소설가 드라이저의 작품 ‘아메리카의 비극’을 영화화한 것이다. 주인공 조지는 요즘말로 하면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시골 출신의 젊은이였다. 그가 성공의 꿈을 안고 대도시 공장에서 근무할 때는 동료 앨리스를 진심으로 사랑했었다. 하지만 어느 날 그의 앞에 나타난 금수저 앤젤라와 친해지면서 마음이 변한다. 급기야 이미 임신한 몸으로 결혼을 요구하는 앨리스를 해변으로 데리고 간 후 물놀이 사고로 위장해 죽게 내버려 둔다. 연인이 악마로 돌변한 것이다. 조지는 결국 사형에 처해진다.

이처럼 연인간의 비극을 소재로 한 유사한 영화와 드라마, 소설 등은 오늘 날에도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비극적인 상황이 소설이나 영화가 아닌 실제 연인들 사이에서 발생한다면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남 화순경찰서는 지난 25일 여자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김모(18)군을 긴급체포했다. 김군은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자신을 다그치는 여자 친구와 말다툼을 벌이다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여자친구를 숨지게 한 것도 모자라 시신을 인근 하천에 버리기까지 했다. 연인이 잔인하기 짝이 없는 살인자로 돌변한 것이다.

최근 교제중인 연인들 사이에서 감금과 폭행도 모자라 끔찍한 살인으로 이어지는, 속칭 ‘데이트 폭력’이 빈발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연인 간의 폭력으로 검거된 사람은 약 2만명에 이른다. 한해 평균 7000건이 훨씬 넘는다. 문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데이트 폭력이 늘어나는 데 있다. 지난 2011년 신고된 연인간의 폭력은 7292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7692건으로 늘었다. 이를 유형별로 분석해 보면 끔찍하기 짝이 없다. 3670건의 단순 폭행을 넘어 상대의 몸에 상처를 입히는 상해가 2306건, 강간·강제 추행도 509건이나 됐다. 연인을 살해한 경우도 무려 102건이나 됐다. 물론 피해자는 십중팔구 여성이다.

날로 흉포화되고 있는 연인간 폭력범죄의 실상들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피해자들 또한 참고 넘기기보다는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을 공론화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데이트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제정안에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개념, 데이트 폭력 발생시 응급조치, 수사 및 피해자 신변보호, 가해자 수강상담치료 및 보호처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학교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주폭 , 권력과 금력 등에 의한 폭력(갑질) 등 각종 폭력을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비난과 함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우리 곁에 머물고 있는게 현실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폭력이 불량배나 조직폭력배 등 특정 집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가정과 직장, 이웃 등 사회 전반에서 일상화되고 있는 점이 더 큰 우려를 자아낸다. 육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약자가 된 친부모를 비롯해 노인들을 학대하고 차별하는 일은 다반사가 된지 이미 오래다. 10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이가 부모들로부터 구타와 굶주림 등 갖은 폭력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는 최근의 사건들은 많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아름답고 소중한 시간이 되어야 할 이성과의 만남 기간에도 도를 넘어선 심각한 폭력이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은 온 국민을 더욱 씁쓸하게 한다.

데이트폭력 사건은 당사자간의 문제로 보고 그동안 정부나 경찰은 웬만해서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데이트 폭력의 정도가 심해지고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자 각 경찰서는 ‘연인간 폭력 근절 특별팀’을 구성하는 등 훨씬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현재로서는 데이트폭력을 가정폭력처럼 개념을 정의하고 규제하는 법령이 없어 효과적으로 제재하기 힘들고 피해자 보호조치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어 재발의 우려 또한 높다. 따라서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예방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데이트 폭력에 대한 법률 제정의 목소리가 불거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신고나 도움을 요청한다면 연인의 접근금지나 심리상담 등을 통한 법적 보호조치가 보다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동구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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