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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의 야생화 기행]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로, 불두(佛頭) 닮은 꽃 방망이로 꽃샘추위를 내치는 앉은부채!

  • Editor. 김인철
  • 입력 2016.03.07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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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은 Symplocarpus renifolius Schott ex Miq.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

“아니, 이게 정말 꽃이 맞아요?”

“무슨 꽃이 이렇게 생겼을까!”

“꽃잎은 어디에 있나요?”

처음 대하는 이는 누구나 익히 알던 꽃과는 다른 형태에 놀라워하는 꽃이 있습니다. 그리곤 이런저런 질문을 쏟아내는 동시에 ‘앉은부채’라는 이름을 자연스럽게 그럴듯하다고 받아들입니다.

 
광배(光背)를 닮은 꽃 덮개와 불두(佛頭)를 닮은 육수꽃차례가 활짝 드러난 앉은부채. 경기, 강원 지방에서도 2월 말~3월 초면 추위를 물리치고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그런데 ‘앉은부처’로 잘못 알아들었음을 뒤늦게 깨닫고선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한가운데 도깨비방망이같이 생긴 게 일견 불두(佛頭)를 닮았다고 생각하고 거기서 그런 이름이 연유했다고 이해했는데 그게 아니라니 뭔 이야기인지 설명해달라고 채근합니다.

 
 
불염포라 불리는 꽃 덮개 안에서 농익어가는 육수꽃차례. 도깨비방망이에 꽃잎과 수술, 암술이 달려 있다.

말머리에서 밝혔듯 앉은부채는 먼저 독특한 꽃의 형태로 눈길을 끕니다. 처음 꽃잎으로 오인하기 십상인 자갈색의 타원형 이파리는 불염포라 불리는 꽃 덮개입니다. 그 안에 있는 도깨비방망이가 육수(肉穗)꽃차례라고 불리는 꽃 덩어리인데, 거북의 등처럼 갈라진 방망이의 조각조각이 4장의 꽃잎과 4개의 수술, 1개의 암술을 갖춘 각각의 꽃송이인 셈입니다. 부처의 광배(光背)를 닮은 꽃 덮개, 역시 부처의 머리를 닮은 육수꽃차례로 인해 ‘명상에 잠긴 부처’라는 별명을 갖고 있고 또 ‘앉은부처’로 잘못 불리기도 하지만, 원래는 꽃이 진 뒤에 무성하게 나는 잎이 부채처럼 넓다고 해서 앉은부채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겨울 눈과 얼음의 바다에서 뾰족한 불염포를 지느러미인 양 곧추세우고 서 있는 앉은부채.

그런데 앉은부채가 정말로 눈길을 끌고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강인한 생명력에 있습니다. 한겨울 눈 덮인 산골짜기에서 만나는 앉은부채는 마치 백상아리가 등지느러미를 곧추 세우고 망망대해를 유영하듯, 꽃 덮개를 뾰족뾰족 세우고 차디찬 얼음과 눈의 바다를 의연하게 관망합니다.

 
눈에 갇힌 앉은부채, 그리고 눈 속에서 더 돋보이는 앉은부채의 육수꽃차례.

꽁꽁 언 땅속에 1m 넘게 뿌리를 내리고, 그 깊고 깊은 뿌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얼음 구들을 녹이면서 꽃눈을 틔워 독특한 모양의 꽃을 피우는 앉은부채의 놀라운 생명력은 경이 그 자체입니다. 강원도에선 겨울을 이기고 가장 먼저 꽃을 피운 뒤 부채처럼 넓은 잎을 펼치다 보니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이 가장 먼저 먹는 풀이라고 해서 곰풀이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또 지방에 따라 삿부채, 우엉취, 취숭(臭崧) 등 여러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유독성 식물로 잎은 풍성하지만 먹을 수 없다고 하여 ‘호랑이 배추’라는 별칭도 얻었습니다.

충북 청원군 낭성면 한 야산 앞에 서 있는 앉은부채 자생지 안내 표석.

꽃 덮개가 노란 앉은부채의 경우 정명은 아니지만 ‘노랑앉은부채’로 불리는데, 어쩌다 귀하게 만난 노랑앉은부채를 보고 있노라면 염화시중의 미소로 겨울을, 꽃샘추위를 저만치 물리치는 듯한 따스함을 느끼곤 합니다.

 
‘명상에 잠긴 부처’라는 별칭이 잘 어울리는 ‘노랑앉은부채’ 모습.

학명 중 속명 Symplocarpus는 결합한다(symploce)와 열매(carpos)라는 그리스어 합성어로 씨방이 열매에 붙어 있다는 뜻, 종소명 renifolius는 콩팥 모양의 잎을 가졌다는 의미입니다. 전국에 분포하는데, 수도권 인근에선 천마산이 자생지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충북 청원군 낭성면의 한 작은 산 입구에는 앉은부채 자생지라는 안내 표석도 세워져 있습니다.

글 사진: 김인철 야생화 사진작가(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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