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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거꾸로 가는 비정규직 대책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3.07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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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면 혹시 재계약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으로 입술이 바싹바싹 타들어갔어요. 하지만 이제는 당당한 시청 직원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보다 적극적으로 업무를 볼 수 있어 가슴이 뿌듯합니다.”

광주광역시 120콜센터에서 시민들의 불편과 문의사항을 해결해 주는 상담원 김옥희(48)씨는 요즘 출근하는 일이 즐겁기만 하다. 비정규직에서 광주시의 직접고용 근로자로 신분이 바뀌어 재계약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진 덕분이다.

김씨를 포함해 120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용역업체 소속 상담원 13명이 지난 1일자로 광주시의 직접고용 근로자로 전환된 것이다. 직접고용 근로자로 전환되면 기간제 근로자이지만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되고, 2년 뒤에는 정식 공무원 신분이 된다. 광주시는 앞서 지난해 비정규직 용역 근로자 428명을 직접고용 근로자로 전환한데 이어 올해 1월1일에도 300명을 직접고용 근로자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직접고용으로 전환된 근로자들은 이전보다 임금이 평균 13.4%나 올랐고, 예산은 오히려 15.7% 절감된 것으로 나타나 광주시와 근로자 모두 ‘윈-윈’하는 비정규직 대책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서울시 역시 간접고용 근로자를 줄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2017년까지 7296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화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서울시 산하기관 간접고용 근로자 5927명이 포함돼 있다. 서울시는 민간위탁 또는 용역으로 청소·시설경비 등의 업무를 산하기관 신설 자회사로 이관함으로써 간접고용 근로자는 자동적으로 자회사 정규직 근로자로 고용 형태가 바뀌게 된다. 서울지하철공사·도시철도공사의 승강기 안전관리 등의 업무도 두 공사가 통합한 뒤 설립될 자회사로 이관할 계획이다.

그러나 광주시나 서울시와는 달리 중앙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은 간접고용 근로자를 되레 늘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계획을 발표했다. 공공부문에서 상시·지속 업무에 근무하는 기간제 근로자 1만 5262명을 단계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신분을 보장받도록 한다는게 주요 내용이다. 한데 정부는 애초 직접고용 비정규직인 기간제 근로자만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으로 삼고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근로자는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때문에 파견·용역 근로자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공공부문 파견·용역 근로자는 2012년보다 3000명이나 늘어난 11만 4000명에 이른다. 이후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파견·용역 근로자들의 근로계약을 유지하는 문제는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용부가 발표한 300인 이상 대기업의 간접고용 근로자 역시 전체의 20%인 91만 8000명이나 된다. 1000인 이상 대기업의 간접고용 근로자 비율은 23%로 더 높다. 청년 고용 절벽은 더욱 심각하다. 정규직 일자리 수는 한정된 상황에서 취업난이 가중되자 첫 일자리를 잡을 때부터 파견·용역 등 비정규직 근로자로 일하는 청년들이 8년 새 10%포인트 가량 올랐다. 지난해 8월 기준 청년층의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전체의 64%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가인권위원회는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보장과 처우 개선에 적극 나서라고 독려했다.

특히 간접고용 근로자를 원칙적으로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할 것을 교육부와 고용부에 강력히 권고했다. 그러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중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대상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상시·지속 근로’의 기준을 완화하고 정규직 전환 대상의 범위는 축소할 것을 촉구했다. 그렇지만 정부는 여전히 간접고용은 고용이 아닌 기관 간 용역계약인 만큼 비정규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간접고용 근로자는 공공기관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고용 형태를 강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지자체들이 간접고용 근로자를 줄이기 위해 적극 노력한다면 중앙정부 역시 두 팔을 걷고 나서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직 대책이라고 해봐야 파견·용역 활용분야 사례조사, 상시·지속 업무 소속 외 근로자에 대한 합리적 운영방안 검토가 고작이다. 정부가 하는 꼴을 보면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김규환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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