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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좀비기업, 과감히 몰아내야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3.14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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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침체로 우리 경제가 추락하면서 ‘좀비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싸늘하다. 좀비기업은 대출 이자도 제대로 벌지 못하는 상태가 3년 연속 지속되는 한계기업 상황을 2005년 이후 두번 이상 맞이한 기업을 뜻한다. 시장에서 당연히 퇴출돼야 하는 기업이지만, ‘기적’을 바라고 금융지원을 받아 연명함으로써 다른 기업들의 생태계까지 갉아먹는다. 이런 기업들 탓에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고, 돈을 빌려준 은행마저 위험에 처하는 등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엄청난 부담이 가해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좀비기업은 2014년 기준으로 기업 100곳 가운데 10.6곳에 이른다. 5년 전인 2009년(8.2곳)보다 2곳 이상 늘어났다.

한진해운은 해운경기가 고꾸라지면서 실적 악화와 유동성 부족에 내몰려 빚을 빚으로 돌려 막아 근근이 버티는 실정이다. 지난해말 부채비율은 850% 가까이 치솟았고, 부채총액도 6조 3000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상환계획 자금 가운데 실제 갚은 돈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조 4000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그룹 ‘큰형’ 격인 대한항공의 도움을 받아 만기가 돌아온 공모사채를 사모사채로 돌리고 다시 차입하는 등 돌려막기로 상환 기간만 늘리고 있다. 상환하는 금액만큼 새로 빚이 생기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연명하고 있는 셈이다. 이보다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현대상선은 그룹내 알짜기업인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운영자금 1400억원을 긴급 수혈받아 겨우 생명을 지탱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좀비기업의 부실이 다른 그룹 계열사로 확산되고, 국민 혈세인 공적자금이 투여되는 상황에 생길 수 있다는데 있다. 좀비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은 암을 치료하는데 있어 조기에 발견해 수술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과 같은 이유다. 하루라도 빨리 손쓰지 않으면 다른 멀쩡한 장기에 암세포가 전이된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은행권에서 좀비기업을 제대로 솎아내지 못하는 판에 선심 쓰기에 바쁜 총선 시즌을 맞으면서 개별 기업의 부실이 그룹 전체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정부 당국이 좀비기업의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팔을 걷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는 세계경제 침체 상황을 등의 감안해 신용위험평가 대상을 확대하는 등 예년보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구조조정 평가 대상은 대출액이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과 30억원 이상인 중소기업 가운데 ▲3년 연속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 ▲3년 연속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 ▲자산건전성 평가에서 ‘요주의’ 등급을 받은 기업 ▲급격한 신용도 악화 등을 기준으로 구조조정 대상을 분류했다. 이번 강화된 기준에서는 ▲완전자본잠식 기업 ▲채권은행의 ‘요주의(워치리스트)’명단에 포함된 기업 ▲2년 연속 매출액이 20% 이상 급감한 기업 ▲직전 신용위험평가에서 B등급을 받은 기업 ▲취약업종 포함 기업 등을 추가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대책으로는 시장에서 신뢰성을 얻기 힘들다. 정부 당국은 해마다 ‘예년보다 강화된 기업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고 되풀이하고 있으나, 실제로 추진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해 말에도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를 추가로 진행하며 취약업종 기업과 워치리스트 기업까지 평가 대상을 확대했다. 4개월이 지난 현재 기업 구조조정 환경은 변한 것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지난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54개 기업 중 실제로 구조조정에 돌입한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아직도 좀비기업이 준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의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구조조정 대상기업 명단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재검토해야 한다. 물론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상장사까지 공개하지 않는 것은 투자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키운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문제의 기업에 투자해 엉뚱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좀비기업을 과감히 솎아내기 위해서는 정부 당국의 빠른 결단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국가경제를 고려하는 대승적 차원에서 좀비기업에 대해 과감히 철퇴를 내려야 한다.

김규환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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