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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겉도는 청년실업 대책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3.2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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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부터 일자리 창출에 올인했다. 대선 때 경제 분야에서 유일하게 수치로 내놨을 정도로 강한 애착을 가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청년들의 창업 지원과 해외 취업 등을 통해 이들의 실업률을 크게 낮추는 한편 시간선택제 일자리와 직업훈련 등을 통해 중장년층의 고용률도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해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으며 공을 들이고 있다. 청년 일자리 예산으로 2014년 1조 3600억원, 2015년 1조 9800억원을 각각 배정했다.

올해에도 2조 800억원을 편성하며 처음으로 2조원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청년 일자리 예산의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는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청년 일자리 예산 1조 9800억원을 쏟아부어 만든 일자리 수는 4만 8000여 개에 그쳤다. 일자리 1개당 4125만원을 투입한 셈이다. 그런데 이들 일자리 가운데 대다수는 연봉 3000만원을 받지 못하고 있고, 32.7%는 2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42.4%는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이다. 통계청이 며칠 전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 고용상황은 암울하다. 지난달 청년 실업자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7만 6000 명 늘어난 56만 명에 이른다. 청년 실업률이 무려 12.5%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9.2%였던 청년 실업률이 1년만에 무려 3.3%포인트나 급등했다. 취업 준비자와 구직활동 포기자까지 포함하면 체감 청년 실업률은 20~30%까지 올라간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올인’에도 불구하고 되레 청년 실업률이 올라가는 이유는 뭘까. 물론 경기 부진, 철강·조선 등 주력 산업의 실적악화 등 경기적 요인과 비정규직·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일자리 사다리 붕괴, 정년연장 등 구조적 요인이 결합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킨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여기에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에코붐 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2020년대 초반까지 노동력 공급은 넘치는 반면 수요는 정체해 청년 실업률이 고공비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요인들이 사상 초유의 청년 취업난을 설명해주는 이유의 전부가 될 수 없다.

이런 까닭에 정부의 청년 일자리 대책이 탁상행정과 부처 간 무리한 실적 경쟁 탓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 부처마다 각자 프로그램을 가지고 청년 일자리 사업을 하다 보니 비효율적으로 집행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청년 일자리 사업은 정부 13개 부처가 57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경우 국가 기간전략직종 훈련 사업에 3740억원, 외교부는 해외봉사단 사업에 1023억원, 행정자치부도 자원봉사활성화 지원에 1023억원을 각각 배정했다. 이 같이 각 부처별로 유사·중복 사업이 넘쳐나고 쪼개져 있다 보니 선택과 집중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청년 일자리 사업을 34개에서 18개로 통폐합 관리하겠다고 큰소리 쳤지만 부처별 밥그릇 싸움에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정부 부처가 청년 고용을 유도하기 위해 손쉬운 ‘사업주 지원’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질적으로 고용하는 주체인 사업주에게 돈을 줘야 고용을 늘릴 수 있는 까닭에 앞다퉈 기업 지원 예산을 늘렸으나 청년들이 받는 실제 혜택은 훨씬 적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청년취업인턴제 예산 가운데 사업주 지원금은 1758억원에 달했지만 근로자 지원금은 420억원에 불과하다. 기업 인건비를 정부가 대주면서 예산만 낭비하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형국이다. 공공기관들도 정규직 전환 의무가 없는 ‘체험형 인턴'만 대거 뽑는 바람에 생색내기 채용에 그치고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단순한 실업 문제 해결 차원에서 다룰 성질이 아니다. 20~30대는 취업과 결혼, 출산, 자녀 교육과 내집 마련 등이 이뤄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생산과 소비 등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이들이 안심하고 생산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일자리를 공급해줘야 하는 까닭이다. 국가의 미래인 청년세대가 무너지면 우리나라의 장래도 없다.

 

김규환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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