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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사병들이 총알받이인가?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3.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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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의 군대 모습이 요즘처럼 확연히 대비된 때가 있었나 싶다. 북한 군은 매일같이 무력시위를 벌이며 우리를 위협한다. 24일에는 “청와대와 반동 통치기관들이 1차 타격 대상”이라며 “박근혜와 호전광들을 죽탕쳐 버릴 작전에 진입할 태세에 있다”고 우리를 협박했다. 반면 남한의 군대는 방산비리로 망신살에 허우적대고 있다. 허술한 방탄복을 납품한 방위산업 비리가 또 터진 것이다. 그것도 장군과 영관급 간부, 육사교수 등과 방산업체가 사병들의 목숨을 담보로 조직적으로 돈을 챙겼다고 하니 말문이 막히지 않을 수 없다.

감사원이 밝힌 국방부의 전력지원물자 비리 감사결과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는 28억 원을 들여 철갑탄 방호용 첨단 방탄복 개발에 성공하고 2012년부터 각 군에 보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방산업체의 로비로 철회됐다. 대신 군은 철갑탄 방어 기능이 없는 일반 방탄복을 공급하기로 계획을 바꾸었다. 군은 3만 5000벌의 이 방탄복을 납품받아 전방부대 근무자들에게 보급했다. 만약에 이 방탄복을 믿고 북의 도발을 응징하는 데 우리 사병이 투입됐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만해도 분노가 치민다.

이런 터무니 없는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은 군과 방산업체 간의 뿌리 깊은 유착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일을 주도한 육군 소장 출신 국방부 1급 공무원은 청탁의 대가로 자기 아내를 방산업체에 위장 취업시켜 월급을 타냈다. 또 육군 영관급 장교는 방탄복 정보를 제공하고 50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았고, 나중에는 그 업체 이사로 들어갔다. 육사 교수도 허위 방탄 시험 성적서를 작성해 주고 1억여 원을 받았고, 전역 후에는 이 업체 연구소장이 됐다. 현역 때 방산업체 뒤를 봐주고 뇌물을 챙긴 뒤 전역 후엔 업체로 자리를 옮겨 후배 군인들을 상대로 로비를 하는 비리사슬이 여전히 끊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군 출신이 문제의 이 업체와 그 계열사에 취업한 사례만도 2008년 이후 29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업체는 2025년까지 무려 2700억원이 넘는 방탄복 공급권을 보장 받은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졌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문제의 방산업체가 2011~2012년에도 불량 방탄복 2000벌을 특전사에 납품했다가 적발된 전력이 있는 업체라는 것이다. 당시 육군과 해군 장교 3명이 업체의 로비를 받아 시험평가서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구속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어떻게 이 업체가 버젓이 살아남아 다시 로비에 나설 수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군과의 은밀한 커넥션이 있지 않고서는 이 상황을 설명할 수가 없다. 한마디로 군의 방산업무가 썩을대로 썩어 있었다는 증거이다.

정부는 1년여에 걸쳐 방산비리 합동수사를 펼쳐 왔다. 그리고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 도입과정의 비리의혹, 함정 불량 음파탐지기 사건 등 끝이 없을 것 같은 비리사실들을 확인했다. 하지만 정부합동수사단이 활동을 종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또 이번 방산비리가 터진 만큼 상시적 감시 시스템을 꾸준히 가동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한 해 국방비는 38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군사장비의 구입과 개발, 보급 등에 관련된 비리사슬을 끊어내지 못하면 그야말로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된다.

군 관련 비리는 사병들의 목숨 뿐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이적행위와 다름 없다. 엄중문책과 함께 다시는 유사한 비리행위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 기밀유지라는 군 특성을 악용하는 사례가 없도록 군 장비의 개발, 구입 과정 등이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25일은 정부가 정한 제1회 서해수호의 날이었다. 26일은 천안함 폭침사건이 발생한지 6년째 되는 날이었다. 우리의 영토를 수호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데는 군대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방산비리와 관련된 일련의 군 모습은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분골쇄신하는 마음으로 군 스스로 비리척결에 앞장서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

이동구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yidongg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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