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업다운 논객마당] 조폭·군대문화 흉내내는 대학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4.04 08: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대학들의 비지성적인 문화가 도를 넘고 있다. ‘지성의 요람’ 으로 여겨졌던 캠퍼스에서 군사문화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을 뿐 아니라 조폭 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폭력성마저 빈번히 노출되고 있다. 낭만과 열정이 가득해야 할 캠퍼스에서 전통이라는 이유로 미신적인 행동과 가혹행위도 행해지고 있다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들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진상조사 뒤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지만, 이런 비지성적인 사건들은 한해도 거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 곳곳의 대학들에서 이 같은 행위들이 이어져 비난을 사고 있다. 전남의 한 대학교에서는 신입생이 대면식을 마친 뒤 투신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지난 달 17일 대면식을 마친 신입생이 선배와 말다툼을 벌인 뒤 도서관 4층과 5층 사이 창문으로 뛰어 내린 것이다. 다행히 이 학생은 화단으로 떨어져 목숨은 구했지만 발목 골절과 후두부 출혈 등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달 16일에는 서울의 한 사립대 체육학과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가혹한 얼차려를 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선배들은 신입생 수십 명을 엎드려 뻗치기 시키고, 땅 위에 머리를 박는 일명 ‘원산폭격’ 얼차려를 수차례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과 선배들은 신입생이 학과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며 아르바이트를 못 하게 하고 독특한 방식의 인사를 강요하고 휴대전화 이모티콘 사용 금지 등 각종 이해하기 힘든 행위들을 자행했다. 조폭세계 또는 전근대적인 군대에서나 있을 법한 행위들이 대학사회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음주를 강요하는 문화도 여전하다. 지난 달 22일 대전의 한 대학교에서는 선후배 대면식에서 술을 마신 한 신입생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학생은 전날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대면식에서 술을 마신 뒤 다음날 새벽 2시까지 구토를 하는 등 괴로워하다가 잠든 뒤 깨어나지 못했다. 경찰은 토사물이 기도를 막아 학생이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북 구미의 한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총학생회 간부가 침을 뱉은 술을 마시도록 후배에게 강요하고 이를 말리던 다른 후배를 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총장이 사과문을 게시하기도 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벌칙을 강요하거나 성적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게 하는 등 성범죄 수위에 달하는 가혹행위가 고발되기도 했다.

‘학과 전통’이라는 이유로 액땜하겠다며 신입생에게 막걸리 세례를 퍼붓는 행위도 공공연히 벌어졌다. 지난 달 4일 전북의 한 사범대에서는 신입생 20여 명을 학과 건물 앞에 모아놓고 막걸리 세례를 퍼부었다. 신입생 환영회의 한 순서로 진행된 ‘막걸리 세례’는 민소매와 반바지를 입은 신입생들을 선배들이 둘러싸고 막걸리를 뿌리는 고사 형식으로 행해졌다. 신입생들은 돼지머리가 된 기분이었으리라. 앞서 부산의 한 대학 축구동아리 선배들도 고사를 지낸 뒤 남은 두부와 김치를 막걸리 안에 넣고 흔들어 신입생들의 머리에 차례로 끼얹는 의식을 진행해 물의를 빚었다. 미신적이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이 행위들은 모두 선배들이 신입생 때 겪었던 일들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1년 뒤 고스란히 후배들에게 돌려준 것이다.

대학 내의 이런 악습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전남의 한 대학에서는 지난 25일 107개과 대표들이 모여 MT 악습을 없애자는 선언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인인 대학생들의 자율화 문제 때문에 지나친 간섭은 힘든 상황이다. 또 공식적 행사 외에도 개강 파티 동아리 소모임 등 비공식적 행사가 많아 일일이 규제를 한다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한 교수는 “총학생회나 학생회 차원에서 악습을 없애려는 자정 활동을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지도 교수를 동아리 등에 전담 배치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대학은 언제나 우리 사회에 맑고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는 건강한 숲과 같은 곳으로 존재해야 한다. 대학의 학문이 융성할 때 국가,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기에 기성세대의 잘못된 문화가 대학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 곳에 우리의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이동구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