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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한국이 '봉'인 이유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4.0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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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BM한국토익위원회가 얼마 전 토익 응시료를 4만 2000원에서 4만 4500원으로 6% 올리겠다고 밝혔다. YBM은 인상 안내문을 통해 “현행 응시료는 2012년 1월 조정된 뒤 4년간 동결된 만큼 물가 상승과 시험 관련 제반 비용 증가로 부득이하게 인상하게 됐다”고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2000년 2만 8000원이던 응시료는 그간 꾸준히 올라 올해 4만 4500원으로 인상됐다. 지난 15년 동안 무려 60%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세계에서 우리나라 다음으로 토익 응시자가 많은 일본은 오히려 응시료가 인하되는 추세여서 너무나 대조적이다. 2010년 이전 6000엔(약 6만 1489원)을 웃돌았던 일본 응시료는 조금씩 내려 현재 5725엔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벅스 커피 역시 다른 국가들보다 비싼 편이다.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355㎖)는 4100원. 중국 베이징(3679원), 일본 도쿄(3633원)보다 비싸다. 가장 저렴한 미국 뉴욕(2477원)보다는 60% 정도 비싸다. 수입 탄산수의 경우 원산지 판매가격보다 국내 판매가가 최고 7.9배나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 중인 이탈리아산(産) 산펠레그리노로 국내 평균 판매가격은 100㎖당 738원인데 반해 이탈리아 현지 판매가격은 100원이 채 안되는 93원이다.

의류 분야도 마찬가지다. 스페인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자라 제품의 판매가격은 한국이 매우 높다. 자라 제품이 스페인보다 50% 이상 비싸게 판매되는 곳은 인도(53%)와 일본(62%), 러시아(76%), 중국(78%), 미국(92%) 등 세계 14개국이다. 이중 우리나라의 자라 제품 판매가는 스페인 현지 판매가보다 96%나 비싼 고가로 팔린다. 14개국 가운데 가장 비싸게 팔리는 셈이다. 초콜릿 제품의 가격도 우리나라가 높다. 씨즈캔디 초콜릿의 외국 구매가는 국내 판매가보다 43%, 로이즈 초콜릿은 38.4%, 고디바는 26.5%가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배출가스 조작사건의 주범 폭스바겐은 안하무인으로 군다. 무성의한 리콜 계획으로 한국 정부로부터 연거푸 퇴짜를 맞은 것은 물론 보상책도 내놓지 않는 등 과연 해결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미국 등 북미지역에서는 리콜 조치하고 소비자 48만명을 대상으로 1000달러(약 116만 2000원) 상당의 상품권 카드 제공과 3년 무상수리 등 보상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북미지역 외에 다른 국가 소비자들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기로 했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에는 개별소비세 인하분 환급을 거부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압박에 못 이겨 뒤늦게 환급하기로 했다. 이것도 모자라 배출가스 조작 파문 후 판매량이 급감하자 60개월 무이자 판매와 20% 할인 등 판촉행사까지 벌이는 후안무치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 2월 국내에서 전달보다 32.3%가 늘어난 2196대를 판매했다. 반면 다른 수입차들의 판매량은 10% 이상 감소했다. 수입차 업계의 관계자는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조작 사태 후 판매대수가 곤두박질치자 전 차종 60개월 무이자 판매에 나섰다”며 “값을 내리면 한국 소비자들이 차를 사기 때문에 독일 폭스바겐 본사에선 우리나라 소비자에 대한 보상을 검토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외국 기업들은 왜 우리나라만 ‘봉’으로 취급하는 것일까.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자기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리나라의 소비 행태가 해외 유명 브랜드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갑을 여는 경우가 많은 만큼 국내에서 팔리는 가격이 현지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2배 가까이 비싸더라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명품이라는 해외 유명 브랜드들은 시도 때도 없이 값을 올려놓고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간다. 이런 소비자들은 영원히 ‘호갱’(호구 손님)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한번이라도 소비자들의 가장 강력한 힘인 ‘불매운동’에 나섰다면 이 같은 무시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외국 기업들의 ‘봉황’(鳳凰)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얼마나 좋은 물건을, 얼마나 싸게 파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깐깐히 살펴봐야 한다. 호구(虎口)가 되고 안되고는 오롯이 소비자 자신의 몫이다.

 

김규환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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