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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의 야생화 기행] 연분홍 봄날의 환희를 노래하는, 남바람꽃!

  • Editor. 김인철
  • 입력 2016.04.1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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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은 Anemone flaccida F.Schmit. 미나리아재빗과의 여러해살이풀.

변산바람꽃으로부터 시작해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들바람꽃, 나도바람꽃, 회리바람꽃 등이 연이어 피었다가 지면서 찬란한 봄 ‘바람꽃들의 향연’이 끝나갈 즈음 대미를 장식하려는 듯 또 다른 바람꽃이 화사한 꽃잎을 열기 시작합니다. 바로 남바람꽃입니다.

 

연분홍 봄날을 찬미하듯 핑크빛 남바람꽃이 하늘을 향해 꽃잎을 활짝 열고 있다. 위가 지난 15일 제주도 중산간에서 만난 남바람꽃, 아래는 몇 해 전 전북 회문산에서 담은 남바람꽃이다.

찬바람이 남아 있던 3월 이미 피고 진 만주바람꽃에서 만주 벌판을 누비는 남정네들의 거친 숨소리를 들었다면, 한여름의 무더위마저 느끼곤 하는 4월 중순 만난 남바람꽃에선 열대 해변을 거니는 비키니 여인들의 요염함을 엿봅니다. ‘만주’와 ‘남’, 두 단어에서 비롯된 선입견이 뜬금없는 상상력을 불러온 탓이겠지만, 실제 꽃 생김새도 엉뚱한 주장을 그럴싸하게 뒷받침하기는 합니다. 특히 국내에 자생하는 다른 바람꽃들과 달리 남바람꽃은 연분홍색이 감도는 꽃잎(사실은 다른 바람꽃들과 마찬가지로 꽃받침 잎이 퇴화된 꽃잎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음)으로 인해 누구나 처음 보는 순간 환상적인 꽃 색의 매력에 한없이 빠져들게 됩니다. 그 뒤태가 예뻐, 젊은이건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건 가릴 것 없이 점잔 따윈 집어던지고 땅바닥에 털썩 엎드려 정신없이 바라보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곤 합니다.

 

한라산 품에서 풍성하게 피고 있는 남바람꽃. 개발과 남채의 위험에서 벗어나 오래오래 살아남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남방바람꽃은 자생지가 제주도 중산간과 경남 함안 반구정, 전북 순창 회문산 등 전국에 딱 세 군데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몇 해 전 한 야생화 동호인이 전북 구례에서 상당한 규모의 자생지 한 곳을 더 발견했다고 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추가로 자생지가 발견됐다는 구례가 바로 1942년 박만규(1906~1977) 선생이 ‘조선의 남바람꽃’을 처음 발견했다고 한 곳이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1942년 보고한 자생지와 이번에 발견되었다는 곳이 구례군 내 같은 지역일 가능성은 낮지만, 암튼 아직까지 우리가 못 찾은 것일 뿐 더 많은 남바람꽃 자생지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입니다.

 

막 터지기 직전의 꽃봉오리와 싱싱하게 피어난 두 송이 꽃의 매력적인 모습.

그런데 60여 년 전 발견됐다고 이미 발표된 남바람꽃이 오랫동안 깜깜히 잊혔다가 2006년 제주도 한라산 해발 550m 숲에서 다시 발견돼 일부 언론에 미기록종 ‘한라바람꽃’으로 잇따라 보도되고, 이듬해 ‘제주미기록종 : 남방바람꽃’이란 논문으로 정식 보고되는 해프닝이 벌어지면서 한동안 ‘남방바람꽃’으로 불리는 혼선을 빚기도 했습니다. 이후 경남 함안과 전북 순창의 자생지 두 곳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남방바람꽃이란 통일된 이름으로 불리다 1942년 박만규 선생이 논문에서 지칭한 ‘남바람꽃’으로 원위치하게 된 것입니다.

갈라진 나뭇가지와 하늘하늘 피어난 남바람꽃이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내고 있다.

같은 남바람꽃이되, 한라산과 함안· 순창의 꽃에 다소 차이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주산 꽃은 대부분 흰색이고 일부가 옅은 자주색을 띠는 정도인 데 반해, 함안과 순창의 꽃은 진한 자주색을 띠는 게 많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세 곳 모두 꽃을 정면에서 보았을 때는 흰색으로 같습니다. 다만 꽃 가장자리와 뒷면에 연분홍이나 자주색을 띠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는데, 제주의 남바람꽃이 다른 2군데의 꽃과 차이가 난다고 말할 정도로 흰색 일변도인지는 의문입니다. 보는 이를 유혹하는 연분홍 뒤태의 매력은 결코 뒤지지 않는 걸 이번에 눈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글 사진: 김인철 야생화 사진작가(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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