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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의 야생화 기행] 논의 '건강성의 상징', 매화마름!

  • Editor. 김인철
  • 입력 2016.05.16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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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아재빗과의 여러해살이 수생식물, 학명은 Ranunculus kazusensis Makino.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

야트막한 산과 계곡에 녹음이 짙어지고, 한라산과 가야산 등 높은 곳에 설앵초가 피어나니 잠잠하던 물속 식물들도 긴 침묵에서 깨어나 ‘여기도 생명이 있다, 꽃이 있다’고 소리칩니다. 그 선두에 흰 눈이 내린 듯, 섬진강변 날리던 매화 꽃잎이 어지러이 내려않은 듯 질척한 논에 가득 찬 흰 꽃이 있습니다. 바로 매화마름입니다. 계절의 여왕인 5월 강화도를 비롯해 서해안 일대 일부 논이나 수렁 등에서 풍성하게 피어납니다.

 

매화마름이 신록의 계절 5월 모내기 직전의 논에서 싱그럽고 단아한, 매화를 꼭 닮은 꽃잎을 활짝 열고 있다.

꽃은 물매화를, 잎은 붕어마름을 닮아 ‘매화마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수생식물은 예전엔 모내기 전 물이 고인 논이나 습지, 연못 등에서 흔히 보던 꽃이었으나 산업화 시기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어, 한동안 한란·나도풍란·광릉요강꽃·섬개야광나무·암매와 함께 환경부 지정 6대 멸종위기야생식물(1급)로 보호받다가 몇 해 전에야 2급으로 내려앉았습니다.

 

건강한 논에서 자라는 매화마름이 수생식물답게 물속에서 방사상으로 줄기를 뻗고 눈처럼 흰 꽃을 가득 피우고 있다. 솔잎을 닮은 잎과 줄기가 미나리아재빗과의 식물답게 싱그럽고 청초하다.

논이 밭이나 과수원 등으로 개발되고, 쌀 생산을 늘리기 위해 농약과 제초제 사용이 늘고 저수지와 수리시설이 발달해 천수답(물을 계속 가둬둬야 하는 논)이 줄면서 한 때 절멸 위기에까지 몰렸던 것이지요. 현재는 1990년대 초 발견돼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시민유산 1호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이자, ‘세계 최초의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강화도 초지리의 논(3,014㎡)을 비롯해 김포 화성 태안 고창 영광 등 서해안 일대 25곳에서 군락지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주식인 쌀, 즉 벼가 모내기가 시작되는 5월부터 추수가 끝나는 10월까지 논의 주인이라면, 매화마름은 11월부터 이듬해 모내기 전까지 습지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한 논의 또 다른 주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화마름이 피는 논은 마름과 부들, 버들붕어와 물장군 등 수생 동식물 150여 종이 함께 살아가는 터전이기도 합니다.

 
 

단 한 송이가 피든, 두 송이가 피든, 그보다 더 많은 5송이가 피든 기품 있는 모양새는 ‘매화’란 앞 이름을 결코 무색하지 않게 한다.

역으로 매화마름이 살지 못하는 논은 다른 동식물도 살 수 없는, 그저 쌀만을 생산하는 창백한 경작지라는 뜻이 되겠지요. 매화마름은 벼 베기가 끝난 건강한 무논(물을 댄 논)에서 11월 발아합니다. 그리고 겨우내 얼음 아래서 성장해 이듬해 4~5월에 흰 꽃을 피워 씨앗을 뿌린 뒤 물의 온도가 2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여름이 되면 녹아 사라집니다. 매화마름은 물 속 뿌리에서 수십 가닥의 줄기가 거의 수면에 붙어 방사상으로 퍼지는데, 물 속 잎은 가는 실처럼 갈라지고 물 위로 올라오는 잎은 통통합니다. 4월말쯤 꽃자루가 물 위로 올라와 매화처럼 5장의 꽃잎을 가진 흰색의 작은 꽃을 가득 피웁니다.

글 사진: 김인철 야생화 사진작가(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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