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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그녀는 왜 목숨을 잃어야 했나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5.1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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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명은 존엄하다. 그것의 존엄성은 어떠한 이유로든 타인에 의해 훼손되어선 안 된다.

강남역 살인 사건의 이유는 간단했다. 피해자가 여자였기 때문이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잔혹한 범죄의 피해자가 돼야 했던 여성, 그녀의 억울한 죽음이 여성혐오범죄에 또 한 번 경각심을 일깨워줬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17일 발생했다. 이날 오전 1시 20분께 서울 서초구 강남역 노래방 상가의 남녀공용화장실에서 23살의 여성 A씨가 피투성이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괴한에게 왼쪽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린 A씨는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사건 당일 A씨는 해당 건물 1층 술집에서 남자친구를 포함한 지인과 술을 마시다 그곳 화장실에서 변을 당했다. 경찰은 인근 CCTV를 샅샅히 뒤진 결과 34살의 남성 B씨를 A씨 살해 혐의로 체포했다.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이 발생한 건물 내의 주점에서 일하는 직원으로 밝혀진 B씨, 그는 전날인 16일 저녁, 주점에서 칼을 몰래 가지고 나왔고 이를 소지한 채 강남역 화장실에 숨어있다 들어오는 A씨를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고 털어놨다.

B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그랬다. A씨와는 알지 못하는 사이다”라는 말로 범행의 동기를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역 한복판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이는 결국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향한 한 남성의 분노가 무고한 여성을 죽음으로 몰고간 엽기적 사건으로 기록되게 됐다.

즐겁게 술자리를 즐기던 도중 화장실로 향했던 A씨, 계단을 오르는 그녀의 발랄한 걸음걸이에서는 5분 뒤에 일어날 비극은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이 비극이 사회에 팽배해 있는 여성혐오의식에 다시금 빨간 등을 켰다.

‘김치녀’란 신조어는 이제 익숙하게 자리 잡은 상태다. 뒤이어 ‘김치페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먹을 때는 8대2, 계산할 때는 5대5, 계산은 남자가 해야 ‘가오’가 산다는 의미의 말이다. ‘김치녀=NO더치페이’로 인식되던 여성혐오가 김치페이라는 비아냥으로 발전한 셈이다.

여기에 여성을 혐오하는 말로 ‘스시녀’도 빼놓을 수 없다. 여성혐오 담론의 본진 격인 일간베스트(일베)에서 ‘김치녀’와 일본여성을 대조해 이야기할 때 사용되는 단어다.

항간에 ‘헬조선’이란 말이 유행처럼 떠돌았다. 아이와 노인, 청년과 장년, 여성과 남성 할 것 없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비유한 말이다. 강남역 살인사건과 같은 여성혐오의 시선에서 봤을 때 대한민국은 특히나 여성들에게 있어 ‘헬조선’이다.

단지 ‘여자라서’ 생면부지의 A씨에게 칼을 휘두른 남자, 여성 누구나 그의 손에 목숨을 위협받을 수 있었기에 이 사건은 더욱 몸서리를 치게 한다. 대체 무엇이 A씨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가게 한 걸까. 한 남자의 여성혐오가 초래한 비극에 누리꾼들도 할 말을 잃은 듯하다. 김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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