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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묻지마, 한 줄의 글이 지닌 한계에 관하여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05.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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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세간이 떠들썩하다.

17일 오전 1시 20분께, 서울 서초구 강남역 상가의 남녀공용화장실에서 23살 여성 A씨는 34살 남성 김씨가 휘두른 칼에 가슴과 어깨를 수차례 찔리며 숨졌다. 사건 발생 수시간 뒤 경찰에 체포된 김씨는 “여자들이 나를 무시했다”는 말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의 범행이 여성혐오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각종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해자를 향한 애도의 물결이 줄을 이었다. 강남역 10번 출구에 빽빽하게 붙여진 포스트잇에는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는 문구들이 가득 담겼다.

 
[사진=문재인 SNS]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또 한 명의 인물이 곤욕을 치러야 했다. 18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강남역 추모현장을 다녀와 자신의 SNS에 심경 글을 남긴 것이 발단이었다.

문재인은 강남역 추모 현장을 찾은 후 “강남역 10번 출구 벽면은 포스트잇으로 가득했습니다. ‘다음 생엔 부디 같이 남자로 태어나요’ 슬프고 미안합니다”라는 글을 SNS에 남겼다.

논란은 ‘다음 생엔’으로 시작되는 인용구에서 물꼬를 텄다. 따옴표 속의 문구는 강남역 포스트잇에 남겨진 것을 문재인 전 대표가 인용한 것. 허나 일부 누리꾼들은 이 문구가 문재인 전 대표의 견해라 여기며 그에게 비난 여론을 날렸다.

이에 다음날인 19일, 문재인 전 대표는 부랴부랴 해명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내 트위터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말로 서두를 열며 문제의 문구는 ‘다음 생엔 같이 남자로 태어나자’는 글을 쓰게 한 현실 자체가 슬프고 미안하다는 의미였다는 말로 오해를 바로잡았다.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의사소통 전문가로 활동하는 앨버트 메러비언은 인간의 대화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설득의 요인은 단 7%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사람의 말에서 단어 선택 외에 음조·억양·목소리·말투 등의 반언어적 표현이 38%, 표정·태도·몸짓 등 비언어적 표현이 55%를 차지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는 결국 상대를 설득하는데 있어 단어 선택을 비롯한 언어적 요소만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뜻이 되는 셈이다. 이게 바로 메러비언의 법칙이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을 추모하려다 혼쭐이 난 문재인 전 대표 또한 메러비언 법칙의 좋은 예가 된다. SNS를 통해 전하는 의중은 분명 한계가 있다. 설득의 요인에서 단 7%만을 차지하는 단어만으로 모든 뜻을 전달해야 하는 SNS, 이것의 한계점이 오해를 불러 문재인 전 대표를 진땀 빼게 했던 셈이다. 오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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