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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의 야생화 기행] 여름 백두 평원에 흰 눈이 내리듯 피는, 노랑만병초

  • Editor. 김인철
  • 입력 2016.07.1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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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과의 늘푸른 활엽관목, Rhododendron aureum Georgi

산 정상이 늘 흰 눈에 덮여 있어 ‘흰머리산’이라는 뜻의 백두산(白頭山)이라 불리는 산. 그곳에도 6월부터 8월까지 사이에 새싹이 움트는 봄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어느새 여름 · 가을이 한꺼번에 밀어닥칩니다.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300여 종에 이르는 북방계 야생화들이 앞을 다퉈 피어나면서 수목한계선 위쪽 고산 툰드라 지대가 천상의 화원(花園)으로 변모합니다. 그런데 하늘을 향해 삐죽 빼죽 솟아오른 높은 봉우리 사이사이 음지 곳곳에 남아있는 만년설과는 차원이 다른, 또 다른 흰색의 벌판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옵니다. 여름 백두 평원 곳곳이 여전히 흰 눈을 뒤집어쓴 것처럼 하얗게 빛이 납니다. 백두산 툰드라 지대를 하얗게 수놓는 꽃, 바로 노랑만병초입니다.

 
 

백두산 수목한계선 위 고산 평원에 만개한 노랑만병초. 백두산에 여명이 밝아오자 밤이슬을 잔뜩 뒤집어쓴 노랑만병초가 고개를 들고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장지석남과 월귤, 홍월귤, 넌출월귤이 수줍음을 많이 타는 소녀처럼 이파리 뒤로 몸을 숨긴 채 손톱만 한 꽃을 땅을 향해 겨우겨우 피워낸다면 노랑만병초는 ‘올해도 어김없이 깨어났노라’고 세상을 향해 외치는 듯 어른 손바닥만 한 꽃잎을 활짝 펼쳐 보입니다. 풀 ‘초(草)’를 이름 뒤에 달았지만, 엄연히 나무인 노랑만병초는 월귤 등과 마찬가지로 백두산 수목한계선 위 고산 툰드라 지대에서 살아가는 전형적인 북방계의 키 작은 교목입니다. 남한에서는 1963년 설악산에서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은 뒤 잊혔다가 40여 년 만인 2007년 설악산 정상에서 다시 발견돼 현재 멸종위기식물 2급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개체 수가 600여 개의 불과한 데다 털진달래 등 다른 떨기나무들의 위세에 눌려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장미과의 상록 소관목인 담자리꽃나무, 학명은 Dryas octopetala var. asiatica (Nakai) Nakai. 담자리꽃나무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눈처럼 하얀 꽃송이를 활짝 펼쳐 보이고 있다.

백두산에서 자생하는 노랑만병초는 끝없이 펼쳐지는 고산 평원 여기저기에서 축구장 크기만 한 꽃 무더기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방대합니다. 꽃 색은 흰색에 가까운 노란색으로, 한낮 쏟아지는 햇살을 받은 꽃 더미는 눈처럼 하얀 빛을 발합니다. 국가생물종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높이 1m까지 자란다고 돼 있는데, 실제 백두산에서 만난 노랑만병초는 30~50cm 정도로 어른 무릎에도 못 미칠 만큼 키가 작았습니다. 국생종은 또 흰색 꽃이 피는 만병초, 진한 홍색 꽃이 피는 홍만병초가 따로 있으며 둘 다 키가 4m까지 자란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백두 평원의 노랑만병초 곁에서 백색과 홍색을 띠는 꽃을 늘 함께 만났는데, 그 키는 노랑만병초와 다름없이 30~50cm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귤화위지(橘化爲枳)’,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듯 백두산의 추위와 바람 때문에 만병초와 홍만병초의 키가 작아진 것인지, 아니면 같은 노랑만병초의 변색일지 추후 확인할 과제라 생각합니다.

 
 

진달래과의 낙엽활엽 관목인 담자리참꽃, 학명은 Rhododendron lapponicum subsp. parvifolium var. alpinu (Glehn) T.Yamaz. 남녘의 진달래가 봄 여수 영취산 능선을 뒤덮듯 키 작은 담자리참꽃이 6월 중순 백두 평원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담자리꽃나무 또한 여름 백두 평원을 하얗게 수놓는 늘푸른 소관목입니다. 남한에는 아예 없고 평북, 함북에 자생하는데 10cm 안팎의 작은 키에 비해 비교적 큰 편인 2cm 정도의 흰색 꽃을 피웁니다. 꽃 무더기는 노랑만병초에 비해 작지만, 장미과의 식물답게 꽃이 화려하고 예뻐서 멀리서도 눈에 잘 들어옵니다.

백두산 고산 툰드라 지대에서 자생하는 또 다른 대표적인 소관목의 하나가 바로 담자리참꽃입니다. 진달래과의 담자리참꽃도 키는 10~15cm로 매우 작지만, 그 군락의 규모는 대단히 커서 6월 중순 한창 꽃이 피면 남한의 유명한 영취산 진달래나 한라산 철쭉이 피듯 백두 평원 곳곳을 온통 붉게 물들이곤 합니다.

글 사진: 김인철 야생화 사진작가(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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