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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혼란 줄이게 김영란법 고쳐라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6.10.0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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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국민들의 일상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잡겠다며 제정, 시행에 들어간 법이지만 당초의 우려대로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요식업종, 꽃가게, 농축산업업종 등에 종사하는 서민들은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빈대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되고 있다. 국회와 정부는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후속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김영란법이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9월 28일, 첫 번째 신고는 “대학생이 담당과목 교수에게 캔커피를 전해준 것이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 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난감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준법정신이 투철한 대학생의 행동을 두고 당연한 것이라며 칭찬을 해야 할까? “그런 것도 신고대상이고, 대학생이나 되면서 존경하고 고생하는 교수님께 캔커피 한잔도 줄 수 없는 세상이 됐나?”라면서 한숨을 내쉬었을까. 단언컨대 후자의 느낌이 일반 국민들의 보편적인 감정이었다고 믿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어린이집에서는 학부모가 아이의 생일잔치를 위해 가져온 생일 떡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회갑을 맞이한 시민이 친구들에게 식사대접을 하는 것도 법위반이 되는 것이지도 문의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주무 부처라 할 수 있는 국민권익위원회의 답변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다. 상당수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 봐야 구체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다.”며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온 국민의 일상적인 삶에 이만저만한 불편과 혼란을 주고 있는게 아니다.

이 법으로 인해 영세 자영업자와 그 종사자 등 실제로 생계에 위협을 느끼는 국민들도 적지않을 뿐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큰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한우 등 국내산 농수축산물이 선물로 거래되지 못하는 실정이 된데다 한정식, 일식집 등은 3만원 이하의 식사대접 금지 규정에 묶여 운영여부 자체를 고민해야 할 판이다. 서울의 한 일식집 사장은 “탕 종류를 제외하고는 3만원 이하의 메뉴는 구색을 맞출 수가 없어 폐업 또는 전업을 고려중인데, 문제는 가게를 양도할 수가 없다는 점”이라며 난감해 했다. 웬만한 직장인들은 당분간 외부인과의 만남 약속 자체를 꺼리고 있다는 것은 결코 가벼이 보고 넘길 현상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평소 그토록 싫어했다는 골프를 장관 등 공직자들에게 권유했을 정도로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정부·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서둘러 후속대책 마련에 나서야 마땅하다. 허구한 날 당리당략에 매몰돼 쓸데없는 기싸움을 벌일 때가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의 대상과 갖가지 주요쟁점들을 합헌으로 결정한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부정부패의 추방이 이 시대 최대의 과제이자 선(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제 투명성 기구 청렴도 평가에서 OECD 34개국 가운데 27위에 올라 있을 만큼 우리사회의 구석구석에 스며 있는 부패와 비리를 하루빨리 근절하기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가 부패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오른다 해도 반쪽짜리 선진국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토를 달 사람이나 단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온 국민이 불편해 하고, 인간관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미풍양속마저 허용되지 않는 법이라면 보완작업에 나서는게 마땅할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과잉입법은 아무도 지키지 않게 되고, 결국 사문화(死文化) 되고 말 것이라 말하는 국민들도 많다.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평범한 시민들을 잠재적 범법자로 만드는 법이라면 법제정의 취지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현실에 맞지않는 법이 될게 뻔하다.

이런 연유로 일부 법학자들은 김영란법의 대폭적인 개정 뿐 아니라 폐지까지 주장하고 있다. 지금 당장 이런 조치가 어렵다면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민들의 실생활에 현저하게 불편을 초래하고 어리둥절케 하는 부분을 신속해 찾아내 제대로 된 기준을 마련해 줘야 한다. 법원의 판례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지금의 태도는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여·야 정치인들은 “법 시행 후 문제점이 발견되면 그때 보완하자”라며 예견된 사항들 에 대한 보호조치조차 손을 뗐다. 국민들이 얼마나 불편해 할까 시험해보겠다는 의도라 아니 할 수 없다. 국회는 더 이상 국민들의 혼란과 불편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지 말고 김영란법의 보완작업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이동구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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