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차기 주자에서 선뜻 차기 주자로 부상한 안희정 충남지사가 야권의 단결을 호소하는 한편 새누리당 비박을 향해 화해의 손짓을 보냈다. 20일 열린 야권의 비상시국 정치회의에서 한 발언을 통해서였다. 이날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치회의에는 안희정 지사 외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시장과 김부겸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 등 대권 주자들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 천정배 국민의당 전 대표가 참석했다.

이 날 모임에서 이들 야권 정치인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에 의해 사실상 국정 농단의 공범으로 지목된 점을 거론하며 앞다퉈 탄핵을 입에 올렸다.

문재인 전 대표나 안희정 지사 등은 지금 당장 탄핵에 들어가자는 주장을 노골화하지는 않았지만 탄핵을 추진해도 좋을 상황에 이르렀다는데 공감을 표했다.

그러나 안철수 전 대표는 2선 퇴진과 국회의 새 총리 선임, 탄핵이 동시에 병행돼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김부겸 의원과 박원순 시장, 심상정 대표, 천정배 전 대표 등은 정치권이 즉각 탄핵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안희정 지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민심의 바다'에서는 이미 탄핵을 당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사실상 현 정부의 임기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안희정 지사는 그러면서 현재의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야권의 단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에게 버티기를 하도록 힘을 주는 것은 야권 분열에 대한 믿음이라는게 그의 주장이었다.

안희정 지사는 또 현재의 국정 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정당과 의회 지도력 등을 꼽으며 새누리당 비박계를 향해서도 힘을 모으자고 촉구했다.

안희정 지사는 주권자들이 촛불을 들고 나와 이미 역사적 심판을 내린 만큼 이제는 야권이 힘을 모아 주권자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희정 의원은 그러나 이 날도 즉각적인 탄핵 절차 돌입을 주장하지는 않았다. 이로써 박 대통령의 거취 문제에 대해 당론을 따르겠다던 당초 입장을 유지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경한 탄핵 입장을 유지해온 이재명 시장은 이 날도 발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퇴진 의사가 없음은 분명하다."면서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탄핵 추진이 답이라는게 그의 주장이었다.

심상정 대표의 경우 광화문 광장에서 5차 촛불집회가 열리는 26일까지 시한을 정한 뒤 청와대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을 경우 곧바로 탄핵 절차에 들어가자고 제안했다.

김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