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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후회는 용기로 바꿔야할지니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1.1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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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는 항상 부모님과 형제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했으면 한다.”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이 새내기들에게 전한 울림은 어려울 때는 주위를 꼭 돌아보라는 것이다. 어렵게 운동한 시절을 되돌아보며 많은 일들이 기다리는 프로무대의 앞날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라는 이승엽의 충고는 13일 대전 인터시티호텔에 오리엔테이션을 받기 위해 모인 2017년 KBO리그 신인선수들에게는 가슴 벅차게 다가왔을 터다.

힘들고 지치고 도망가고 싶을 때, 사람들이 덜컥 겁이 날 때, 슬럼프는 아닌데 뭔가 꼬이고 풀리지 않을 때, 방황하는 마음을 잡아줄 사람들이야말로 가족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대선배의 목소리에 저마다 새출발의 의지를 다졌을 다이아몬드의 루키들이다.

“부모님을 생각하라.”

또 하나의 울림. '프로야구 승부조작 1호’의 주홍글씨를 안고 속죄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박현준이 던진 참회의 메시지다.

어렵게 후배들을 만나기 위해 강단에 선 박현준은 너무도 쉽게 유혹에 빠져든 자신의 그릇된 선택 과정을 어렵게 털어놓았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는 등 대인 기피증까지 생겼다는 박현준은 후배들과 얼굴을 맞대는 것으로 사회에 첫 모습을 드러냈다. 부정방지교육 강사로 초대를 받은 뒤 고민하다가 후배들이 부끄러운 선배의 길만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용기를 내 전주에서 달려온 박현준이다.

“여러분 중 90% 이상은 힘들게 운동했을 것이다. 여러분의 부모님을 생각하면 유혹에 빠지지 않을 것"라고 박현준은 충고했다. 이승엽이 가족을 생각하며 위기를 헤쳐나가라고 조언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박현준은 부모를 생각하며 어렵게 커왔던 시절을 되돌아 본다면 야구인생이 엇나갈 그 위험한 선택은 결단코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전한 것이다.

2009년 입단했을 때를 되돌아본 박현준. 그때도 이런 신인교육을 받은 적이 있지만 기억나는  것은 없다고 했다. 그만큼 교육은 형식적이었고 승부조작이란 말 자체가 낯설었기에 박현준 스스로도 엄연히 범죄라는 생각을 못하고 승부조작의 유혹에 넘어갔던 것이리라.

4년 전 법원 판결로 프로야구계에서 영구 제명된 투수 박현준이지만 후배들에게 결코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라는 말을 전하려고 마이크를 잡았다. 프로야구는 지난해 800만 관중시대를 열었지만 승부조작 악령이 되살아나는 바람에 팬들의 시선이 싸늘해진 것도 박현준의 용단을 끌어냈을 수도 있다. 박현준 스스로가 잘못된 선택 하나로 프로야구 위기의 씨앗을 뿌린 것에 대한 속죄를 후배들을 만나는 책임감으로 바꾼 셈이다.

지난해 8월 프로농구 승부조작으로 퇴출된 강동희 전 감독이 한국프로스포츠협회에서 부정방지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안준호 전문위원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kt 야구단 앞에서 첫 부정방지 강의를 한 것부터가 박현준에겐 자극제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후배들에게도 용서를 구하는 것만큼 큰 조언도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들었을 터.

앞서 박현준은 지난해 가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속죄의 뜻을 밝혔다.

“너무 어렸고 세상에 대한 인식 자체가 너무 없었던 시절이었던 같습니다. 너무 바보같은 선택이었고 멍청한 짓을 저질러 버렸습니다. 너무너무 후회스럽고 시간을 돌리고 싶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듯이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저지른 일을 부정하거나 순화시킬 의도도 전혀 없습니다. 욕하시면 욕 달게 먹고 반성하겠습니다. 용서해달라고도 하지 않겠습니다. 야구장에 가서 야구도 보고 싶고 밖에 다닐 때도 자신감 있게 돌아다니고 남들 사는 것처럼만, 그렇게만 살고 싶습니다. 욕도 받고 응원도 받겠습니다. 욕 하실 분들은 하시고 응원해 주시면 감사히 받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박현준에게 진정한 속죄는 자신처럼 부정에 빠져드는 후배들을 막는 일이다. 제2의 박현준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일도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방도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후배들 얼굴을 맞대는 용기가 더욱 더 필요해 보이는 박현준이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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