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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일에 빚진 보수, 그들이 지켜야할 유산은?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1.1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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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진정한 가치를 설파했던 별이 졌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경세가이자 정치개혁 이론가인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사가 위암 수술 후 투병 끝에 13일 6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故) 박세일 교수는 중도 보수 또는 개혁적 보수의 대부로 불린다. ‘보수의 회복’을 선언하면서 친박 세력이 점령한 새누리당을 탈당해 개혁보수신당으로 바른정당을 창당하는 데 주축이 된 유승민 의원,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맹활약한 이혜훈 의원,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귀국 현장에서 지지를 보내며 새로운 보수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나경원 의원.

모두들 별세한 박세일 교수가 2004년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 직접 발굴한 정치 새얼굴들로 이젠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정국에서 촛불민심을 지키내면서 저마다 ‘보수의 혁신’을 향해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지난 12일 귀국하면서 자신을 ‘진보적 보수주의자’로 포지셔닝하며 보수의 방점을 두면서도 진보의 가치를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반기문 전 총장도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으로 고 박세일 교수와 함께 문민시대의 레거시(유산)를 만드는데 이인삼각으로 뛰었다. 그래서 반기문 전 총장의 문상도 세간의 큰 주목을 끌고 있다.

탄핵 정국에서 진영논리의 틀을 깨고 개혁적 보수의 결집을 위한 합종연횡, 개헌과 정치개혁을 대의로 내세운 ‘빅텐트’ 결성론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박세일 교수의 별세는 중도 보수, 개혁적 보수의 진정한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보수진영의 환골탈태를 외치는 그들은 한결같이 ‘경제는 진보-안보는 보수’라는 프레임을 설정하고 민심과 정치권을 오가며 새로운 지향점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고 박세일 교수는 보수주의자들의 절대선으로 굳어져버린 안보라는 수동적인 개념을 뛰어넘었다. 통일을 통한 한반도의 경제를 살리는 큰 그림을 그렸다. 2006년 싱크탱크인 한반도선진화재단을 설립해 이사장, 명예이사장을 거치면서 ‘대한민국 선진화’를 압축성장의 산업화와 많은 희생 끝에 얻어낸 민주화 이후의 국가비전으로 내놓은 뒤 2010년부터는 한반도 전체를 선진화시키는 통일을 21세기 한반도 비전으로 제시하는 ‘선진통일’ 담론을 펴왔다.

고 박세일 명예이사장은 지난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반도 통일은 대한민국을 세계 선진강국으로 우뚝 솟게하는 바탕이 될 것”이라며 “통일이 되면 남북경제는 유례없는 초고속성장을 하게 되며 우리가 걱정하는 통일비용은 실제는 통일투자이고 이 투자의 55% 이상이 해외에서 오게 된다. 이 통일투자는 남과 북에서 고용과 소득을 창출하고 투자가 투자를 부르는 전형적인 고도성장의 시기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인은 북한투자의 80%만 남측 재화로 한다면 그것만으로 남측의 성장률을 5~6% 추가로 높일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2050년이 되면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1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전망도 제시했다.

자신의 저서 ‘선진통일전략’에서 고 박세일 명예이사장은 선진자유, 자주공영, 민주평화라는 '선진화 통일론' 3대 원칙을 제시했다. 또 첫 단계는 북한의 정상국가화, 2단계는 1국가 2체제 분단관리, 3단계는 1국가 1체제 남북통합, 마지막 단계는 한반도 선진통일국가로 설정되는 선진화 통일 4단계 과정도 강조했다.

통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자 서둘러야 할 현안이라고 주장했던 고인이. 앞으로 5년 이상 분단이 지속되면 북한은 빠르게 중국의 변방속국화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게 되면 휴전선은 국경선이 되고, 중국 항공모함은 동해로 진출하게 되며, 이에 일본은 핵무장을 포함해 재무장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예견이다. 이런 ‘제2의 냉전’ 위기에서 한국이 통일의지를 견지하지 못한다면 분단 삼류국가로 추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사드 배치 논란과 중국의 보복성 조치,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졸속체결 논란 등 탄핵정국에서 안보현안들이 혼돈에 쌓여 있다. 그렇지만 보수 표를 잃지 않기 위해 미시적인 안보논리에만 갇혀 있어서는 통일을 통한 거시적인 경제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개혁보수를 지향하는 신당이든, 보수에 발을 담그고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주자들은 적어도 통일철학 방향이라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보수진영의 이론적 틀을 제시해온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 별세에 즈음해 고인에게 이론적 빚을 진 개혁적 보수주의자들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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